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제일 큰 형님 --큰 시누이님께서 시집 살이를 하시던 시절의 이야기다
비록 얼굴은 그다지 이쁘신 편은 아니지만
일을 척척 해내시고
음식이나 청소 빨래에 있어서는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시다
더구나 남자 한복을 잘 만드셔서
환갑이 훨씬 넘어서까지 집안에서 그일을 하시던 분이
시어른을 모시고 계셨으니
그 부지런함은 ...상상을 못할 지경이다
새댁 시절
생강 하나를 겨우 깍아 내고 있던 내 곁에서
생강을 마치 기계처럼 쓱쓱 손만 가면
몇 조각이라도 깍아내시던 분이다
===지금 에스비에스에 나오는 달인의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
무슨 일이든 척 척 척 해내는 며느리에게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고 싶은 게 시어머님의 특성인지?
상을 차려 내온 며느리에게
\"얘 ~ 짤 뻔 했다 \"
이렇게 말씀 하셨다는데 ...........
어느날 건이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표현의 절묘함에 감탄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요리에서의 정점은 간이다
사실 음식의 간을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왠지 2%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
더구나 사실 짤 뻔!!했다는 말은
아주 명확하게 말하자면
간이 딱 맞는다는 말보다는 아주 아주 소량이지만 짠 쪽으로 가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헌데 ....
우리의 혀는 간사해서 ..
바로 그 지점에서 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지도 모른다
아니 맛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된장 찌개보다 강된장이 여운을 남기면서 --물론 강된장은 객관적으로 맛이 짠?편에 속하지만 ==
더 맛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짤 뻔 했다라던가
한 술 더 떠서
조림류의 음식을 하는데 (감자 조림이나 생선을 넣은 무조림 )
조림의 국물이 알맞게 줄어 탈 뻔했다의 그 오묘한 경계선에 선 예술적인 입맛과
음식의 상관관계가 인간을 절묘한 혀의 감각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가끔
\"아들 지금 이 감자조림은 짤 뻔 탈 뻔 해서 너무도 맛있구나 !\"
하며 상에 올린다
불과 물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만한 조리와의 전쟁
늘상 하는 음식들의 오묘한 투쟁이 지금 다시 시작될 시점이다 (저녁 시간 )
좌우간 가끔씩 한국말의 기가 찬 표현에 놀랄 때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