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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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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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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수.


BY lala47 2011-09-22

오산집을 잠그어두고 일산에서 생활한지도 꽤 여러 날이 되었다.

쾌적한 아파트의 생활에 습관이 될까 겁이 난다.

내 집은 초라한 빌라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시월 십이일 언니네 이사 날까지 함께 있어주기로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주방 담당뿐이다.

아욱국을 끓이고 더덕을 무치고 호박나물을 만드니 식구가 모두 잘 먹어주어 다행이었다.

주방을 맡아주는 내게 언니가 고마워한다.

정리 정돈의 달인인 언니는 매일 짐 정리에 분주하다.

깔끔한 성격은 몸이 고달프겠지만 하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고만 좀 하지.\"

난 따라다니며 말린다.

저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하면 도대채 이삿짐 센타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고 타박을 주기도 했다.

 

결벽증이 있는 아버지는 매일처럼 방을 쓸고 계신다.

\"그만 좀 하시지..\"

이번에는 언니가 아버지를 말린다.

찬바람이 불면서 아버지의 건강이 다시 호전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항상 여름을 힘들어 하시다가 찬바람과 함께 일어나시는 경우가 벌써 몇해째다.

지병이 전혀 없는 노인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래도 이젠 갈것 같다..\"

매일처럼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믿지 않는다.

\"구십사세면 많이 산거지?\"
매일 아버지는 우리에게 물으신다.

반복되는 질문에 우리는 이제 묵묵부답이다.

 

혼자 사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지라 정확한 시간에 식사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자고 싶은 시간에 잠을 자고 먹고 싶은 시간에 먹는 내 마음대로의 생활을 벗어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소설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도 힘든 일이었지만 당분간 접기로 결정을 하고 돌아보지

않기로 한다.

올겨울에 첩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봄이 오면 무언가 결실이 있겠지..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에는 영화사를 하는 친구의 양평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가까이 해두어야 할 사람인것 같아서 먼길을 마다않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다음 날 강화에 다시 가면서 내가 무엇을 껄떡대고 있는가 잠시 회의가 찾아오긴 했다.

가능성을 바라는 마음은 버릴 수가 없어서 강화 바닷가에 서서 크게 숨을 들이켜보았다.

주여 길을 열어 주세요,.

나도 모르게 그런 기도를 했다.

희망은 있는 것인지 미지수지만 버릴수 없는 것이 그놈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어찌 살아갈 것인가 그것도 미지수다.

인간은 어쩌면 이런 미지수 안에서 무언가 찾기위해 안깐힘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