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69

오늘도 열심히 첫번째 이야기


BY 미소 2011-06-30

1992년 1월15일

김씨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었다.

양가 아버님들의 주선으로 선을 봤고 혼기가 다 찬 나이인지라 양쪽다. 아버님들께서 서둘러서 자의반 타의반

그렇게 두서없이 시작한 결혼생활..

성격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틀리고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을 신혼여행 다녀온 삼일째 알았다.

하지만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집에 들어온 이틀째날 시어머님께서 불렀다.

\"얘야..자(아들)가 싫다는 걸 억지다시피 아버님께서 이렇게 하셨다. 참한 간호사가 있었는데 일이

잘못되어서 진짜 이뻤는데 백지연이랑 꼭 닮았다아이가..인물이...\"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건지..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너 학원 수입이 얼마냐..이 달부터 한달에 50만원씩 생활비로 들라라.\"

그 순간 그 집 대문을 열고 나와버렸으면 내 삶이 이렇게 고달프진 않았을텐데..

친정아버지 말씀이 귀에서 떠나질 않았었다.

그리고 대못을 박는 시어머님 말씀

\"너희 아버지랑 아버님 친구인거 알재..니 못하면 너희 아버지 흉이 되는기라.. 잘 하고 살자.\"

 

8자짜리 장농이랑 3단 서랍장 그 위에 TV하나가 유일한 나의 대화상대였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짐을 풀고 다음날 출근했다가 집에 오니 낯선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시동생 둘...나의 남편 오로지 내 편인 그 사람이 안보였습니다.

어디갔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님 말씀이.

\"남자는 바깥일이 많아야 한다. 남자에게 돈이야기 일찍 오란 얘기 그런 건 말아야 한다.알았재.\"

저의 시집 ㄷ자 형 한옥이었습니다. 안방에 시어머님, 그리고 마루, 건너방에 시동생, 다음방에 시아버님.

그리고 부엌을 끼고 저희 방이 있었습니다.

방문을 열거나 말 소리가 부엌문을 항상 열어 두고 계시니까 도란도란 나누는 말소리도 다 들렸나봅니다.

그러더니 그사람 다음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연락두절..신접살림 3일째날..

잘못 엮어진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다음날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가도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해보면 아직 안들어 왔다고.

퇴근해서 집에 오니 자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하는 말이

\"집에 누가 기다린다는 걸 인식을 못했다. 결혼했다는 걸 잊어 버렸다.\"

그 남자랑 19년을 살다가 작년 5월 따로 살기로 했습니다.

자유를 얻었습니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