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995

난 어깨가 아프다


BY 오월 2011-03-08

늦은밤 홀로 누워 동행이라는 프로를 봤다

한끼 식권을 받아들고 함지박처럼 입을 벌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따뜻한 방이 되어 주고 싶어했던

어느 고인이 된 노숙자의 남겨진 글은 봉사자들의 손에서

노래가 되어 불려지고 누군가 배부르게 먹고 남겨져 길거리에

내놓은 먹다남은 반찬은 고이고이 걷어가서

귀하디 귀한 음식이 되는  

 사람들 눈물이 한없이 뺨으로 흐른다

누군가의 불행이 내 행복의 척도를 재는 기준이여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나 너무 많이 가졌다.

 

내가 그 프로를 보면서 더 많이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쩌면 어쩌면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이 아니였을까

걸어온 자국마다 눈물이 찰랑거린다

그리고 늘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웃었다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란 사람같다는 말도 들었고 고생을 안하고

사니 손이 곱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마도 보여지는 모습이 그런가 보다

만약에 내가 이사를 간다면

\" 여보 우리 이제 갑시다\"

남편손 붙들고 떠나도 될 만큼 내가 가진 것은 없다

 

현장 소장님이 쓰다 버리고 간 침대는 혹 남편과 기분이라도 한번 내려고 하면

아래층에 민망할 정도고

외짝문 냉장고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전자레인지도 없고 렌지 후드는 테이프를 붙여 쓰고 있다

힘든  시절을 살아낸 때문인가 보다

난 늘 여유있는 삶보다는 뭔가 이렇게 빡세게 돌아가는 삶이 좋다.

그래서 늘 줄을 당겨 놓는다 해이해 지지 않도록

구제역으로 모두들 힘들다고 난리들이다

내가 다 짊어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내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데 심리적인 것들 만으로도

내 작은 어깨가 많이 아프고 무겁다.

 

식당을 하는 언니가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한다

몇 천 보태주고

또 식당을 하는 오빠가 힘들다고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 된다고 한다 거기도 몇 천 보태주고

군대 제대하는 아들은 입을 옷이 없다고 하고

뚝 떨어져 살고 있는 딸아이도 몇 푼 보내주는 생활비에 늘 허기가 진다

아이들은 그런다

우리만 잘 살면 되는것 아니냐고

우리도 힘든데 왜 잘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돕느냐고

나도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힘들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던들 지금의 나는 없을것이기에

 

난 평생을 이렇게 살것이다  늘 팽팽한 줄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지금은 내 주위를 돌보는 작은 것부터 차차 큰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언니를 돕기위해 내 마당에 장비 한 대가 팔려간걸 언니는 모른다

오빠를 돕기위해 내 마당에 장비 한 대가 팔려간걸 오빠도 모른다

그저 내 아이들이 동동 거리고 내 남편과 난 한 쪽 가슴은 시리고

한 쪽 가슴으로 따스함이 흐른다

둘이 함께 마음이 맞기에 팔려나간 장비들의 빈 자리를 또 사랑으로

채운다 폐지를 줍기위해 손수레 하나 갖기를 소원했던 그들

난 너무 많이 가졌다.

차가운 바닥을 피하기 위해 서로에게 따뜻한 방이 되어 주고

싶었지만 결국 이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그들

난 너무 많이 가졌다

뭔가 부족하고 필요한게 있을때는 조금더 손을 빨리 놀리자

얼른 빨아 널고 얼른 만들고 얼른 씻어놓고

난 평생 부자는 되지 못할 것이다  쌓이는 족족 퍼내기로 했으니까

그래도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하나 알려 주고 싶은게

있다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그까짓것 이라는 그 말은 절대 쓰지 마세요

오백원 동전 하나를 쥐고 콩나물을 살까 말까

망서린 세월이 흐르고 걸어온 자국마다 눈물이 고이고

지지리 궁상으로 융단을 깔고

 

아픈 상처로 가슴은 누더기가 되기도 했지만  

얻어오던 내가 어느듯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듯 아끼고 이렇듯 열심히 살아내는 데 도대체 왜

앞이 보이질 않고 그렇게 막막하기만 하냐

했던 세월들 그렇게 살아내고 보니 앞이 보인다 환하게

하지만 난 늘 팽팽한 줄다리기가 참 좋다

그게 진정 사람사는 맛이 나는거 같다

아들은 복학하면서 차를 사달라고 한다

군대 다녀온 선물로 사무실 마당에 아들을 기다리는

고물상에서 얻어온 자전거가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서 또 남편과 난 늘 힘들어 죽겠다는 시아주버님께

벌어먹고 사시라고 차 한대를 드리기로 했다

이제 아들은 삐져서 말이 없다

금방 쓰고 준다며 돈을 빌려간 큰집 조카놈은 급한불은 껏는지

그 뒤 단 한마디도 없고 난 안주면 말고라는 단서를 진즉

등짝에 붙여 보냈지만 그녀석은 모를 것이다

어떤 것이던 쉽게 생각해 버리는 가벼운 약속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되니까.

내가 있어 작은 힘이 되기를  

우린 너무 많이 가졌다 따뜻한 곳에 등뉘이는 그 하나를 평생

소원하다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고

따뜻한 물 나오는 곳에서 한 번 살아 보는 걸

소원하는 사람들이 우리곁에 있다

우리가 시켜먹고 남아서 내 놓은 남은 반찬이나 밥을

슬쩍 눈치보며 잽싸게 가져가는 사람들이 우리곁에 있다

다 책임질 순 없지만 난 어깨가 아프다

그리고 가슴도 아프다

함께 가는 것 그것이 동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