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갑던 일요일
다운타운 거리를 바삐 걷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민 오는 친구대신 사업체 계약서를 수정하는 일로
머리가 복잡해서
골똘히 생각하며 넋 놓고 걷고 있는데
한 남자가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곁에서 걷고 있었다.
“너 패션이랑 참 잘 어울린다…”
“귀걸이가 참 예쁘다”
“오늘 특별한 일이 있니? 바쁘지 않으면 잠깐 이야기 할까?”
사람 머리도 복잡한데, 왜 이렇게 바짝 붙어서
연애질이야…
약간은 짜증스러운 생각에 흘깃 돌아보니 아랍계 젊은 남자다.
그 옆에 여자친구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알 바아니고
나는 여전히 할 말을 정리하기 바빠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남편은 한 발 앞서 저만치 가고 있다.
“오늘 날씨도 정말 좋지? 햇살이 이쁘지 않아?”
어째 하는 말이 전부 의문형으로 들렸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나?
어느 순간 남자가 어깨를 스치듯 바짝 다가서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보았더니
남자는 내게 말을 하고 있었다.
“머? 나? ”
“응. 너 걷는 모습이 예뻐. 귀걸이가 정말 잘 어울리네”
“응……머? 귀걸이?”
“그래… 귀걸이가 잘 어울려…”
마치 잠에서 막 깬 사람처럼 얼리버리한 표정으로
엉거주춤하는데 귀걸이를 어디서 샀냐고 물었다.
“응 한국… “
“아, 한국에서 왔니?”
“응…”
그때 앞서가던 남편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며 섰다.
“누구지?” 하는 표정의 남편에게
귀걸이가 예쁘다네…. 설명하려는데
화들짝 놀란 남자가 먼저
“귀걸이가 이쁘다고 ….. 코리아에서 샀다고 …. 그것 물어 본거야…”
그리곤 휙 뒤돌아 서서 가는데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다가 생각해보니
그 남자가 하는 말들이 여자친구와 나눈 게 아니라
내게 했던 말이란 걸 알았다.
뒤에서 ‘아가씨’ 하면 ‘나 아니겠지’ 돌아보지 않다가
‘아줌마’ 하면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것처럼
예쁘다…. 좋다…. 뭐 이런 말이 일단 나에게 해당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거는 일은 왜 나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는지
내 걸음에 보조를 맞추며 한참을 따라 붙으며 말을 해도
멍하게 앞만 보고 걸었을 생각을 하니 얼마나 바보팅이 같았을까.
ㅋㅋ
하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이란 말이라도 하지 말걸….
얼마나 한국 아줌마가 멍~ 때리는 여자인줄 알까…
후회해도 늦어버린 오후, 커피숍에서 찬물만 냅다 마셨다.
외국남자들은 키 작고 머리 길면 무조건 하이틴인 줄 아는
그거 하나는 고맙다. 짜슥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