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사는 친구와 조조할인 영화관에 갔다.
관람료가 오천원이라는 사실이 기분을 가볍게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상당히 경제적인 인간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기특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가난한 것이다.
그래서 기특하다기보다 서글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작부터 이렇게 몇천원에 신경을 쓰면서 살았더라면 지금쯤 부자가 되어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부자가 아닌 것이 서글픈 것인지 옹색한 것이 서글픈 것인지 암튼 그렇다.
\'통증\'이라는 권상우 주연의 영화는 보는 내내 가슴 한켠이 싸아하고 아팠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 끈끈한 정이 있고 그 안에 싹트는 절절한 사랑을 보면서
세상 어느 구석에도 아름다움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 아름다움이 슬펐다.
장면 하나 하나에서 절절한 슬픔을 느꼈다.
슬픈 영화구나..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면 내 마음 가득히 슬픔이 있었던것일까..
권상우와 정려원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베드씬에서 그들의 외로움을 보았다.
섹스도 슬플 수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볼수 있었다.
그리해서 행복해질수만 있다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이런 아름다움을 삽입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왜 아름다움이 슬픈걸까..
\"너 장어 먹어?\"
친구가 점심으로 장어를 사주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함께 보낸 친구와는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혜화동과 명륜동을 드나들며 뛰어 놓았다.
한약방을 하던 어떤 친구의 아버지의 약설합을 몰래 뒤지던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훔쳐먹은 계피가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웃었다.
초등학교 소풍날 이야기도 빠트릴수 없다.
이야기 속에는 어린 우리들이 있고 우리들의 젊은 엄마들이 있다.
어느새 그때 엄마들보다 늙어버린 우리들이지만...
친구가 그 시절의 나의 엄마를 흉내 내어서 큰소리로 웃었다.
추억 안에 엄마는 멋쟁이였다.
멋쟁이 엄마를 요양원에서 돌아가시게 한 나의 불효를 잠시 후회했다.
얼마나 슬프셨을까...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할까..
내 죽음앞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자세로 임할까..
갑자기 그런 것이 궁금해졌다.
오랫만에 먹는 장어가 맛있었다.
언니랑 아버지도 장어를 좋아하시는데...
사드릴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음식점 명함을 챙겨왔다.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다.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슬퍼하면서 살기로 한다.
언젠가는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은 날이 오리라는 막연하고 황당한 꿈을 꾸면서
오늘은 슬퍼하기로 한다.
그래.
오늘은 슬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