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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BY 그대향기 2011-06-17

일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한 요즘이었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씻지도 못하고 그냥 곯아떨어져 자다가

새벽에야 놀라서 화들짝 일어나기가 다반사.

하루에 한두줄씩이라도 꼭 책을 읽고 살자던 나 혼자만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잠에 지고 피곤에 넉다운이 되어 책을 멀리했던 나였기에

이 책 한권을 다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둘째가 이 책을 주면서 꼭 읽어보라고 했다.

종교가 다른 분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장가도 안 가 보신 스님이 쓰신 책이지만

부부로 26년을 넘게 산 우리부부보다  부부를 더 잘 아시는 스님.

사람 그것도 남자여자 부부로 살아가면서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부모자식간의 갈등해소까지도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

쉽지는 않지만 실천하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게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전개되는 스님의 권유.

 

욕심그릇을 헐렁하게 비우고

상대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내 욕심에 상대방을 옭아매지 말라는 요지의 말씀들.

부부간의 갈등이나

부모자식간의 골 깊은 갈등까지도 다 알고보면

내 뜻에 그들을 엮어내려는 큰 욕심때문이란다.

상대의 허물도 아름답게 껴 안아주는 푸근함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깔아뭉개고 들추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의 부족함도 그에게 솔직히 드러내는 일을 해서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해 주고 다독여주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는 말씀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자존심을 긁거나

상대의 헛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할퀴려 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런지....

내 헛점도 크게 있지만 상대의 작은 헛점은 더 커 보이는 야릇한 이기심.

텁수룩한 발의 수북한 털 아래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사는 호랑이처럼

언제 어디서건 날 위협하는 적에겐 치명타를 안겨 주려는 맹수본능.

내가 하는 한마디 말이 상대의 감정선을 정확하게 허뜨리길 바라는 야비함.

후회는 나중 일이고 우선 당장 상대를 제압하려는 무모한 독설들....

 

이러한 일들이 어느 가정이나 다 조금씩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나 아내의 자잘한 실수까지도 커다란 잘못이 되어 부풀려지고

아이의 낮은 학업성취도가 부모가 물려 주지 못한 우수한 유전인자의 부족탓이기보다는

아이의 노력부족으로만 내 몰아 아이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한심한 학부모.

아이는 아이대로 부부는 부부대로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아이가 어떤 마음의 성장단계에 있는지

아이가 요즘 만나는 이성친구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참 많단다.

그러다보니 부모자식간의 절대적인  대화부족현상이

아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부모의 정에 굶주린 허허로운 아이들로 성장하게 만든다.

 

부모도 내 아이들이 100% 다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 싶다.

이런저런  아이로 자라주길 바랬는데 그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짜증이 나고 야속하고 아이가 멍청해 보이고...

그러나 아이들도 부모가 다 마음에 드는건 아닐거다.

누구 엄마나 아빠처럼 근사한 집도 없고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고 또 스타일이 멋지지도 못한 후줄근하고 못난  내 부모때문에

대화도 하기 싫고 어디 나가서 자랑하고 싶지도 않고....

말만하면 피곤하다고 들어가서 공부 하라고나하지

돈 들어갈 일만 이야기하면 공부도 못하면서 입만 뻥긋하면 돈타령이라고 구박이나 하니

아이가 마음 둘 곳이 없어 밖으로 도는 창밖의 노는 애로 타락할 수도 있다.

 

남편은 결혼하고 사는 지금의 아내가  순도 100% 마음에 쏙 드는것도 아닐거고

아내 역시 남편이 완벽하게 마음에 다 드는것도 아닐터.

다만 서로가 이겨내고 참아내면서 살아가다보면

닮아 가 지고 무뎌지는 어느 싯점이 부부가 하나가 되는  생각으로 사는 날 일 거다.

다 따지고 다 밝혀내면 재미없고 살벌해서 너무너무 삭막하지 싶다.

더러는 알면서도 넘어가 주고 더러는 모르는게 더 나을 때도 있지 않을런지....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는 긁기 전에 다독여 두는 지혜도 삶의 향기를 만드는 일이 될 것 같다.

너무 똑 부러지게 확실한 것 보다는 좀은 덜 똑똑해도 어수룩한 구석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

지는게 이기는 희안한 비법도 생기더란 삶의 계산없는 이야기.ㅎㅎㅎ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 했던가?

외로운 사람끼리 만났으니 그 외로움을 서로 보듬어주고

혼자라는 생각보다는 둘이 함께가 더 어울리고 부드럽지 않을까?

한 지붕   한 침대에서  전혀 다른 세계의 꿈을 꾸지 말기를....

상대가 나보다 조금 더 부족하고 덜 세련된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치자.

최소한 내 집 안에서만은 왕대접 왕비대접까지는 못 해 주더라도

하소연할 남편이나 아내가 있어지도록 조금씩만 시간을 할애해 주자.

알고보면 다 안타까운 남편들이고 불쌍한 아내들인데..... 

남편이나 아내가 지혜를 모아 공동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가정이란 견고한 성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 되고 말겠지.

그래도 허물어지는 가정들이 있지만

어쩌면 그런 가정들이 지키고 사는 가정들보다 더 힘들고 어렵지 않았을까?

 

사랑은 일곱가지 무지개빛 찬란한 구름다리가 아니라

인생이란 험하고 거친 가시덤불을 헤치고 지난 그 길 끝에 섰을 때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그 걸어 온 길을 추억 할 수 있을 때가 사랑이 아닐까?

서로를 참아 내 주고 고난을 함께 이겨 낸 그 길이

같이 즐겁고 같이 행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정이란 울타리가 완성된다.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세상이다.

깨어지기 쉬우면서도 쉽게 깨뜨려서도 안되는 어렵지만 쉬운 세상.

가정과 부부.

참아내고 지킨 가정보다 그렇지 못한 가정이 더 어려운 반쪽 가정들이지만

그들 가정들도 충분히 겪을만큼 겪었고 참을만큼 참은 다음 선택한 어려운 길이다.

어쩌면 지키기보다 깨기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생각된다.

 

성경에서도 가정의 소중함과

부부간의 사랑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조건들을 참 자세하게 일러주신다.

우리 인간의 욕심으로 실천이 어렵지

상대를 존중해주는 자세를 조금만 낮은 자리로 내려 놓는다면

실망하지 않고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로가 자존심을  침해 당한다고 여기는 피해의식이다.

부부간에 자존심 좀 상하면 어때?

오해에서 생긴거라면 풀면되고 알면서 긁힌 자존심이라면 이해하고 좀 넘어가 주자구.

나중에  편안하게 이야기 할 시간을 만들어 풀어가면서 살지 뭐...

앞뒤가 콱~막힌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 풀어질 일들이지 않을까?

소중한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면  태평양을 가슴에 안자.

썩어 문드러질 때 문더러지더라도 좀 썩어보는거야~

살아가면 살아 갈 수록 어렵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