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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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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뻔했다


BY 아리 2011-09-19

시댁의 제일 큰 형님 --큰 시누이님께서 시집 살이를 하시던 시절의 이야기다

 

비록 얼굴은 그다지 이쁘신 편은 아니지만

 

일을 척척 해내시고

 

음식이나 청소 빨래에 있어서는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시다

 

더구나 남자 한복을 잘 만드셔서

 

환갑이 훨씬 넘어서까지 집안에서 그일을 하시던 분이

 

시어른을 모시고 계셨으니

 

그 부지런함은 ...상상을 못할 지경이다

 

새댁 시절

 

생강 하나를 겨우 깍아 내고 있던 내 곁에서

 

생강을 마치 기계처럼 쓱쓱 손만 가면

 

몇 조각이라도 깍아내시던 분이다

 

===지금 에스비에스에 나오는 달인의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

 

무슨 일이든 척 척 척 해내는 며느리에게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고 싶은 게 시어머님의 특성인지?

 

상을 차려 내온 며느리에게

 

\"얘 ~ 짤 뻔 했다 \"

 

이렇게 말씀 하셨다는데 ...........

 

 

어느날 건이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표현의 절묘함에 감탄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요리에서의  정점은 간이다

 

사실 음식의 간을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왠지 2%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

 

더구나 사실  짤 뻔!!했다는 말은

 

아주 명확하게 말하자면

 

간이 딱 맞는다는 말보다는 아주 아주 소량이지만 짠 쪽으로 가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헌데 ....

 

우리의 혀는 간사해서 ..

 

바로 그 지점에서 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지도 모른다

 

아니 맛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된장 찌개보다 강된장이 여운을 남기면서 --물론 강된장은 객관적으로 맛이 짠?편에 속하지만 ==

 

더 맛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짤 뻔 했다라던가


한 술 더 떠서


조림류의 음식을 하는데 (감자 조림이나 생선을 넣은 무조림 )


조림의 국물이 알맞게 줄어 탈 뻔했다의 그 오묘한 경계선에 선 예술적인 입맛과

 

음식의 상관관계가 인간을 절묘한 혀의 감각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가끔

 

\"아들 지금 이 감자조림은 짤 뻔 탈 뻔 해서 너무도 맛있구나 !\"

 

하며 상에 올린다


불과 물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만한 조리와의 전쟁


늘상 하는 음식들의 오묘한 투쟁이 지금 다시 시작될 시점이다 (저녁 시간 )

 

 

좌우간 가끔씩 한국말의 기가 찬 표현에 놀랄 때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