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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에 나올뻔 했어요.


BY *콜라* 2011-06-28

\"!! 어떻게 해... 나 어떻게 해.?? 하아~~\"

한숨과 탄식, 절망 당황.....

전철을 타고가다가 어느 역에서 뛰어내린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낮에 집 앞 아파트에 사시는 미용실 원장님께 점심을 얻어먹고

답례로 감자를 쪄서 드리고 나도 먹으려고

가스 불 위에 얹어두고 깜빡 잊고 전철을 탄 지 한 시간만에 딱~ 생각이 난다.

 

.....

한 시간이면, 냄비의 감자는 숯덩이가 되었을테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건물에 온 동네 사람이 모여들고

소방차의 사이렌소리 사이로 아우성인 사람들……

주변은 온통 불바다에 물바다,……....

~~~~ 가슴이 쿵쾅댄다.

 

코리언 주부가 외출하며 가스 불 위에 감자를 얹어 놓아

일대를 불바다를 만들어 사상자 속출,…….....

 

엥커의 뉴스 멘트가 영상으로 휘리릭~ 스치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손이 덜덜 떨렸다.

 

집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신 차리자 차리자 \'나를 다스리며 생각을 했다.

 

911

\"아저씨!! 아저씨..!!!. 우리 집.... 아니 000000아파트요???\"

갑자기 호수도 생각이 안나 더듬거리는데

오히려 911 아저씨 들이 나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 지금 가고 있는 중이니까 마음 가라앉히고 위치라도 말해보세요\"

\"... 주유소.... 그 옆으로.....\"

 

학교 기숙사에 살 땐, 소방감지기가 울리면 즉각 직원이 출동하고

감자탕 얹어 놓고 외출 한 날

돌아오니 온 집안이 냄새와 발자욱이 가득했었지만 불은 안 났었다.

 

함께 점심을 먹은 미용실 원장님도 외출한다 했으니

더 이상 도움을 구할 곳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다음 도움 요청할 집 주변을 생각했다.  

주방에서 밥하면서 창문너머로 보이던 곳....

가구점이다.

 

114에서는 그 가구점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단다.

 

....

다시 전철을 타고 빨리 가봐야 하는데 하는데, 그러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걸음을 뗄 수 가 없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입주자 대부분이 독신자이거나 신혼부부라

아기들을 재우고 그들은 낮에도 쥐 죽은 듯 사는데

아무도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치명적이었다.

흔히 보았던 어느 뉴스처럼 잠자다가 모두........ 사고를..... 당하고....

 

911이 출동하고 있다는 확인 전화를 다시 걸어왔다.

 

그즈음 나는 전철 나무의자에 넋을 놓고...앉아 부끄러움도 모르고

기도를 했다.

 

\"주여!! 제 잘못으로 죄 없이 당하는 사람들을 제발@ 지켜 주세요.\"

 

\"제가 철학관 가서 후배 사주 봐달란다고 본 것도 잘못이고, 전도는 못 할 망정 사주를 본 걸

전해줘서 아직도 마흔 넘은 처녀로 늙게 만든 것도 잘못이고

위층 아가씨 못 생겼다고 무시한 것도 잘못했습니다.

시누님 용돈 드리면서 뺏다 넣었다 했던 것도 잘못이고

남편 월급 받은 것 기쁘게 십일조를 내지 않은 것도 잘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미용실 원장님 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 울린 다음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 감자?? 그거 집에 열쇠를 놓고와서 가지러 가보니까 

조카가 들어와서 가스 불은 껐다는데 냄비가 까맣게 탔어요.

아깝지만 버리라고 했어요. 놀랐구나. 전화번호를 몰라서 못했어요\"

 

까짓 냄비, 열개라도 버리면 어때....

원장님은 냄비 버린 걸 아타까워했지만 나는 냄비만 버리게 되어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즈음 남편이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타버린 냄비는 버리고 주방 문은 모두 열어놓아 달라고 한 다음

어떻게 어떻게 약속장소까지 갔다가 도저히 기운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 누웠는데 거의 주금이었다.

 

\"거바~~~ 너 철학하는 사람하고 친하게 지내니까 벌 받은거야~\"

 

남편은 기운없이 누운 나를 쳐다보며 

이게 위로야 머야~ 부아를 지른다.

 

돌 냄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시장바구니에 열쇠 넣어서

시장길을 열 댓번 오르내린 정도는 있었지만

죄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고가 났다면 차라리 내가 죽고 싶었다.

 

건망증...

이걸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끔찍하고 힘든 일이었다.

 

오늘 아침 남편의 아침밥을 차리기 힘들 만큼 축 늘어졌다.

아마 그 충격이 그렇게도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일어나서 이쁘게 화장하고 ~

정신 반짝 차려서 다시는. 멍청한 짓으로 나를 고문하지 말아야지~

 

오늘, 행복한 날 맞죠?

님들도 절대 건망증하고 친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