‘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가까이 살다보면 쓸데없는 말이 나돌기 쉽고, 뒷간은 냄새가 나니까 멀수록 좋다는 뜻이겠지 싶다.
가깝고도 먼 사이가 사돈인건 확실하다.
자식들로 인하여 사돈으로 맺어졌지만
자식들이 이혼을 하게 되면 원수보다 더 나쁜 사이로 변해 갈수도 있다.
이웃에 고등학교 선배가 살고 있다. 아들만 셋을 두었다.
그 중 막내아들이 우리 아들과 동갑이다.
선배는 고등학교 3년을 내리 반장을 했을 만큼 공부를 잘했다.
당시 과학선생님이 총각이었다. 여학생들에게 그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거리였다.
그 선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 과학선생님과 결혼을 했다.
무성한 뒷말들이 많았지만 아들 세 명을 낳아 잘 살았다.
선배네 집에 가면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부지런하고 깔끔하였다.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아 잘 아는 사이였는데 결혼하고 뜸했다가, 3년 전에 우리아파트 근처에 새로 분양받아 이사를 오는 바람에 서로 집을 오가며 절친해 졌다.
선배의 남편이 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앞둔 시점에 두 형을 제키고 막내아들이 먼저 결혼을 했다.
맞벌이 부부라 선배에게 아이를 맡겨 키우게 되었는데
아이 보는 문제로 사돈과 신경전을 벌였다.
며느리의 엄마가 아이를 낳을 즈음에 갑자기 직장에 나가게 되었다며
선배에게 손자를 봐달라고 했단다.
마침 남편도 퇴직 후 집에 계실 때라 부부는 손자를 애지중지 잘 키웠다.
손자로 인해 아들 내외가 자연 선배네 집에 매일 들락거리게 되었고
딸이 없는 선배는 며느리를 딸처럼 예뻐했다. 백화점에서 수시로 고가의 옷도 선뜻 선뜻 사주곤 했다.
작년 12월 어느 날, 선배의 아들이 교통 사고를 당해 죽었다.
장례를 치르고 어느 정도 슬픔이 수습되고 나니 사돈과의 사이가 슬슬 실타래처럼 엉키기 시작했다.
보상금이 제법 나왔다. 며느리가 갑자기 아이를 데려간다고 했다.
근처에 사는 친정엄마가 봐준다며. 선배는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그동안 손자에게 든 정은 어쩌라고. 며느리를 딸처럼 여겨준 그 정은 또 어쩌라고.
아들의 아파트를 선배가 분양받아 사주었다.
그 아파트도 팔려고 내 놓았다.
친정으로 들어가 살겠단다.
사돈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우리나라 법은 결혼 한 아들이 자식이 없이 죽으면
보상금을 일정한 비율로 부모와 분배하지만 자식이 있으면 부모는 아무 권한이 없게 된다.
아들을 키워서 결혼을 시키고 집을 사주고,
손자를 봐주어도 불미한 일이 생기면 부모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특히 재산이나 금전문제는 일절 터치 할 수 없다.
선배와 선생님은 보상금 중 손자의 몫을 설정하여 손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며느리가 손을 댈 수 없게 조치를 취하게 하겠다고 하자 저쪽 사돈이 펄쩍뛰었다.
그때부터 선배와 사돈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까지 갔고 손자와 아예 만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선배는 아들 잃은 슬픔과 6년동안 키워준 손자와 생이별까지 했으니
그 기막힘을 매일 아들 묘를 찾아 울며 달랬다.
마트에서 우연히 사돈과 마주치면 서로 싹 고개를 돌리는 상황이 되었다.
며느리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면 사돈이 전화기를 빼앗아 막말을 해대는 사이로 변해 갔다.
지척에 살다보니 자꾸 부딪치게 되어 선배는 아파트를 팔려고 내어 놓았다.
멀리 이사를 간다며.
사돈끼리 잘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여행도 같이 가기도 하고 ,
손자들을 대화로 삼아 웃으며 식사도 하고..
사돈과의 관계는 정말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