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밤에 잠 잘 자고 일어난 내 얼굴이 좀 이상타.????
울퉁불퉁 벌겋고 가렵고 보기 민망할 정도다.
아니~ 이 나이에 또 수두를?
온 몸을 가만가만 살펴보니 세상에나~
모기란 놈이 내 온 몸을 작살을 내 놨다.
얼굴에만도 열 댓방
팔이며 발목까지 수십군데를 물어놨다.
얼마나 깊이 잠 들었으면 이렇게 물리도록
단 한번 깨지도 않고 아침까지 잤을까?
같이 일하는 동료는 나보고 미련해도 어찌 이렇게도 미련하냔다.
한두군데 물리면 가려워서라도 깰건데
얼굴을 짓씹어놔도 안 깨고 잘 잤냔다.ㅋㅋㅋ
세수를 하면서도 얼굴이 좀 가렵네......
요즘 이불빨래 하느라 햇볕에 자주 노출되서
땀띤가???
그 정도???
낮이되니 점점 부풀어 오르는데 영...거시기하다.
마치 수두를 하는 어린애 얼굴같다.
눈가며 볼 부분 그리고 턱이며 목부분까지
아주 마음 놓고 골고루도 먹고갔네.
얼굴도 모자라 발목까지 .
이녀석들이 침대 모서리에 숨어있었을까?
한 여름에도 없던 모기들이 어디서 나왔을까?
낮에는 안방 창문 앞을 지나다가 기절할 뻔 했는데...
옥상에 볼일이 있어서 안방 앞을 지나는데
어째 좀 이상한 소리가 나는거였다.
윙~윙~윙~윙~
붕~붕~붕~붕~
기계음은 아닌데 하고 스치는 생각은 ....날개 부딪는 소리다!!
순간 섬뜩했다.
작년에 안방 창문 밑에 달렸던 축구공만한 말벌집을 제거 했었는데
이놈들이 또야??
몸을 납작하게 낮추고 소리나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으악.......
이건 또 뭐냐구???
작지만 확실한 내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저런 커다란 말벌들이 한꺼번에
저만큼이나 떼지어 붙어있냐구~~~
안방 창문을 새까맣게 덮은 말벌들이 내는 소리가
마치 비행기가 저공비행할 때 내는 소리 같았다.
안방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서 창문을 뚫을 듯한 기세다.
멀찌감치 물러서 있기는 했어도 다리에 힘이 쭉..빠졌다.
어찌 거실까지 돌아서 가냐가 문제였다.
일단은 벌들이 날 봤을건데 어쩌지?
왜 그 동안은 내가 벌떼를 못 봤을까?
조심조심 조용하게 말벌들을 흥분 시키지 않는 수준으로
살금살금 현관까지 도착해서는 걸음아 날 살려라~
후다닥......
신발이 거실로 따라 들어오고 시끄리덤벙.
평소에는 많이 침착한 편인데 말벌한테 한번 쏘이고 난 경험이 있은 후라
거실로 뛰어 들어감과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빨리 에프킬라 가지고 안방 창문으로 가봐요~!!\"
호들갑스럽게 뛰어 들어오는 아내가 이상했던지
얼른 나가 보는 남편.
남편도 놀라서 들어왔고 날 더러는 방에 가만 있으란다.
마침 집에는 에프킬라가 다 떨어져서
5분 거리의 면소재지로 달려가서 사 왔다.
한두마리여야 말이지.
새까맣게 들러 붙어서 붕붕대는데 소름이 쫘악 끼쳤다.
만약에 내가 또 모르고 비 소식에 창문을 닫으려고 했더라면
그 놈들이 일제히 날 공격~~~
내지는 안방으로 날아 들어왔더라면???
그 뒤 상상은 하지 않으련다.
추석에 양가 어르신들도 못 뵙고 우리 애들도 못 만날 뻔 했다.
어쩌자고 그 많은 녀석들이 창문을 점령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추녀끝에 매 달아 놓은 풍경 종 안에도 말벌들이 집을 지어놨다.
그래서 미풍에도 맑고 높은 소리로 뎅그랑대던 풍경소리가
태풍급 바람에도 벙어리가 되었나 보다.
에프킬라로 급히 일단락은 지어놨지만
또 몰려 올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기한테는 미련곰탱이 짓을 했지만 말벌들은 그 차원이 다르다.
퉁퉁 부어오르고 아프고 열나고 가렵고...
안 당해 본 사람들은 그 기분 이해하지 못한다.
봉침은 약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말벌은 아니다.
내일 아침 안방 창문을 조심조심 내다 봐야겠다.
없겠지?
없어야지.
애들도 온다는데 오지마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