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나
필리핀도 오지에 사는 원주민이나
베트남에서도 문명의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사는 남자.
그런 남자가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행사 중엔 그런 손님들도 잦으니....
유난히 하~이~얀~치아를 드러내고 씨~~익~~
웃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거기다가 눈웃음까지?????
평소에는 밥하고 요리하는데 불편해서 안경을 안 끼는 눈이라
흐릿한 시야에 다가오는 이 순하게 웃는 남자가 누구랴?
두 팔을 벌리며 날 포옹하려 드는 이 자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 날 기세로 눈을 모아 마주 본 이 남자.......
뜨악~~~!!!!!
막내다.
내 아들이다.
어디서 낯선 남자가 오나 싶었더니 세상에나~~
완전 새까맣게 굽히고 바짝 건조된 듯한
말라깽이 원주민이 내 막내 아들이라니????
껑충~~하니 키만 더 컸질않나?
치열교정을 끝낸 가지런한 치아만 유난히 하얗고
눈동자만 커다랗고 흰부분이 더 희어진 아들이다.
여름방학을 하고 바로 실내수영장에서 알바를 한다며
집에는 하루만 잠깐 다녀가더니
그동안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을 번갈아 다녔단다.
실외 수영장 알바생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는 바람에
실내팀이 실외까지 지원 근무를 하다보니
뙈약볕에서 여름 내내 물에 잠겨 생활했단다.
유니폼을 입는 이 외 아무것도 몸에 걸치질 못해서
햇살에 노다지 노출된 피부는 허물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피부 속 수분까지 다 말라 버린 듯 바짝 마르고 아주아주 새까맸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수도 없이 잡히고 터진 자국이
피멍처럼 온 발바닥을 다 헤집어놨다.
안 스럽고 안타까워서 너무 힘들면 그만두지 그랬냐니까
한번 일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해 주고 나와야지
도중에 그만두면 남은 팀원들이 힘들어 할까 봐
끝까지 해 주고 오느라고 그랬다니 참....
원래는 실내팀으로 배정받고 일하기 시작했는데
실외팀원들이 도중에 너무 많이 그만두는 바람에
실내팀인 아들이 지원 근무를 나가면서 일이 그렇게 됐단다.
아프리카 원주민이라 해도 믿을만큼 반들반들 새까만 아들
어깨며 등짝은 허물이 술렁술렁 벗겨지기 시작했다.
수능을 끝내고 횟집 알바도 끈기있게 착실히 잘 한다고
사장님이 칭찬해 주시며 회도 자주 주시곤했다.
늦은 밤 시간
거의 12시가 다 되어야 마치는 고된 알바였지만 입학하기 바로 전 까지 하던 녀석...
한번 일을 시작하면 약속은 꼭 지켜주는 아들이다.
알바해서 등록금을 보탤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일 한 돈으로 엄마아빠 선물도 빵빵하게 해 줬고
제 용돈을 쓰던 아들인데
이번에도 두툼한 봉투를 내 밀었다.
차마 ...
차마 그런 몰골로 번 돈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도로 내 밀었다.
꼭 필요 한데 쓰라고.
그런데 아들이 더 완강하게 도로 디밀었다.
엄마아빠한테 이렇게 용돈 드리고 싶어서 힘들어도 참고 했다고.
여름 휴가 가셔서 좋은데 주무시고 맛집 순례하며 사 드시라며.
허물을 벗으며까지 일한 돈인데 내 어찌 쓸까.
횟집 알바 때는 나 몰래 비싼 옷을 덜렁 사 왔으니
도로 물을 수도 없었으니 조심조심 아껴가며 입고 다녔지만
이 번 수영장 알바는 두둑한 현금봉투가 들어 왔으니 저금을 할 작정이다.
내 이름으로 저금을 해 두고 아들이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을 무렵까지
내가 용돈도 좀 넣고 중간에 보너스나오면 조금씩 절약해서 좀 보태고
큰 돈은 아니겠지만 아들이 군에 갔다오고 복학 하기 전에
여행이라도 좀 다녀 왔으면 좋겠다.
수능을 마치고 제 친구들은 일본여행도 다녀오더라며 부러워했었다.
둘째의 복학이 같이 되는 바람에 친구들하고의 여행에 동참하지를 못했는데
종잣돈이 생겼으니 조금씩 보태뒀다가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좀 더 먼 나라까지라도 한번 다녀 오라고 하고 싶다.
오늘도 충청도에 있는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이른 아침에 떠나는 시골버스라 아침 밥도 못 챙겨줘서
가다가 차비하고 밥 사 먹으라며 돈을 주니 안 받았다.
알바한 돈이 아직 넉넉하니 알아서 잘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남편은 충청도에 모이는 친구들 다 데리고 내려 오란다.
아빠가 불고기파티 한번 해 주마고...
아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픈가보다.ㅎㅎㅎ
내년 초면 군 입대를 한다는 아들이다.
언제 이만큼 컸나 우리 막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