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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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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가 아내에게 남기는 것은....


BY *콜라* 2011-07-13

, 위니팩 안 가기로 했어!

 

밴쿠버에서 자동차로 23, 비행기로도 5시간을 가야 하는 위니팩에 사는

절친을 만나기 위해 항공료 700불에 티켓 예약을 하고 

기독교 서점에서 신앙서적을 구입하며 친구를 만날 기쁨에 들떠 있던 K집사님. 

출발하기 하루 전 갑자기 취소했단다.

 

 

-갑자기 왜요?

-아니야 그냥 안 가기로 했어. 내 친구랑 싸웠어

-왜 싸웠어요?

-몰라 그냥 다음에.. 다음에 말해 줄께. 모른 척 해……

 

나이 먹은 아줌마들이 쌈질은. 그리고 잊었다.

 

어제 산책하기 위해 함께 바닷가를 거닐던 K집사님.

그때 싸운 친구가 한 달 만에 사과를 했다며 비로소 그날 싸운 이유를 들려줬다.

이야기를 꺼내려다가 한 숨을 두 어번 쉬더니 칵칵 소리내며 웃다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 뜸을 들였다.   

 

-사실은 그 싸움이 콜라때문이었어 아니 때문이라기보다

자기가 껴 있어서 내가 말을 할 수가 없었고 황당해서 설명하기도 어려웠어

 

깜짝 놀랐다

환불되지 않는 저렴한 표를 구입하는 바람에 휴지가 되어버린 비행기표 80만원에

선물로 전해주려고 샀던 기독교서적까지 100만원이 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약속을 취소했던 싸움에 내가 개입되었다는 말에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만나기로 사람은 캐나다로 이민 후 처음 정착했던 도시에서 사귄 절친이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도 두 분은 수시로 통화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전했다고 했다.   

 

- , 내가 밴쿠버에 와서 정말 어려울 때 사귄 사람이 있어. 우리보다 나이는 어린데

발도 넓고 다방면에 지식이 많아서.....가게 매매뿐 아니라 아들 진로에도 상담해주고 .....

친구같이 지내고 있어.신앙심도 깊어서....등등등

 

, 집사님이 \'어려울 때 위로받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것이 요지였다. 

그래서 “이번에 너의 집에 내가 묵는다면 그 부부도 함께 머물러야 한다.는 말에

넓은 집에 사는 친구는 청소하기 힘들고 안 하면 챙피하니까 손님은 좀 그렇다고 했고

집사님은 흔쾌히 조카네와 후배 집에 머무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런데 출발하기 하루 전, 급히 나가야 할 시간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 , 너 오면 그 콜라집사는 우리 남편한테 소개시키지 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함께 다니다가 만나면 인사하게 될지는 모르지

-절대 인사 시키지 마.

-누가 인사 시킨대? 너가 그렇게 싫으면 나도 네 남편 안 만나면 되잖아.

-그리고 교회도 우리 교회 데리고 오지 마

-그건 그 부부가 간다고 하면 오지마할 순 없지.

-다른 교회 가면 되잖아. 절대 교회 데리고 오지 맛

-약속할 수 없어. 꼭 간다면 그럼 뒤에서 예배만 드리고 빠지지 뭐

-안돼! 절대 데리고 오지않는다고 약속해

-어떻게 지금 그걸 약속하라고 다그치냐.

-그 약속 못하면 그럼 너 여기 오지 마

-기가 막혀, 그래 그럼 안 갈게

 

대충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며 말다툼을 하게 되어

오지 마 하는 친구 말에  안 갈게로 끝이 났던것.

 

K집사님과 나는 지금 다니는 교회 새신자 환영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줌마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위니팩에서 왔다는 게 꺼림칙했다.

위니팩은 인디언이 많은 지역이라 웬지 거친 사람들이 많을 것만 같아 경계심이 생기던 곳이었다.

 

게다가 강한 눈빛에 치렁치렁한 롱 스커트, 화려한 목도리를 두른 모습이

내 취향과 너무 멀어, 좋지 않은 첫 인상이었다. 

대화를 해보지도 않고 첫 인상만으로 매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냈다. 

알고 보니 그 집사님도 괜히 건방지고, 괜히 거만스러운 눈빛의 내가 싫었다고 했다.

 

16개월이 지날 무렵, 친한 유학원 원장이 느닷없이 K집사를 데리고 와서

이 사람에게 사업 조언을 좀 해주라며 내가 하고 있던 가게를 팔려면 그분에게 넘겨주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싫은 사람에게 \'가게를 넘리가\'고 들이대니 당황스러웠지만

대놓고 내색하기도 어려워 예의상 현재 하는 일을 물었다.

 

한인부동산업자에게 속아서 인수한 가게 문을 닫고 보증금만 받고 나오게 된

어려운 사정을 처음으로 알고, 내 잘못된 선입견으로 같은 교인이 고통에 빠진 것 같아 

하나님 앞에 죄스러웠다.  

 

그 가게를 소개한 부동산 업자도 나와 친분이 있었고

운영하던 전 주인과도 친분이 있어 경영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데

조금만 내가 관심을 가졌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

 

마치 내가 도움을 주지 않아서 겪게 된 어려움 마냥 

죄책감이 들어 처음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보기도회가 끝나고 한의원을 간다는 내 말에

그동안 마음고생 몸 고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건강이 많이 망가졌다며

함께 가고 싶어 했고,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55, 그 시대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에 소설부분에 두 번이나 뽑혔던 과거와

해박한 문학적인 지식과 다방면의 엄청난 독서량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

영문원서에서부터 한국판까지 읽고 외화를 한글판 번역본을 내기 위해 준비해 온 과정

소장하고 있는 책들..

 

마치 양파를 까는 것처럼, 파고 들면 들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문학적 지식과

내면에 축적된 감성으로 재 해석되어 새롭게 쏟아지는 문학 이야기는

어떤 강의에서도 건지기 어렵던 많은 것들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이면 소설, 비소설이면 비소설. 문학의 알곡 창고 같은 그분을 통해

남편과 나는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에 빠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

지난달에는 약 500권의 책을 선물로 받아 우리는 책 부자가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반말을 해도 좋을만큼 친해졌지만

분명한 존대말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어른다운 어른

 

그런 분이, 친구와 언쟁으로 생돈을 버리면서까지 여행을 취소한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나 때문이라니....

 

친구는 인디언들을 상대로 가게를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았지만

큰 아들과 둘째 아들, 네 명의 자녀들이 모두 의사로 또 회계사로 훌륭하게 자랐고

이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젊은 날 남편의 바람기때문에 받은 상처가

지금도 그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모든 여자들을 경계하는 심적인 병. 결코 나의 외모(말할 것도 없지만)에 관한 내용이나

비슷한 말도 하지 않았고, 자극을 줄만한 내용의 어휘도 꺼낸 적 없었지만

이미지든 능력이든 남편이 관심을 가질 요소가 있어 보이는 여자라면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심각한 상태가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친구의 이런 심리상태를 알고 있던 집사님도 거슬릴만한 말은 모두 생략하고

많은 도움 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어떤 말이 그렇게 들렸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무섭다, 그리고 화가 났다. 

남편의 바람은 단순히 다른 여자와 섹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고

당해 본 아내들은 말한다.

그것은 한 여자의 심장을 짓 밟아 죽이는 간접 살인행위라고,

 

나는 직접 이유가 아닌 것에 안심하며 웃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만난다면, 가만히 손을 잡고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수고했다고\' 말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