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와 올케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세상의 시누이들은 친정의 올케를 가르치고 싶어하고,
올케들은 어떤 이유로든 시누이를 미워하는 것일까?
남편에게는 세명의 남동생과 한명의 누나가 있었다.
내가 시집을 왔을때 시누이는 결혼해서 이웃에 살고 있었다.
남동생이 넷이나 있는집 장녀로 결혼전부터 집안일을 돌봐 왔기 때문에
결혼해서도 친정을 돌보기 위해서 가까이 살게 된것 같았다.
시누이는 성격이 직선적이며 옳고 그름이 분명했고
말 그대로 터놓고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였다.
항상‘없는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자네가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였고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좋은말, 도움되는 말들을 들려 주었다.
장가가지 않은 시동생 셋과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힘들게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은 고생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어머니는 속이 깊고 조용한 분이셨고, 시동생들은 유머스럽고 재미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웃에 사는 시누이는 날마다 와서 살림살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었다.
시누이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나를 무척 답답해 하였다.
시댁식구들과 다같이 사는 며느리는 좀더 싹싹하고 좀더 웃는 얼굴로 가족을
대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였다.
어쩌다 부부싸움이라도 한 기미가 보이면 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살다보면 부부싸움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식구들이 신경 쓰지 않도록 표정 관리를
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다 철없는 아이와 같으니 잘못을 나무라지 말고 달래어 고쳐가도록 하며
애교로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어야 현명한 아내라고 하였다.
참으로 여자로서 며느리로서 새겨 듣고 고쳐야 할 바른 말임에도
시누이가 해주는 말이라는 이유로 나는 늘 거부반응을 느꼈다.
화가 나도 가족이 다함께 살기 때문에 참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더
많이 웃고 더 싹싹하게 하라니..
부부싸움한 날은 이불 뒤집어 쓰고 눕고 싶지만 새벽밥 지어 세명의 시동생
학교로 직장으로 보내고 집안일 다하는데 표정관리까지 하라구요?
나는 시누이의 충고 마다 마음속으로 토를 달고 있었다.
시누이의 심통이기 보단 올케의 반항이었던 것 같다.
시누이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이웃에서 자주 들락거리는 시누이가 불편했고 맏며느리로 와서 고생한다는
말은 시누이로 인해 실감해 가는것 같았다.
시누이가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와서 같이 식사하기도 하고
우리가 특별한 음식을 하면 어김없이 시누이 가족들을 불러 같이 먹곤 했는데
모두들 즐거워했지만 나는 힘들었다.
그렇게 10년을 사는 동안 시동생들을 출가시켰고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핑계삼아
이사를 하여 시누이와는 같은 도시지만 떨어져 살게 되었다.
자주 보지 않으니 시누이에 대한 감정이 많이 수그러져갔다.
25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제는 시누이의 충고를 그러려니 하며
듣는 여유가 생겼고 시누이도 답답한 올케의 성격을 포기해 가면서 살게 되었다.
말이 없어 답답하지만 맏며느리로서 이런 저런 말 옮기지 않고 잘 참아 형제간,
동서간의 문제 일으키지 않는다고 좋다는 말까지 하였다.
나와는 성격이 반대인 동서가 가끔 말을 잘못 전달하여 시끄럽게 만들곤
했기 때문이다.
나도 시누이가 시어머니께 입에 혀처럼 살갑게 잘하니 무뚝뚝한 나 대신
잘 해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유방암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할 때였다.
항암치료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죽을 목숨을 살게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4차 항암이 끝나고 일주일 후 혈액검사를 했을때 백혈구 수치가 0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급히 입원을 하게 되었다.
면회도 금지된 독실에서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을때
시누이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올케도 걱정이지만 80세 다된 우리엄마가 며느리 걱정으로 관절염이 점점 나빠져서
걱정이라는 것\"
\"먹기 싫더라도 80된 우리엄마를 생각해서 뭐든 많이 먹고 기운 차리라는 것\"
시누이란 오직 올케만을 위한 걱정은 절대 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80된 형님의 엄마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나도 많이 먹고 싶다구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시누이와 올케사이에는 가까이 할수 없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