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의 추억도 기억도 없다.
엄마가 늘상 말했던 할머니는 계모시어머니로 엄마와 3살 차이가 났단다.
엄마가 아이를 낳을때 시어머니도 아이를 낳고,
시동생이 홍역을 할때 업고 다니느라 정작 자신의 아이는 열을 감당 못해 죽고
나이어린 시누이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아이들은 끼니도 못 챙겨
항상 허기지는 배를 안고 살았다나.
내가 어릴때 5살 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다 돌아가셨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마다 \'나쁜 계모할머니\' 동화속에 나오는 팥쥐엄마라고 여겼다.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없다.
내가 막내니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뵌적도 없고
외가에 대한 추억도 없다.
내림일까.
우리 아들,딸도 너무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아무 추억도 없다.
시어머니의 마음은 둘째인 남편보다 큰아들에게 가 있으니 그 사랑 또한
큰 손주들에게만 마음을 주었다.
아이들이 철들기전 아무 추억도 가지지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다 돌아가셨다.
이제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
아들의 딸 친손녀에게 정을 듬뿍 주었다.
아니, 일부러 그러기로 작정을 하였다.
남편병원 때문에 아이들집 근처에 2년정도 살면서
손녀를 많이 봐 주었더니 손녀도 할머니,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이번에 설을 쇠러 와서 손녀를 떨구고 갔다.
다섯살인 손녀는 할머니집이 좋다며 따라가지 않겠다고 우는 바람에
열흘넘게 같이 지내고 있다.
손녀눈높이에 맞춰 나는 여섯살이 되어 하루종일 같이 지내니
아무 시름도 없는 철없는 할매가 된다.
둘만 살면 말한마디 없는 할배와( 말을 못하니) 적적하기 이를데 없는
집안은 허허벌판같다가 손녀로 인해 정말 사람 사는 집 같다.
이번 주말에 데려다 주려고 한다.
체력이 달려 더는 못데리고 있겠다.
옛날에 아이들을 어찌 키웠는지 ...
힘에 부쳐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어
설거지도 못하고 비실거린다.
학교 들어가면 할머니집에 오고싶어도 자주 못오겠지.
다들 그런다. 손주 키워준 보람은 없다고.
특히 남편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나보고도 절대 손주 봐주지 말라고.
시어머니가 시누이들 아이들을 키우다 시피했는데 할머니 아플때 한놈도
자주 들여다 보지 않았다고.
자기가 봐주지도 않으면서..ㅎㅎ
나도 각오는 한다. 손주들에게 무슨 댓가를 바라냐고. 현재 할매,할배에게
웃음을 선물해주는 손주를 이뻐하면 되지 무슨...
손녀가 커서 할머니집에서 지냈던 좋은 추억만 간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지지 못했던 시골 할머니집의 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