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유학문제로 전화를 한 친구 목소리가
힘이 없고 어딘가 이상했다.
“야, 너 어디 아프니?”
“응~ 아니…. 쪼금…. 괜찮아… 몇 일이면 돼…“
평생 산을 타며 군살 한점 없는 몸매와 건강을 자랑하는 애가
처음으로 아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한다.
어디? 어떻게? 왜? 병원은? 검사 해 봤어?
숨 넘어가게 다그치는 내 말에
진짜 별일 아니라서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숨기는 것 같기도 한….
그러나 아프긴 한데 심각한 병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 혹시 늦둥이 가졌니? 축하한다 야~”
늦둥이라는 말에 깔깔대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털어놓았다.
헉!
평생 자기 관리에 한 순간도 느슨하지 않고
툭하면 가슴이 컴플렉스라고 했어도 정말 수술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요즘 자기 지방을 뽑아서 가슴, 코 등에 주입하는 줄기세포 성형이 유행이라나?
하긴, 아줌마라고 성형에 관심 갖지 말라는 법은 없지…..
하고 싶어도 주변 눈치보느라 못하는 사람보다
아줌마라고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 컴플렉스에 대처하는
친구의 용기와 삶의 태도에 ‘참 잘했어요’ 칭찬해 주고 싶었다.
흔히 아줌마들의 성형이나 외모에 대한 관심을
‘아줌마가 … 다시 시집을 갈 거야… 그 나이에 미인대회 나갈거야… 팔자를 고칠거야…
남편만 예뻐하면 되지….’ 등등
아줌마는 자기 만족을 자폭시켜야 하는 것 마냥
특히 성형수술은
\'아줌마로서\' 바람직하지 않는 짓(?)으로 호도하는 게 아직 우리네 정서.
특히, 여자들이 아줌마의 성형에 더 부정적인 걸 종종 본다.
분명 예쁘게 달라진 게 눈에 보이는데도
‘성형하기 전이 더 예뻤다‘는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다.
설사 그간 익숙함에서 달라진 약간의 어색함이 있을지라도
친한 친구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서 스스로 선택한 변화에
‘잘 했다. 잘 샀다, 잘 어울린다’ 등의 말로 그 친구 결정을 존중하는 말을 못할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매너.
나는 궁금한 게 우선이다.
“예뻐졌니?? 만족할 만큼 커졌어? 많이 아프진 않았구? 얼마 들었어?”
ㅋ
“하나도 안 아프더라… 몸에 지방이 없어서 배와 엉덩이 쪽에서 약간 밖에 못 빼서
크기는 생각보다 작은데, 흘러 내릴 수 있으니까 2주 동안 조심해야 한대…”
\"야~ 너 지방 모자랐으면 나한테 달라고 하지.\"
내 말에 큭큭 웃던 친구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자기 몸에서 빼낸 지방이라야 한대….”
이후 며칠 동안 친구랑은 통화를 하지 못하고 딸과 이메일 주고 받으며
전화 통화를 했고, 어젯밤 회복했는 지 문득 궁금해졌다.
“세영아. 엄마 가슴은 완전히 나았니?”
“네? 엄마가 아파요?”
“아니, 수술한 거 말야… 가슴이 자리 잡았냐고…”
잠깐, 아주 잠깐 말이 끊긴 세영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 엄마 가슴 수술했어요? 했죠!! 와~~ 대박이다. ”
“으응???? 아니… 가슴인지 아닌지 몰겠는데 어디 아프지 않았니??”
아우~ 수습하기엔 늦어버렸지만 말을 돌려보려고 해도
요즘 신세대들 눈치 하나는 프로수준.
어쩐지 팔을 만지려하면 움츠리면서 가슴을 감싸곤 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다며 완전 특종 차지한 기자마냥 \'대박\'이라고 난리다.
휴~
이럴 땐 정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딸하고 친구처럼 옷도 같이 입고 쇼핑도 다니는 사이니까
설마 그 애한테 비밀일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