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14

봄맞이


BY 그대향기 2011-02-18

 

이번 겨울은 예년에 없던 눈이 자주 내리고 또 많이왔다.

겨울 가뭄에 양파나 마늘이 덜 자란다고 걱정이시던 동네 어르신들은

이번 눈으로 겨울 가뭄이 다 해갈되었다고들 하셨다.

거의 30 센티나 내린 눈은 내가 여기 오곤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해마다 눈발이 날리는가 싶으면 그치고

안그러면 응달에 조금 희~뿜하게 쌓이는 정도?

올해는 삽과 빗자루로 등에 땀이 배도록 눈설거지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이 왔다.

물론 영동지방이나 울릉도의 눈폭탄에는 어림도 없지만.


 




오늘은 눈이 거진 다 녹은 날인데다가 푸근해서

3일과 8일에 열리는 읍내 장날에 복학을 앞 두고 집에 있는 둘째와 나가봤다.

너무 추우면 장날 장꾼들도 난전을 덜 펴고

사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매기가 없다.

먼산에는 아직도 잔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푸근하다보니

장꾼들도 제법 많고 사는 사람들도 옷차림부터 가볍고 제법 붐볐다.

목요일에 겨울방학 수련회를 마무리했기에

남은 부식도 좀 있었고 뭐 색다른 반찬거리가 있나해서 나가 본 장.

 

 

 

꽁꽁 언 동태는 단골이고 살이 꽉 찼다고 외치는 꽃게

이거 하나만 입으면 절대로 안 춥다고 난로를 껴 입고 다닌다고 자랑하는 레깅스

막바지 겨울상품을 원가로 준다며 지나가는 나와 딸을 잡아 끄는 옷가게 아줌마

작은 소쿠리에 고구마며 당근, 마, 풋고추 , 시금치를 소복소복 담아서

2000 원 3000 원짜리 가격을 포장박스에 휘갈겨 쓴 팻말을 꽂아 놓은 아저씨

제철인 듯 탐스럽게 익어서 곰보딱지 빨간 얼굴을 내 밀고 있는 딸기

추운 줄도 모르고 살기위해 죽어라 발버둥치는 민물고기

원빈이 울고가게 생긴 짝퉁 빤짝이 트레이닝복이 햇볓아래서 휘황찬란하다.

 

 

 

 

큰 마트만 다니며 그램단위로 뭘 사던 둘째는 신기한 듯 즐기며 다니고

난 청정수에서 키웠다는 향긋한 미나리 한단

국산을 힘주어 말하는 메밀묵 한모

밀가루에 쪄서 무칠 안 매운 꽈리고추 한소쿠리

잡곡밥에 앉힐 콩도 한 팩

간장 양념에 매콤한 땡고추를 넣고 찔 가오리

들깨가루를 넣고 고사리찜을 하려고 통통한 고사리 한단

겨울 동안 무거운 음식으로 다소 가라앉은 입 맛 돌아오게

도토리묵하고 새콤달콤하게 겉절이 할 봄동배추도 조금....

 

 

 

 

봉지봉지 장 본 물건들을 들고 둘째랑 장을 보면서 기웃기웃

이골목 저골목을 지나오다가 어머나~~~

몹시 추운 겨울 장날에는 잠시 휴업 중이시던 꽃장사 아저씨가 오셨네~

형형색색

울긋불긋

올망졸망

맞어.

분명히 형형색색 고운 꽃들을 장 한쪽 길 가장자리에 가득 펼쳐두고  계셨다.

간혹 아줌마 몇이 나처럼 서던가 앉아서 반가운 봄 꽃구경을 한다.

양란의 화려함이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어디서 키우셨는지 이쁘기도 해라~

 

 

 

 

겨울 내 화단은 거의 전멸 상태.

베란다에 들여 놓은 것들도 많았지만 야생화가 많다보니 겨울 동안 동면하듯

매서운 한뎃바람에 그저 죽은 듯이 엎디어 있어서

황량하고 썰렁했는데 여린 봄 꽃을 보는 순간 난전이 아직은 춥다는 것도 잊고

또 꽃집 앞에 주질러 앉고 말았다.

장 본 깜장봉지를 꽃집 앞에 다 내려 놓고 이 꽃 이름은요?

이건 노지에서도 잘 자라나요?

아니면 추위에 약한가요?

 

 

 

 

꼭 초등학생이 선생님한테 질문하듯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물었다.

그 꽃집이야 내 단골집이니 일일이 친절하게 답해 주시지만

문제는 꽃이름을 그 당장에는 다 외운다고 하지만 집에 오면

거의 다 잊어먹는다는거~!!!

꽃집 주인이 덜 바쁠 때는 꽃이름 푯말을 적어주시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두어번 이름만 일러주신다.

그럼 뭐하냐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잊어버리는걸.ㅋㅋㅋ

 

 

 

 

해동이 덜 된 날씨라 덩치가 큰 꽃은 건사하기 힘들어서 안 사고

빈손으로 돌아오기 뭐해서 자잘한 꽃 몇가지만 샀다.

꽃이 성질 급하게 이미 만개한 것들은 자제하고

앞으로 필 봉우리들이 많은걸로 샀는데 복수초는 너무 어린 싹만 있어서

어찌 이쁘게 피려는지 모르겠다.

집에는 늘 빈 화분이 몇개는 있기에 집으로 돌아온 그 즉시

플라스틱 분에 담긴 흙을 엎고 분갈이를 해 줬다.

 

 

 

 

봄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벌써 설레인다.

어제 화분갈이를 하면서 살펴 본 마당 한켠의 말없는

봄의 대표주자 라일락 마른 가지에도 서서히 꽃망울이 자라고 있었다.

동사한 듯이 빈 몸으로 나가 있는 화분들에서도 조만간 새순들이 올라올거고

크고 작은 꽃들이 앞 다투어 필 걸 생각하니 얼른 봄이 왔으면...싶다.

겨우내 힘들게 치룬 행사 끝에 발목 아킬레스 부분에 심한 부종은 얻었지만

병원을 다녀왔고 약을 먹으면서부터 통증도 가라앉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보니  조금 아픈거야 참을만하다.

겨울은 가고 있고

봄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낮고 작게 속식이는데 뭐............

이쁜 걸음걸이로 다가올거니까 쪼금만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