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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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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복제하고 싶은 날...


BY *콜라* 2011-02-18

항암치료 후 밤새 끙끙 앓으면서도

아들의 감기를 더 걱정하는 엄마....

 

남편과 스카이프 화상 메신저로

못 말리는 엄마의 아들 사랑을 흉보다가

홧김에 다음주 캐나다로 가겠노라 한 것을

기정사실로 믿어버린 남편은

달력에 X표 그리며 제대할 날 기다리는 이등병 마냥

애달픔의 화신이 되고 말았다.

 

퇴근하기 무섭게 

“이제 하루 없어졌다”며 한 숨 쉬는 그를

애 젖 물리 듯 어르고 달래며 하루 하루 보낸 지난 주는

밤마다 온라인 쇼핑 지름신으로 강림하였다.

 

“비행기 좌석 예약 했어? 몇 일 ? 몇 시?

“응.... 이제 할거야…… “

 

예약은 커녕, 4차 항암치료를 앞둔 엄마가

치료 후 고통스러울 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져서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기 힘든데 

내가 도착하면 직장에 휴가를 얻어 조용한 곳에 가서

일주일 쉬고 오자는 그의 마음은 고맙지만 …

차라리 그 일주일이라도 더 엄마 간병을 허락해 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차마….. 그에게 말하기 어려웠다.

 

자식 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

이 말을 듣게 될까 두려워서다.

 

비행기 좌석 예약 날짜를 재촉할 때마다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나….

 

“자기!! 자기 뭐 살 거 없어? 내가 다 사가지고 갈게~

 

여행지 예약일을 늦추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열어 공유화면을 띄워 놓고 유혹했다.

 

“자기 !! 오늘은 우리~~~ 함께 쇼핑할까?

반짝 관심을 가지는 남편과 공유화면으로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스노우 부츠, 벨트, 커플 티, 모자, 신발……

 하루를 넘겼다.

 

다음날 정확히 5시20 또 전화를 걸어 조른다.

 

“자기야~ 오늘은 음악 CD 사자. ~ 나 갖고 싶은 거 있던데…”

해서 박화요비와 ‘쏘울 싱어즈’의 CD, 성가집 몇 장

외장 CD롬을 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음날은 미백크림, 아이크림, 스킨 로션…

더 살 것도 없고, 고르는 것도 힘들 땐

영화도 함께 보고…

그것도 바닥나면 부동산 사이트 들어가서 이사갈 집 구경을 하고

일 주일 사이, 자잘한 물건들로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가 넘쳐났다.

 

지름신으로 강림하여

그렇게 몇 일을 넘겼다.

 

그러나 퇴근하기 무섭게 하루라도 출국일을 당기라고 졸라대는

그를 달래며 얼렁뚱땅 넘기는 수법도 바닥이 났다.

 

“아, 오늘은 그동안 쇼핑 해 둔 거, 결재 해야 돼!!

 

결재를 핑게로 딴 소리만 하는 내게

기운 팍~ 빠진 그가 물었다.

 

“진짜! 진~~~~~ 짜~~~  몇 일에 올 거야~~~~

“결재부터 하구....... 금방 갈께~

 

마치 “자꾸 그러면 물건 못 사갈지 몰라!” 협박에 가까운 내 말에

그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무 것도 안 살래~~ 

다 필요 없어!!! 너…. 너만 빨리 오면 돼! 제발~~~

 

엄마와 남편의 기울기는 평행선......

이런 오늘은

나를 복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