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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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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11-07-17

요즘 비가 억수같이 하늘이 정말 구멍이 뚫인것처럼 내리 쏟아집니다

캄캄한 대낮에 장맛비는 호랑이 같이 무섭습니다

봉당에 길 고양이 밥을 만들어 놓고 기다립니다

마당 가운데 나무 계단에 새 먹이 땅콩은 빗물에 짓물러 새들은 찾질 않습니다

아주 좋고 큰~우산으로 모든걸 가리고 싶습니다

아주 어릴적 작은 기집애 외갓댁은 엄청 부자였습니다

집도 아주 새로 지어 깨끗하고 방도 넓고 많았습니다

나무계단을 안에서 설치해서 오르고 내릴때 삐~거덕 거리지만 니스칠로 노르스름하게 만들어 놓고 손 잡이는 끝은뽀족하고 바로밑은 둥글게 다시 아가씨 허리처럼 잘룩하게 모양을 내서 잡기도 좋고 보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어린 기집애는 그 꼭지 나무를 늘 만지고 비비고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그게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외갓댁 사람들이 있을땐 한 번도 그곳을 만지지않고 지나쳐갔습니다

오르내림에 외갓댁 아이들은 마구 뛰어 오르내렸지만 어린 기집애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그럼 안된다는게 몸에 베어 있었습니다

외갓댁 사람들한테 아주 작은 먼지 같은거라도 흉잡히거나 욕을 먹으면 안된단걸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가난해서 밉고 또 귀찮아 한다는걸 알아버렸습니다

2층으로 올라와서 그 기집애는 주르룩 번쩍 번쩍 빛나고 멋진 주방기구들이 있고 삶은 계란도  이쁘게 자르는 기계가 있고 한국 도자기가 꽃혀있는 선반이 있고 그옆으론 컵만 꽃아놓는 곳이 설치 되어 있으며 찻잔도 있는 그리고 그 옆으론 정말 크고 멋진 냉장고도 있습니다  냉장고 위엔 이름모를 화초가 주루룩 잎이 늘어져 있는 씽크대로 달려 갑니다

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엄마가 그랬습니다

\"옥아 외갓집가거든 아무거나 건딜지 마라 혹여 깨지면 ㅡ큰일난다 그집은 다 비싼 물건들이라 한번 망가지면 우리 망한다\"

항상 그 아이는 그 말을 매번 갈때마다 생각하기 때문에 외갓집가면 물도 수도 꼭찌 틀어서 바가지로 받아 마십니다

그리고 아무거나 만지거나 들여다 보거나 하지않습니다

외갓집엔 까스가 설치 되어 있었는데 그게 너무 부러웠습니다

아이네 집엔 진흙부뚜막으로 연탄불입니다 그것도 연탄아끼려 불 구멍을 꽉~막아서 한번도 구멍이 얼마나 큰지 확인도 안해본 부엌이고 천장은 나무로 엮어 진흙을 붙여나서 늘 진흙이 떨어지고 밤이면 박쥐들이 드나들면서 똥도 싸고 머라고 찌찌 거리기도 하는 부엌에 비하면 정말 하늘꼭대기 선녀들의 생활 입니다

거기서 일하면 하나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물도 있고 불도 있고 따뜻한 물도 나오고 한번도 구부리고 보는게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집애는 한번도 따뜻한 물을 써보질 못했습니다

화장실도 변기 라서 기집애는 외갓댁에 가면 화장실 가고 싶을때 마다 그 변기 화장실을 만져보고는 화장지를 두루루 끊어서 아랫층 화장실로 갑니다

거긴 재래식으로 만든 화장실 입니다

외숙모가 말씀하십니다

\"얘 머러 급하게 뛰어서 아래층으로 가니 여기도 화장실이 있는데 ㅎㅎ\"

그 여자 아이는 그저 웃습니다

거실엔 아주 멋진 악어 입 벌리고 있는것처럼 색깔도 나무색으로 싸인 큰 쇼파가 있습니다

손잡이도 위 아래 계단의 손잡이처럼 멋지게 생긴 쇼파 입니다

늘 사람들은 거기 앉아서 티비도 보고 과일도 먹고 화초 도 들여다 봅니다

참고로 우리 외숙모는 얼마나 화초를 좋아하고 잘 기르시는지 외갓댁에 가면 언제나 은은한 꽃집처럼 향기가 풍깁니다

여자 아이도 그 쇼파에 앉아서 먹고 싶고 구경도 하고 싶지만 안되기 때문에 한번도 그래보질 못했습니다

다 크도록 편하게 앉아보질 못 했습니다

외숙모는 늘 잔잔한 웃음으로 날 대해 주었고 어딜 지나가다 외갓댁을 처다보면 자주 외숙모 의 손 흔들어 주는 모습을 뵙곤 했습니다

외 숙모는 내가 시집올때 그때 돈으로 이불을 다 해주었습니다

좋은 솜으로 이쁜 색으로 비싼 천으로 이불을 맞춰 주었지요

결혼한지28넌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불이 몇개 남아서 풀을 먹여 쓰여집니다

너무 가난해서 너무 가까이 살았기에 늘 난 외갓집에서 일으 해야 했고 엄마가 장애인이라 그 엄마 몫까지 난 다 해야 했습니다

일하고 맛있는것도 한번도 맘 놓고 못 먹어보고 커버렸습니다

지금도 외갓집은 근처에 있고 엄청 부자 입니다

난 외갓집처럼 부자인 집을 구경을 못해봤습니다

티비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집이나 음식을 보면 더 얼마나 잘 살면 저렇게 살아가나 싶습니다

하지만 난 지금 행복합니다

늘 밥이 있고 먹고 싶은거 먹을수 있으니 정말 이보다 더 행복할순 없습니다

지난날의 기집애 생각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지만 후회는 아닙니다 지금은 부자는 아니어도 만족하고 살으니 난 외갓집 음식이나 쇼파나 계단 손잡이도 화장실도 부럽지 않습니다

비가 너무 쏟아져서 처마밑에 빗물이 새니 외갓집이 부럽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