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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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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본능


BY 그대향기 2011-06-28

큰딸은 아직 입덧이 심하다.

임신 4개월짼데도 아무 음식이나 먹지도 못하고

음식을 만들기는 더더욱 힘들다.

특히 설거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일이 버거운게 아니라 음식찌꺼기 냄새를 도무지 맡아내질 못한다고 했다.

둘째와 막내가 여름방학을 하고 잠깐 다니러 왔다.

 

다들 알바다 국토대장정에 참석한다 해서 바쁜 일정들이라

하루나 사나흘의 일정으로 다니러 왔는데

큰딸도 동생들이 보고싶다고 사위와 함께 들렀다.

꺼칠한 얼굴이 안스러웠지만

초기의 그 엉망은 아니라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느끼한 음식은 생각만 해도 구토증이  일어난다고 했다.

저들 삼남매를 낳을 동안 단 한번도 입덧을 안한 친정엄마를 좀 닮지

누굴 닮아  입덧은 심하게 해서 .....

 

크게 먹고 싶다는 음식도 없다며 늘어진 큰딸이

양념에 재운 불고기는 조금 먹겠다니 얼른 대령했고

매콤한 묵은지 찌개나 삶은 감자같은 토속적인 음식은 그런대로 먹어도 된다니 다행이다.

그 양도 엄청 줄어서 어린애 같은   식욕이다.

두몫을 먹어야 하건만 겨우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화장실로만 안 달려가면 다행이다 여겼다.

새생명 하나 이 세상에 내 놓기 참 힘들다 싶다.

엄마는 비쩍 말라 헬쓱한데도 뱃속의 아기는  무럭무럭 잘도 자라고 있다니 다행이다.

아랫배가 제법 볼록하다.

 

저들 집에 가기 전에 엄마표 냉면이 꼭 먹고싶대서 점심메뉴로 냉면을 말았다.

육수도 냈지만 시원하게 잘 익은  백김치 국물하고 같이 냉동실에 얼렸다.

수육은 빼고 새콤달콤 잘 익은 냉면김치, 오이무침 , 차게 해 둔 계란에

과일을 갈아서 숙성시켜뒀던 달콤매콤한 다대기와 모양낸 수박으로 고명을 대신했다.

더 시원한 냉면을 위해 냉면기까지 냉동실에서 식혔다.

그 날따라 올 들어서 가장 더웠던 날씨라 점심의 냉면은 인기가 좋았다.

할머니들도 아주 시원하다시며 맛있게 잘 드셨다.

그런데 냉면을 반쯤 먹던 큰딸이 급히 화장실로 내 달리는게 아닌가??

곧 이어 들리는 우욱~~하는 소리

둘째가 잽싸게 따라 들어가 토닥토닥토닥~언니의 등을 두드리는 소리.

안타까웠다.

 

그렇게 먹고 싶다던 냉면 한 그릇도 다 못 먹고

다 토하고 나오며 허탈해 하던  큰딸.

저도 안타까운지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그렇게하고 먹어지겠나 싶어서 저 먹던 냉면을 쏟아부었는데

\"엄마 내 냉면은요?\"

\"못 먹을 것 같아서 쏟았는데 먹을 수 있겠어?\"

\"새로 시작할거예요.

 냉면 남은 거 있으면 다시 한그릇 말아주세요.

 천천히 다시 먹어볼려구요.\'

저는 못하고 엄마가 해준 냉면을 아주 맛나게 먹더니 다 토해버리고

다시 천천히 먹어보려는 큰딸이 안타깝다가도 대견했다.

 

아직 철부진줄로만 알았더니 뱃속의 새 생명을 생각해서

저 괴로운 것을 참고 다시 먹겠다니 엄마 될 자격이 있었네``ㅎㅎㅎ

자주 토하고 뭘 못 먹으니 식도도 아프다고 했다.

한번씩 화장실 다녀 올 때마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간다고 했다.

입덧을 안해 본 친정엄마다보니 그 심정을 100% 이해는 못하겠다니

그럼 차멀미는 심한데 자꾸 토하는 증세랑 거의  같다고 했다.

차멀미가 심한편인 난 어지러운 걸 질색으로 여기는데 거기다 토하기까지???

음식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먹기는 더더욱 어렵고...

입덧이 하루 빨리 가라앉고 골고루 잘.... 많이 먹어서 건강한 아기를 순산해야 할텐데

입덧하는 큰딸도 괴롭지만 곁에서 뭘 못 얻어먹고 다니는 사위도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