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86년 어느 나이트 클럽
친구 약혼식 뒷풀이로 신랑친구4명이랑 짝지어 아주 비싼 호텔나이트장에 갔네요
밤 11시 마지막 스테이지에 한창 주가올리는 가수왕 조용필씨가 소개돼자 마자 아지매들 아가씨들 전부 앞자리로 몰려가자 기물 파손될까봐 웨이터들이 잽짜게 테이블 치워줘 전부 바닥에 숨죽이며 그 분만 쳐다보자
그 모습이 가상한지 그 분도 감사히 공손히 노래를 잘 부르더라구요 실제로 보니 키도 티비보다 좀 더 작고 왜소해 보이며 조금 높은 백구두를 신었더라구요 얼굴은 여자처럼 조그만하면서 짙은 안경너머로 요즘말하는 동안에 귀염상이더라구요
저 취향은 아니지만 그 시대 그의 노래만은 원음으로 들으니 정말 굉장히 애잔하고 가슴에 와 닿더라구요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시계를 딱 보니 딸만 있는 울 아버지 통금시간이 넘는거 아니겠어요 약혼식보고 좀 놀고 온다고 했지만 그 시대 그 사고를 가진 부모세대에게는 너무 늦은 시간이였지요
한 두곡 듣고나니 여기저기 앵콜땜에 맘 약한 가수왕은 몇곡 더 부를 참이더라구요
이 채송화 일생에 다시 못 볼 그 분을 그자리에서 과감히 차 버리고 일어서서 차마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으로 눈과 귀는 계속 그 분을 향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니 아니 글쎄 그 분이 노래를 부르며 시선은 사라지는 나를 계속 따르는거아니겠어요
모두 넋이나가 퍼질고 앉아서 우러러보며 감상하는데 감히 나를 차 버리고 가는 년이 누군가 싶어서 보는거 였어요
그기다가 엄청 이쁜년이였거든요 그 분도 시력이 좋더라구요 ㅋㅋㅋ
그 날 부리나케 택시타고 집에 갔더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친척아저씨 상 당했다고 호랑이 아버지가 밤차타고 시골가셨다나 어쨌다나
다시 갈수도 없고 나와 그 분과의 만남은 그렇케 아쉽게 짧게 끝이났네요
지금도 티비에 그 분이 나오면 나혼자 빙그레 웃지요 내가 차 버린 남자라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