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위와 큰딸램한테 전화가 들어와 있는 걸 몰랐다
일을 할 땐 진동으로 해놓는 탓에...
점차 몸이 무거워 지는 큰딸램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전화를 해 보았다
사위가 안부전화를 했다며 큰딸램의 건선이 자꾸만 악화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벌써 9년전이다(딸아이가 벌써 29살인걸 27살로 깜빡했네여)
건선이라는 난치병이 발병한 게...
한 여름에도 반팔은 물론 시원하게 몸을 드러내는 건
생각도 못하고 지낸 지가 벌써 그렇게 오래 된 것이다
처음 건선이 생겼을 때를 되짚어 보니 아마도 첫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갑자기 온몸을 뒤덮으며 시작이 된 것으로 기억이 된다
여상을 나와 회사생활을 시작했는데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경리업무를 하다보니 숫자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었던 걸
이 무심한 엄마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병원(양방) 저 병원(한방) 안 다녀본 데가 없고, 좋다는 방법은
민간요법까지 안 해 본 게 없는데 차도가 없고, 좀 나은 듯 하다가도
다시 성이 나서 머리속부터 온몸을 뒤덮는 건선의 고통은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발진처럼 빨갛게 된데다가 가렵기까지 하니 사람 미치는 것이다
요즘은 몸도 무거워지는데 직장까지 다니느라 출퇴근에 시달리고
업무에 지치고, 살림하느라 힘겨워 그러려니 싶으니
내 마음이 다 짠해지고 아프다
사위 말이 출산휴가를 9월부터 당겨서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얘길 한다
정말 내가 대신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런 고통을
하루라도 후련히 벗어나게 해주고만 싶다
자랄 때도 내 속 한 번 썩인 적 없고, 늘 속깊은 맏딸로
자신보다 동생과 엄마를 챙기기에 바빴던 큰딸램의 이런 고통이
내 가슴을 더 저미는 듯 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속시원한 치료법이 없으니 그게 더
속이 탄다
나은 듯 하다가도 보란듯이 다시 재발하곤 하는
건선이 제발 큰딸램에게서 물러나길 간절히 바램해 본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더 속이 상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속상해 할까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내는
그 마음이 더 안타깝기만 하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