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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숲 속 야영 2박3일......


BY *콜라* 2011-07-07

 


[숲 속 야영이 처음인 우리는 숲이 덜 우거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 습기에 익숙하지 않고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콜라]

 

 

1년간 어학연수를 끝내고 8월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조카에게

캐나다에서의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숲 속에 텐트를 치고 23일간 야영을 하기로 했다.

 

이 나라 최대 연휴에 속하는 캐나다 데이를 낀 3일을 지낼

숲 속야영장을 찾는 건 남편의 몫.

 남편은 호수에서 낚시 할 즐거움에 우리와 다른 신바람이 나 있었다.

 

민물 낚싯대로도 충분한데 플라이 낚싯대를 사 달라고 졸라댔다.

운전도 해야 하고, 텐트도 쳐야 하는 마당쇠 역할이 많은 야영에서

거부하면 그의 기분도 기분인지라 딱 두 개만 사라고 했다.

 

며칠 전부터 양념을 챙기며, 다듬을 건 다듬고 얼릴 건 얼려두는 사이

조카와 친구 딸은 과자와 화장품에 옷가방까지 각각 두 개씩

여기에 텐트와 침낭, 전기담요,이불, 삼겹살 전기 구이판, 겉절이 양푼과

소쿠리에 비상약품, 과일에 쌈 채소까지

성인 네 사람이 3일간 집 밖에서 지낼 물건은 

그야말로 이삿짐 수준이었다.

 

이렇게 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두려움 때문이었다.

 

야영은 호텔이 아닌 숲 속에서 기거한다는 점에서

침식과 씻는 일이 우선 불편하다그 불편함을 불편해 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것이 야영의 참 맛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야영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서 자랐고

인솔 교사로 학생들과 야영을 했다고는 하나 남편 또한 

이렇게 자연 속에서 완벽한 야영을 하는 건 처음.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레임과 더불어 마음 한 켠의

두려움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가 섞인 두려움이라면

내가 두려워 하는 건 추위였다.

 

지난 6월 록키여행에서 밤과 낮의 기온차가 15도 이상이었고

밤새 떨었던 기억 탓으로 집안의 열기구와 조리 도구들을 보면

이것도 저것도 다 필요할 것만 같아

전기 장판에 방석, 전기밥솥, 전기 주전자, 드라이어....

전기 난로도 들었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습도가 높고 밤공기가 추운 숲 속이 아닌 RV차량이 사용하는 자리를 잡아
한국에서 가지고 온

텐트와 2인용 텐트 두 개를 펼쳤다. 요즘 텐트는 설치와 철거가 쉬워 몇 분만에 끝났다. 사진/콜라]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추수감사절, 캐나다 데이 공휴일은

개인 휴가를 연결한 황금연휴로

캐네디언들은 가족들과 장거리 여행을 즐기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를 한다.

 

 

 

호텔과 레저시설을 사전 예약하는 캐네디언들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는

떠나기 한 달 전쯤 알아봐도 취소나 특별히 운이 좋지 않으면

호텔과 시설을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1년 후 휴가기간에 맞춰 여행을 준비하며 호텔과 차량을 예약하기란

외국생활 10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나는 어렵기만 하다.

 

예약문화가 익숙하지 않고 시간을 빼앗기는 번거로운 절차상의 이유도 있지만 

직장의 일을 우선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편들처럼

회사 일이 바쁘면 내 휴가를 반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던 습관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휴가를 \'노는 일\'로 인식하며

일상의 할 일들을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해야 하는

맨 뒷쪽에 놓기 때문이다.

 

또한 작장 일정이 허락한다 해도 

1년 뒤 여행이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예약 한 다음 사정이 생겨 최소하면

반드시 일정금액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예약제도가

때로는 미리 채워 둔 족쇄마냥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예약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갈등한다.   

예약을 하고 나면 절대 지킬 수 없는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

1년, 심지어 록키산맥의 \'레이크 루이스\' 앞의 1백년 된 호텔은

3년 전 마감이 된단다. 일주일도 아니고 1년 혹은 6개월 후에

무슨 중요한 일이 생길 지 이용에 편의를 위한 예약이 나에겐 불편한 제도이기만하다. 

언제쯤 적응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사전 예약의 불편함을 즐기며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더 편하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반드시 예약한 호텔을 향해 무리해서 달리지 않아도 좋고

배고프면 먹고 빈 호텔이 보이면 들어가고....

 

문제는 우리 부부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조카와 친구의 딸까지

딸린 식구가 있었고, 우리 뒤를 쫒아 오는 두 사람의 지인도 있다는 거였다.

 

다행히 나처럼 예약을 하지 않거나 기간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선착순으로

입소가 가능한 야영장도 있다는 것에 기대를 걸며  

운 좋으면 첫 목적지에서 자리를 차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새벽 5시에 아침을 준비해 놓고 남편과 아이들을 깨웠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아침 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에

신세대이면서 피자나 햄버그는 커녕, 야채 샌드위치 조차도 한 장을 다 먹지 못하는

조카와 친구의 딸까지 완전 \'대한민국 토종\' 입맛인 우리는 

야영 떠나는 그 바쁜 아침에도 인삼과 대추, 계피, 당귀를 넣고 푹 고은 닭뼈에

찹쌀을 넣어 끓인 닭죽에 김치 한 접시를 해 치운 다음

디저트로 수밖까지 잘라 먹고 일어섰다. 

 

집이 있는 밴쿠버 그랜빌을 출발해서 다운타운 시내를 빠져 나갈무렵

지난 자스퍼 여행에서 동행했던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착했어? 주소 불러봐.

 

어느 권사님이

연휴니까 어딜 가자는 말에 콜라’네가 야영장으로 갔다고 했더니

갸가 간 곳으로 우리도 가자고 했단다.

 

그럼 우리의 목적지는 위슬러이니 두 분이 오시는 동안

자리를 잡아서 알려 주기로 하고, 빠뜨린 걸 사갈 테니 밥은 먹여 달라는 집사님도

처음 구경하는 야영장에 대한 기대로 목소리가 한껏 흥분되어 있었다.

 

‘자연과 친해 질 가벼운 마음만 가지고 오시라는 말에

아이들처럼 신나서 불에 구워 먹을 고구마며 과일을 사오신다고 했다.

우리 끼리 갈 때는, \"자리를 못 잡으면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한 다음

적당한 피크닉 공원에서 점심 해 먹고 돌아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반드시 야영장에 자리를 잡아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목적지는 위슬러 스키장을 20분 거리에 둔 엘리스 레이크 야영장.

당연히 자리가 없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