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민우지!?”
18년쯤 전? 대학로 KFC 정문.
나는 한 남자의 팔을 다부지게 잡아 차에 밀어 넣었다.
소매치기 검거한 형사처럼 ....
“네? 저 민우 아닌데요…”
“거짓말 마! 타~”
사전에 입수한 민우의 인상은
키는 170센티 가량, 짧은 까치 머리를 무스로 세우고
까만 자켓에 날 선 콧날과 쌍꺼풀 없는 눈매가
차가운 인상……
남자가 자신은 ‘민우’가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 할 수록
강하게 \'민우\'라고 믿으며 시동을 걸었다.
남자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포기한 것인지 시인하는 것인지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다 포기한 물고기마냥
이내 잠잠해 졌다.
“야, 배고프다. 일단 저녁부터 먹고 이야기 하자.”
“네…. 그러세요.”
남자는 밥보다 차가운 맥주 한 잔 마시면 좋겠다고 했고
나는 그냥 밥을 먹은 후에 생각해 보자고 하다가
밥도 먹을 수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절충했다.
순순히 따라오는 걸로 봐서
분명히 ‘민우’라고 나는 확신을 했다.
“너 몇 학년이야?”
“저 대학졸업하고 직장다니는데요…”
“야~ 너 거짓말 할래? 다 아는데. ”
대학로 일방통행 길을 거쳐 팝 입구로 접어들었다.
다짜고짜, 시종일관, 처음부터 반말 하는 나와 달리
남자는 존댓말을 꼬박꼬박하는 예의와 도회적인 느낌이
내가 알고 있던 철딱서니 민우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글에서 느끼는 사람과 직접 마주한 사람의 이미지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시해 버렸다.
“너 내가 누군지 알지? 학교는 잘 다니고 있니?”
“저 직장인이라니까요.”
“푸후~ 어디? 어디 다니는데? ”
“IT 기업 0000근무하는데요.”
“푸~ 거짓말도 자꾸하면 버릇된다. 그럼 몇 살인데?”
“스물 아홉살요.”
거짓말이라고 무시하면서도 자꾸만 정답을 비켜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민우’라고 확신한 나는
팝 앞에서 차를 세우고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
“야~ 주민등록증 꺼내 봐~ ~”
어이가 없다는 듯, 남자애는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소위 ‘쯩’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어머, 미안해요. 난 진짜 민우인 줄…… 알았어요….”
말투부터 존댓말로 바꿨다.
민우는 문인동호회 후배의 후배로
번번이 내 글에 딴지를 걸었지만 모임 때마다 이상하게 마주치질 않고 엇갈리는 통에
언젠가 만나서 한 번 혼내주려고 벼르던 중
그날 후배랑 대학로에 왔다가 작전상
후배가 살짝 빠졌던 것.
훗날 만난 민우는
내가 납치(?)한 남자와 인상착의가 흡사하긴 한데
그 남자는 아니었다.
“정훈씨! 그럼 왜 차에 타고 따라왔어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하는 내게
그 남자 하는 말…
“신선했어요. 처음보는 여자가 단번에 팔짱을 끼더니 반말로 차에 타라는데 멋지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ㅋㅋㅋ
콜라의 글은 댜큐멘터리 보다 사실적인 거 아시죠?
이후? 각자 소설을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