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고 왔다.
그 친구한테 K선배 소식을 들었다.
K선배는 내 친구의 여고동문선배라 대학때 같이 어울려 얼굴 몇 번 본 것뿐이지만
2년전 친구가 자기 동네로 이사온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종종 소식을 전해 듣곤 했었다.
유난히 금슬좋던 남편을 사고로 잃고 딸 둘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 동네로 왔다고 했다.
남겨진 보험금과 보상금이 있어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으나 살림만 하던 선배가
무얼 다시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게다가 시댁에서는 남편의 보상금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딸 둘을 키워야하는 선배 입장에서는 그 돈을 요구하는 시댁이 미울만도 하련만
아들 잃은 슬픔이 오죽하겠냐며 오히려 좀 줘야하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다.
경험없이 가게같은 걸 차리기도 위험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있는돈만 빼쓸수도 없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었다.
그러던 중에 몸이 안좋아 들른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선배가 죽었단다...
친구한테 간간히 전해 듣던 선배소식이 좀 뜸했었다.
요즘 친구도 남편과의 문제로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한번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 소식을 듣고 황망히 달려갔을 땐
이미 선배는 없었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 간 큰 딸과 고2인 작은 딸을 두고.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고... 딸 둘과 선배...여자 셋이서 서로 의지하며 친구처럼 그렇게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힘내려던 참이었는데...
이제 남겨진 그 딸들에게 엄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결혼할 때...임신 했을 때...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고 그리울까...
마음이 많이 아팠다.
딸 둘을 남겨놓고 선배가 어찌 눈을 감았을까 눈물이 났고
엄마 잃은 그 아이들이 어찌 이 세상을 헤쳐갈까...문득문득 그 품이 얼마나 그리울까
마음이 저려왔다.
하루종일 마음이 우울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슬픔은...남겨진 자의 몫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