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추기 위해서다. 강아지들은 산책을 가는 줄 알고 좋아했다.
‘핀돌이’는 꼬리를 꽂꽂이 세우고 목에 힘을 주며 양귀를 뒤로 바짝 부쳐서 제치고
기분이 업 되어 나보다 앞서 갔다.
‘부시’는 나를 툭툭 치며 뚱뚱한 몸을 이끌고 뒤뚱거리고
이것저것 코를 대고 훗훗하며 탐색을 하며 걸어갔다.
산책길이 아닌 병원 쪽의 횡단보도를 건너자 두 녀석은 짜기라도 하듯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더 이상 못 가겠다고 버팅 겼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힘을 주어 끄니 강아지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병원 앞이 다가오자
‘그 앞을 걸음아 나살려라’ 하듯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강아지들도
나름대로 꾀를 쓰는 것 같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두 녀석을 안고
병원에 들어갔다. 직원들이 반가이 인사를 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추러 왔는데요?”
“아! 그래요? 만 오천 원씩 두 마리이니까 삼 만원입니다.”
우선 가격부터 이야기 했다.
“네 ~에? 오천 원이라고 문자 왔던데요.”
“기일이 지났습니다. 유월 십일 까지라 다 끝났는데요.”
돈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속이 상했다.
“그러면 마감날짜를 알려주셔야지요?”
죄가 상대편에 있다는 듯이 짜증을 내며 말을 했다.
“문자를 보낼 때 같이 알려드렸는데요?”
“한번 찾아보세요” 했다.
나는 본 기억이 없어 자신있게 다시 찾아보았다.
아풀사! 의사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왜 나는 그렇게 꼼꼼하지 않아 실수가 잦은지 나 자신이 미웠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조율을 시작했다.
의사는 오천 원 싸게 해서 만원씩 놓아주겠다고 하였다.
그래도 어쩐지 억울한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정을 해도 의사는 물 건너
간 일이라는 듯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이 만원을 주고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추었다.
나의 잘못으로 만원을 공중에 날리니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의사가 애꿎게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해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해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날아간 돈을 보충하기 위해 집에 와서 ‘부시’미용을 시켰다.
체구가 8kg 되어 장장 4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들을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고 뻐근했다.
남편의 칭찬의 말을 기대하고 나오니 오히려
“한시간 반이면 되는 미용을 그렇게 오래해서
강아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그렇냐” 하면서 칭찬을 하기는커녕 짜증 섞인 말로 핀잔이다.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무어라 말을 할수 가 없었다.
치사하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하면 되지 뭐\'하고
마음을 돌리기로 하였다.
내가 보아도 강아지는 예쁘고 곱게 잘 깎인 것 같았다.
목욕실에서 뒷정리를 하면서 거울 속의 비친 나에게 남편대신 칭찬을 하였다.
너 프로 이상으로 미용을 잘 시켰어!. 그리고 힘들었지? 수고 많이 했어.
그리고 돈도 벌었으니 장하고 잘 했어…….
그러자 거울 속에선 상장받은 어린아이 마냥 기분 좋게 활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