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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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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요 명동이 (35년전이야기)


BY 김효숙 2011-06-08

여고를 졸업하고 스무살 세내기 사회인이 된 나는

신기하고 놀라운 첫 발을 내딛으며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제약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일년이 되어가던 어느 날... 이사님이 부르신다

미스김 !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명동에 무역부가 생긴다며 그곳으로 발령을 낸다고 하신다

순간 가슴이 두근구든.

저어 싫어요 !

왜 싫은거야?

거기는 그래도 인물도 있어야 하고 타자도 잘 치어야 하구

상냥하고 그래야 하거든

여직원 스물 두명중에 미스김이 가장 적격자라며  추천을 한다고하셨다.

하지만.. 난 명동이 싫었다

거기는 사치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무섭고 그랬다.

이사님은 미스김이 꼭 가야 한다며 어느 날 발령을 내 버렸다.

버스만 타고 출근 하던 시절 전철을 이용해야 했고

아침 마다 엉덩이로 밀며 전철을 타야했다

드디어 사회인으로 내 딛는 첫 경쟁..

와아. 번쩍번쩍  그때만 해도 명동은 서울에 중심지였으니까..

명동에서 근무한다하면. 와아.. 하고 모두 부러워 했던 시절이었다

 

첫 출근을 하는 날.. 난 땅만 보고 걸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사치스럽고 무서웠다

쇼윈도우에 걸린 마네킹도 무서웠다

날 보고 촌뜨기 왔냐고 손가락질 하는 것만 같아 옆도 앞도 못보고

땅만 보고 걸었다..

며칠이 되어 걸어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촌뜨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루이틀이 지나자.. 난

드디어 앞을 보고 걸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에서 성모병원 가는 언덕길에 있던 사무실로 가는  출근길엔

늘  연탄 배달 아저씨가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난..미니스커트를 입고 걸어가다 리어카 아저씨를 보면 막 뛰어가

성모병원 언덕 길까지 낑낑대고 밀어 드리고 다시 뒤돌아 내려왔다

내려 오면서 내 마음은 .. 몽마르트 언덕위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기쁨이 내안에 감돌곤 하였다.

아.. ! 명동은 사치스러운 곳만도 아니구나

아 ! 명동에도 이 아침 끙끙대고 연탄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는 아저씨가

사는 곳이 구나..

아 ! 저런 아저씨가 계시기에 난 이쁘게  미니 스커트를 입고

따스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 ! 저런 아저씨가 힘들고 고된일을 하시기에

난  편하게 의자에 앉아 일을 할 수가 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서

사치스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면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두려움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바뀔수 있다는 것을

사회인이 된 어느 날 .....서울에 한복판 명동에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