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오래전 직장생활하면서 특별한 인연으로
양부모님이 충청도 율리에 살고 계신다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는 율리 아버지(양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순애야 요즈음 내가 마음이 아프단다.“ 라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라서 “아버지, 무슨 일인데 마음이 그리 아프세요?”라고 여쭤 보았다.
바쁜 농사철, 동네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통에 손이 빠른 엄마에게
인삼밭 일을 해달라고 여기 저기서 부탁이 많이 들어 온다고 하신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일 욕심이 유독 많으신 어머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다니시고 그 바람에 저녁이면 아파서 끙끙 앓으신단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시면 애처로움에 눈물이 흐른다고 하셨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는 어머니의
고생스러움에 마음이 슬픈 것이다.
그리고 담날이면 마음이 아프고 어머니를 보면 애처로움에
더더욱 속상하시다고 하신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아버지, 난 여태까지 살아도
희영이 아빠(남편)가 애처로운 적이 없었는데
아마 내가 잘못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아버지 “그런 마음이 드시면 엄마한데 사랑한다고 고백한번 해봐요.
꼭 직설적으로 그렇게 말씀하라는 건 아니구요.
엄마 일 끝나고 집에 오시면 엄마랑 저녁 드실 때 도란도란 말씀 나누시며 \'
없는 우리 집에 시집와서 자식들 잘 키우고 이렇게 우리 둘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다 자네 덕이고 공일세.
그리고 자네 그리 끙끙 앓지 말고 이웃들 사정은 딱하지만 일을
그만하든가 줄이는 게 어떤가?\' 라고 말씀 하라고 하면서
”엄마도 아버지께서 마음을 표현을 하셔야 알고 엄마도
무척 좋아 하실거예요.“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께서는 “얘, 난 못한다.” 쑥쓰러워서 어찌하냐 라 하셨고
“그럼 하지 마세요. 엄마가 그런 아버지의 맘을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나는 강하게 말했다. “아니다 얘, 오늘 저녁
네 엄마가 일하고 오면 꼭 해볼란다.” 라고 하시면서도
‘허허’ 하고 말끝을 흐리셨다.
그 말씀 하신 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사나흘 간격으로 전화를 드리며
“아버지, 오늘은 엄마께 사랑고백 하셨어요?” “아니, 아직 못했다.”
“그럼 오늘 꼭 하세요.” 아버지와 나의 통화는 이렇게 끝난다.
벌써 몇 달째 아버지는 엄마에게 고백을 못하고 여전히 애처로운
마음만 간직한 채 아직도 사랑고백을 못하시고 계신다.
애처로움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가엾고 불쌍하여
마음이 슬프다.’ 라고 되어 있다.
아버지의 아픈 마음, 그리고 그 애처로움은 언제 끝나고 언제쯤
사랑고백을 하실까?
오늘도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