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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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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되기의 어려움


BY 시냇물 2011-09-24

 

어제 작은딸램에게 다녀왔다

지금 손녀딸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동안 알바를 하는데

요즘 환절기 탓인지 자꾸 열이 나고 아파 선생님을 보채도

알바도 이제 막 시작한 지라 빠질 수가 없다며

어린이집에서 조금 일찍 데려와 자기 올 동안 봐 달라는 부탁을 해 왔기에.

 

마침 내가 시간이 났길래 그러마 하고는 부지런히 김포를 향했다

알려준 어린이집에 도착하여 벨을 누르니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데 귀기울이니 손녀딸 울음소리인 듯 하여 안타까움이 일었다

문이 열리니 선생님 품에 안긴 손녀딸이 내 예상대로 울고 있어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짠하게 아려왔다

 

어린이집에는 어제따라 좀 큰 아이들은 생일파티하러

다들 밖으러 나갔고 영아반 아이들 3명만 선생님과 있었는데

손녀를 비롯한 아기들이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보는 순간

애처로움에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손녀딸은 몸 컨디션이 안 좋은데다 자주 보지도 못하는 할머니라

낯설기만 한지 계속 선생님 품을 파고 들며 울고 보챈다

그걸 보자니 속이 더 상했다

아직도 엄마 품이 더 필요한 어린 손녀를 두고 알바를 해야하나

싶은 마음에 딸아이의 선택이 안타깝기만 하였다

 

이렇듯 요즘 젊은 부모들의 삶은 전쟁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남편 혼자 외벌이로는 생활을 유지하기도 빠듯하니 어쩔 수 없이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야 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다 날 지경이었다

 

 

결국 자식 잘 키워 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인데도

내 자식은 남에게 떼어 맡기고 엄마는 돌보지도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건지.....

 

 

손녀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와는 눈도 맞추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하니 혹시라도 더 아프지나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딸램에게 전화가 와서 이런 상황을 얘길 하니 유모차에 태우고

밖에 나가면 좀 나아질거라며 자기도 안타까워 한다

손녀딸을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에 데리고 갔는데

아이들은 하나도 없고 햇볕만 내리쬐어 노는 것도 힘이 들었다

조금 노는 듯 하던 손녀딸은 이내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도통

놀려고 들지를 않았다

 

짜서 먹는 요쿠르트를 먹인 다음 다시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며 혹시나 또래 아기들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지만 손녀딸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컨디션이

나아지질 않았다

 

 

어떻게든 기분을 낫게 해주려고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에 들러

우선 간단히 점심을 먹인 다음 동전을 넣으면 흔들거리는

모형 자동차에 태워주니 잠시동안은 흥미있어 하며

관심을 보이는지라 한숨을 돌렸다

 

 

가까이 살며 자주 보기라도 했으면 이럴 때 손녀를 봐주기가

좀 수월하련만 가끔씩 보는지라 낯이 설은 건 당연지사일테니

손녀딸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 싶어 더 애쳐로운

마음이 들었다

 

 

딸램이 올 시간이 다가오길래 다시 집으로 들어와 손을 씻기고

나니 다시 또 울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잘 먹는 포도를 주어도

영 시큰둥하면서 먹지도 않고 손에 쥐고 터뜨리기만 하다가

아예 접시를 들어 뒤집어 엎어 버리기 까지 하였다

 

졸리운지 눈을 비비며 다시 울길래 또 다시 업어주니

양손을 내 겨드랑이 속으로 쏙 들이밀고는 등에 엎드려

잠이 든 듯 조용해졌다

 

 

몇 시간을 손녀딸과 씨름을 하고 나니 나도 지쳤지만

손녀가 깰까봐 눕히지도 못하고 다시 돌려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딸아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목에서 계속 가르랑 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손녀의 얼굴을 내려다 보노라니 손녀도 고생, 딸램도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게만 느껴져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렇게 깊이 잠이 들었던 손녀는 현관문 자동키 누르는 소리에 언제

잤더냐 싶게 눈을 번쩍 뜨며 현관을 향해 \"엄마?\"하며 반색을 하여 내가 다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그렇게 깊이 잠 든 게 맞나 싶어서.....

딸램을 보자마자 가슴을 헤치고 한동안 젖을 빨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를 향해 비로소 처음으로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이제 안심이 됐다는 듯이.....

그 모습을 보자 나도 웃음이 다 나왔다

 

딸램과 손녀 손을 잡고 나를 바래다 준다며 집을 나오니

나와 딸램의 손을 양쪽으로 잡고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가 다 나온다

 

아직도 엄마 손길이 이렇게나 필요한 데 떨어져 보내야 하다니 내 가슴은 더욱 아려왔다

내가 가까이 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