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73

끙끙 앓다가...


BY 수련 2011-08-12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건망증에서 치매로 넘어간지가 몇해째 되는것 같다.

 

1단계에서 2단계를 지나 치매 3단계로 접어들지 싶다.

딸이 지난 달에 집에 다니러 왔다가 지 물건을 떨어뜨리고 가서 택배를 보냈다.

보내는 김에 반찬 몇가지를 아이스팩에 넣었다.

내 머리속의  저장고를 열어 야무지게 주소를 썼지만

호수를 잘못 기재했는지 전화는 왔는데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딸의 성화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2003호인데 2001호로 배달했단다.

마침 2001호가 휴가를 갔는지 집에 없단다.

그 아파트는 무인락카가 있는데 사람이 없으면 각 호수의 락카에 집어넣고 간단다.

열쇠가 있어야 열수있다나.

 

사흘째 그 집 주인이 돌아와서 물건을 찾았는데

반찬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단다.

우째 그런일이..ㅜㅜㅜ

비싼 한우고기로 만든 장조림.

밭에서 깻잎을 따서 만든 반찬.

자잘한 감자를 일일이 껍질을 벗겨 조림을 했는데.......

미치고 폴짝 뛰겠다.

 

누굴 원망하랴.

 

엊그저께 아들이 꾹 누르는 소리로 전화를 했다.

\'엄마 택배주소를 어떻게 적었어요? 택배기사하고 한바탕 했어요,

주소를 바로 쓰시지않고..참 내\"

으잉 이건 또 무슨소리?

 

손녀가 다녀가고 먹다남은 하지감자를 보내면서 박수가 너무 텅 비어

며늘이 비싸서 못사먹는다는 백도와 사과, 자두를 넣어 아들집으로 택배를 보냈다.

손녀가 한달동안 있으면서 매일 감자를 삶아주니 어찌나 잘먹던지..

남편도 나도 감자를 잘 안먹어서 남은걸 보냈는데

또 주소를 잘못 적었나보다.

이번에는 105동을 101동으로 썼단다.

우째 이런일이...ㅜㅜㅜ

 

아들에게 미안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지경이다.

문자를 보냈다.

\"미안, 너거 옴마 치매 3단계로 가는갑다.

인자 갈때가 다 되었는지 기억이 저장이 안되네ㅜㅜ\"

 

어제는 또 밤새 끙끙 앓았다.

탁구장에서 어떤 아줌마가 모기퇴치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밭에 갔다오면 온몸에 모기가 습격을 해서 물파스를 손에 들고다닌다.

약국에서 모기가 몸근처에 못오게 하는 스프레이를 사서

뿌리는데 그 냄새가 지독하기도 하고 인체에 해롭다해서 있어도 잘 안뿌렸다.

 

테레비에서 봤는데 전혀 무해하고 주변에 모기,벌레가 접근안한다기에

귀담아 듣고 집에서 조제를 하려는데 한가지가 영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물, 맥주,?. 세가지를 같은 양으로 희석해서 스프레이를 하면 좋다는데

도대체가 기억이 안나니 미치고 폴짝 뛰 노릇이었다.

 

자다가도 일어나 그 한가지가 뭐였지? 간장인가?

화장실에 가서도, 소금이었나?

물먹으러 가서도, 식초?

괜히 싱크대를 열어 비숫한 게 있나 살펴보아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날이 밝고 탁구치러 올 시간  11시가 되자 부리나케 탁구장으로 갔다.

저기 그여자가 보였다.

\"어제 무엇무엇 섞어라고 했어?\"

\"녜? 난 암말도 안했는데?\"

\"으응? 그럼 누가??\"

옆에있던 그 아줌마가
\"ㅎㅎ 언니 제가 말했잖아요\"

\"어머머. 이제는 사람도 구분못하네\"

\"물,맥주,가그린을 같은 양으로 희석하라구요\"

<가그린>

 

아. 미치겠다.

 

날이 갈수록 기억의 저장고에 구멍이 뚫린다.

 

진짜 저 세상으로 갈때가 되어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