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철수는 큰 딸네가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다.
두 눈이 각각인 철수.
한쪽 눈은 아주 파랗고 한쪽 눈은 갈색인 신비로운 녀석이다.
희귀종이라 했다.
털색은 아주아주 새하얀....
그냥 바라만 보고 있거나 품에 안겨 있으면 탐스럽고 귀여운 녀석이다.
조용조용
발자국 소리도 없이 온 집을 헤집고 다니고
높은데 올라 가 있는 집기들을 살짝살짝 밀어뜨리는 재미로 사는 녀석이다.
유리잔을 몇 개나 깬 녀석이기도 하다.
사람이 다니는 동선마다 은근슬쩍 따라다니며 야아옹~~~
바짓가랑이에 기대어 몸을 부비며 애교를 떨기도 한다.
발라당 뒤집어지기도 하고.
작은 실뭉치를 던져주면 두 앞발로 요지조리 굴리면서 혼자서 축구놀이를 하듯
거실을 뛰고 달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러다 싫증나면 컴퓨터 자판 위를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도도하게 걸어다니기도 한다.
뭔가를 검색하기라도 하듯 모니터 화면을 옆눈으로 봐 가면서...ㅎㅎㅎ
그런 철수를 큰딸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시골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다.
큰딸은 대학을 동물관련학과를 다녔기에 동물들을 훈련도 곧잘 시켰다.
그리고 건강하게 잘 키우기도 했다.
애완동물이 아무리 귀엽고 큰 즐거움을 주는 상대라 해도
출산을 앞 둔 임산부한테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 내 결론이다.
깔끔을 떨고 유난을 떨어도 여기저기 나뒹구는 고양이 털들.
고양이 전용 화장실에 비싼 고양이 나무톱밥 모래를 깔아 준대도 지린내는 나기 마련.
높은데를 좋아하는 고양이 본능을 고려해서 켓타워라고 요란한 고양이 놀이터까지.
사위가 더 좋아하는 고양이라 페키니즈라는 강아지랑 같이 키우던 걸
임신소식과 함께 둘 다 가차없이 시골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시간에 태교를 더 열심히 할 것과
개와 고양이한테 들어가는 소소한 경비로 출산 할 새생명에게
옷이든 장난감이든 손수 만들어 주라고 했다.
큰딸은 손으로 뭘 만드는 일을 썩 잘 한다.
느리긴 해도 바느질이 꼼꼼하고 도안을 잘하는 편이다.
벌써 애기 배냇저고리를 다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나중에 손싸게랑 발싸게까지 완성되면 구경시켜 줄거라나??ㅎㅎㅎㅎ
새 생명을 기다리면서 엄마 될 사람이 개나 고양이한테 시달리다가
이 무더운 날 짜증이라도 낼까 봐 일찌감치 시골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다.
애완동물이야 나중에 애기가 어느 정도 크면 다시 키워도 되지만
신생아가 있는 집안에 개나 고양이 털이라도 날릴 까 봐 내가 더 걱정 된다.
오래 된 이야기지만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실치는 않은 이야기 하나.
모 연예인의 아들이 죽었는데 직접적인 사인이 애완동물의 털로 인한 사망이라고....
그 연예인의 집 안에 대형견들을 키웠었더라고 했다.
굳이 대형견이 아니더라도 강아지나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진다.
자주 목욕을 시키고 진공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갓난쟁이는 주로 누워있고 좀 자라면 기어다니고 뭐든 입으로 확인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번도 아닌 그 동작에서 애완동물 털이 목으로 넘어간다고
가정하니 내가 다 오싹하다.
처음 좀 섭섭하고 말지 두고두고 그 번거로운 일을 어찌 감당하겠냐고 설득했다.
애완둥물 키우는 일을 근처에 사시는 딸의 시댁에서도 싫어하시는 눈치라 했다.
그럼 더더욱 안될 일이지.
둘 다 섭섭한 마음이었겠지만 현실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대니 수그러 들었다.
나중에..
애기 어느 정도 자라고 말귀 알아 듣게되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
요즘은 애완동물 진료비에도 부가세가 붙는다는데
이 기회에 다시는 안 키웠으면 좋으련만...
한번 정들이기가 쉽지 정들고 나면 떼기는 참 어렵다.
말똥말똥~
쫄래쫄래~
갸우뚱갸우뚱~
앞발도 주고 빵~소리에 죽는 시늉으로 뒤로 발라당 드러 눕기도 하는 귀염둥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뒤 돌아서서 두 발로 벌을 서 있기도 하는 녀석.
알발로 하이파이브도 곧잘 하던 녀석인데....
몇가지 말귀를 알아듣고는 물건을 집어오는 영특함까지.
그런 애교쟁이들을 막상 떼 놓으려니 섭섭했던 모양인지
처음에는 저녁마다 애들 어떻게 지내냐고 전화질이더니 이젠 뜸...하다.
오히려 내가 보고하는 형국이다.ㅋㅋㅋㅋㅋ
철수는 어떻고 찌양이는 어떻고.....
그새 잊은거야?
그래 잊으라.
이 엄마가 아예 마당 개 마당 고양이 만들어서 잘 키우고 있단다.
좁은 아파트에서 맘 졸여 살던 애들이 아니라 너른 마당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유를 만끽하는 야생동물이 다 되었구나.
아마도 이런 환경이 얘들한테는 더 나을거구만.
길들여지지 않은 원초적 야생은 아니지만 길들여졌었던 과거형이지.
앞으로는 그냥 방생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짖고 달리는 부분적 야생을 누리게 하자.
넌 애기나 건강하게 잘 키울 준비나 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