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07

사랑


BY 큰돌 2011-05-27

참 고요합니다

하늘도 잠잔듯 지난 밤 아무 사고도 사건도 없는듯 고요 합니다

무덤속 같단 말 이럴때 하나봅니다

마당엔 단풍나무 잎조차도 흔들림 없이 숨을 죽입니다

새벽 남의집 들어갈때 이런맘일까요?

숨을 크게 내 쉴수가 없습니다

마당 가운데 나무계단엔 경기도 이천에서 사온 탁발에 길고양이 밥이 생선과 같이 어우러 수북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집 창곡에서 지난 겨울 태어나 다행히도 잘 커서 어디론가 갈길을 갔는데 등에 까만점이 있고 꼬랑지가 잘룩히 끊어질듯 들어가버린 알록 고양이는 우리집을 못 떠나고 그대로 빙빙 돕니다

올 1월 신랑이 병원신세를 질때 나 혼자서 문을 잠그로 불을켜놓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려 할때 야옹~야옹~ 밤잠을 잘 못자는 난 어디서 들리나 호기심에 창문곁으로 가서 두손을 창가에 대고 내다보았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현관 문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얼른 문을 열어주니 홀랑 뛰어 들어왔죠

\"추웠구나 `들어와 거실로 ,,거실 따뜻해 \"

손짓을 했지만 안들어오고 현관안에서만 웅크리고 ..

양심이 있는건지 ㅎㅎㅎ

걸레수건을 갖다 깔아주니 냉큼 올라앉아 금방 잠이 들더군요

그리곤 새벽4시 야옹~야옹~ 나 나갈래요 내보내주세요~~

문을 열어주니 뒤도 안돌아보고 후다닥~

밤새 자줘서 내가 든든히 잘 잤단 말을하려 했는데 그냥 후다닥~~

사랑하는 사람 내가 맘에 안들어 후딱 가듯이...

잠시 멍 ~~했습니다

그렇게 추울때마다 날 찾던 길 고양이를 어느새인가 내가 이쁜아~~라고 부르게 되었고 밥은 날마다 챙겨 주었습니다

신랑도 아침이면 밥 그릇 먼저 비웠나 마당에 나가확인을 하고 물에씻어 엎어놓습니다

그럼 내가 밤에 참기름과 샘표간장 그리고생선 약간 ,,생선이 없는날은 새우와 멸치말려서 갈은걸 물에 타서 밥을 주었습니다

어느 따스한날 고양이가 나무계단에서 잠을 청하고있을때 외출에서 돌아오는 나와 눈이 맞았습니다

첨이었습니다

어찌 할까 도망가면... 침착하게 생각하고 응대해보자 오늘은 대화를 해보자 생각한 나는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아닌 적당한 거리에서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고 다시 감고 잠시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쁜이가 날 향해 긴장을 풀고는 눈을 내게 향하고 천천히 감았다 뜨기를 반복 하는겁니다

속으로 소리 질렀습니다

이쁜이가 날 알아 주는겁니다

작년겨울에 첨 만나서 벌써 반년이 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대화가 오고간게 이제 나타 났습니다

사람을 알아가고 사랑하는것보다 이쁜이와의 대화가 훨씬 더 많이 기쁘고 대단했습니다

나두 번갈아 눈을 감았다 뜨고 다시 감고 ㅎㅎㅎㅎㅎ

우리둘은 거리를 두고 한참을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나는 손과 눈짓과 말로 조용조용 대화를 했지요

그렇게 한 시간을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아직 내게 그 이상의 거리를 주지않는 이쁜이 지만 배가 고프면 내게오는 이쁜이가 아주 이쁩니다 ㅎㅎㅎ

이쁜이만 생각하면 난 아픈것도 잊고 웃음이 번집니다

욕심도없고 바램도 없어집니다

아기가 되고 나두 고양이가 됩니다

지금도 안방 창문을 열고 이쁜이 오길 기다립니다

내 맘을 알고있다면 오늘은 더 가까이 다가올건데...

아직 나도 사람이란걸 이쁜이가 저버리지않고 있나 봅니다

나는 이쁜이한테 친구이고 싶습니다

오늘 밥은 이면수에 현미밥을 두 숟가락(나보다 밥을 더 먹습니다) 말아서 그 비싼 탁발에 수북히 덜어놓고선 오늘 이쁜이가 와서 먹길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