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밤새 끙끙 앓으면서도
아들의 감기를 더 걱정하는 엄마....
남편과 스카이프 화상 메신저로
못 말리는 엄마의 아들 사랑을 흉보다가
홧김에 다음주 캐나다로 가겠노라 한 것을
기정사실로 믿어버린 남편은
달력에 X표 그리며 제대할 날 기다리는 이등병 마냥
애달픔의 화신이 되고 말았다.
퇴근하기 무섭게
“이제 하루 없어졌다”며 한 숨 쉬는 그를
애 젖 물리 듯 어르고 달래며 하루 하루 보낸 지난 주는
밤마다 온라인 쇼핑 지름신으로 강림하였다.
“비행기 좌석 예약 했어? 몇 일 ? 몇 시?”
“응.... 이제 할거야…… “
예약은 커녕, 4차 항암치료를 앞둔 엄마가
치료 후 고통스러울 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져서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기 힘든데
내가 도착하면 직장에 휴가를 얻어 조용한 곳에 가서
일주일 쉬고 오자는 그의 마음은 고맙지만 …
차라리 그 일주일이라도 더 엄마 간병을 허락해 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차마….. 그에게 말하기 어려웠다.
비행기 좌석 예약 날짜를 재촉할 때마다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나….
“자기!! 자기 뭐 살 거 없어? 내가 다 사가지고 갈게~”
여행지 예약일을 늦추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열어 공유화면을 띄워 놓고 유혹했다.
“자기 !! 오늘은 우리~~~ 함께 쇼핑할까?”
반짝 관심을 가지는 남편과 공유화면으로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스노우 부츠, 벨트, 커플 티, 모자, 신발……
다음날 정확히
“자기야~ 오늘은 음악 CD 사자. 응~ 나 갖고 싶은 거 있던데…”
해서 박화요비와 ‘쏘울 싱어즈’의 CD, 성가집 몇 장
외장 CD롬을 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음날은 미백크림, 아이크림, 스킨 로션…
더 살 것도 없고, 고르는 것도 힘들 땐
영화도 함께 보고…
그것도 바닥나면 부동산 사이트 들어가서 이사갈 집 구경을 하고
일 주일 사이, 자잘한 물건들로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가 넘쳐났다.
지름신으로 강림하여
그렇게 몇 일을 넘겼다.
그러나 퇴근하기 무섭게 하루라도 출국일을 당기라고 졸라대는
그를 달래며 얼렁뚱땅 넘기는 수법도 바닥이 났다.
“아, 오늘은 그동안 쇼핑 해 둔 거, 결재 해야 돼!!”
결재를 핑게로 딴 소리만 하는 내게
기운 팍~ 빠진 그가 물었다.
“진짜! 진~~~~~ 짜~~~ 몇 일에 올 거야~~~~”
“결재부터 하구....... 금방 갈께~”
마치 “자꾸 그러면 물건 못 사갈지 몰라!” 협박에 가까운 내 말에
그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무 것도 안 살래~~
다 필요 없어!!! 너…. 너만 빨리 오면 돼! 제발~~~”
엄마와 남편의 기울기는 평행선......
이런 오늘은
나를 복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