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소래습지는 걷기에 참 좋더군요
해당화길을 걷는데 하얀 왜가리인지 한쌍이 개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풀냄새가 향기로웠습니다.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운전중인지라 내가 받았는데 아들 이름이 뜨더군요 그런데...시현이가 (막내손녀)
\"할머니, 제가 오늘 생일인데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 아빠를 낳아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날수가 없자나요.\"
\"오, 그렇지\"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아빠를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꼭 전해주세요\"
\"오 그래라\"
\"그런데요, 할말이 하나 더 있어요\"
\"뭔데...?\"
\"오늘 학교 끝나구요. 수림공원에서 고기 사 주세요\"
\"오 그래. 그러자. 그럼 엄마에게 꼭 말해라 수림공원에서 저녁 먹자고\"
\"예. 감사합니다.\"
엊그제 생일 축하로 거금 송금해주었는데 또 저녁에 고기를 사주어야 한다
이중부담이 가계에 수월치 않은 영향을 미칠텐데
어떤 할머니가 이렇게 귀여운 막내 손녀에게 부담스럽다고 거절을 할 수 있겠는가?
집에 와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무래도 맹랑해서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며느리의 친정엄가가 수술을 해서 정신이 없을 며느리에게 위로도 할겸
\"안그래도 어머니께 전화드릴려고 했어요\"
\"왜?\"
시현이가 아침에 학교가면서 \"학교 공부 끝나고 수림공원에서 고기 먹기로 했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오신다고 했는데 고기는 엄마가 사야겠지?\"
그렇게 말하고 학교에 갔다고 한다
도대체 그 말이 무슨말인지 궁금해서 전화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일단 시간 조정을 해서 저녁 6시 시현이네 가족이랑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건 완전히 시현이가 만든 미팅이다.
두 집 어른들이 시현이에게 오늘 완전히 조종당한 날이다
자기 생일파티를 아빠 전화를 가지고 완벽하게 컨설팅 해낸 시현이
이 다음에 커서 무슨 일을 어떻게 저질러서 세상을 놀라게 할런지 기대가 된다
생일 축하금 이중부담. 그래도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