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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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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지기


BY 그대향기 2011-02-07

 

 

봄 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 만해도 모든게 꽁꽁 얼어붙어서 사람까지 움츠러들게 하더니

입춘이 지났다고 서둘러 많이 푸근해졌다.

깡마른 가지가 꼭 죽은나무처럼 보이는데도

가까이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써 움이 자리잡고 있다.

좁쌀보다도 더 작은 움이 새 봄을 잉태하고 있다.

잔설이 소리도 없이 녹아 사라졌고

습한 구석에 얼어있던 지난 가을에 다 태우지 못했던

낙엽들이 구속에서 풀려 난 듯 다시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서 추위에 한껏 줄어들었던 운동량을 늘이기로했다.

감기도 감기였지만 이래저래 귀차니즘이 찰싹 달라붙음에야...ㅎㅎㅎ

거실에만 들어오면 너른 쇼파에 몸을 묻고 있기가 다반사

가끔씩이었지만 음악을 틀어놓고 흔들어대던 스트레칭도 쉬었고

지하실의 헬스장도 안간지 여러 날.

어제그제 온천에 가서 저울질한 몸무게에 경악을 금치 못함이 가장 큰 동기렸다~!!

 

지난 가을만해도 큰 군살없이 올라붙었던 뱃살들이

탄력도 잃고 두리뭉실~~~

앞인지 뒨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절구통인지.

쓸데없이 팔은 저리고 다리는 아킬레스건이 당긴다.

목욕탕에서 비누칠을 잔뜩한 다음 엄지와 검지로 마구마구 문지르기를 한참

처음엔 악..소리가 나도록 아팠지만 곧 나아졌다.

초중고등학생시절 운동을 하면서 간단한 치료법은 익힌 터라

감기나 다른 질병이 아닌 이상 집에서 간단하게 혼자 맛사지를 한다.

 

처음엔 고통스럽지만 점점 나아지는 과정을 알기에

거실을 무대 삼아 혼자서 난리 아닌 난리를 치면서 운동을 재개.

더불어서 너무 일찍 잠들지 않기를 다짐하고 안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서랍장 위에며 책장 위에 있는 상자들부터 개봉하는데

속 내용물보다 겉치레가 더 요란한 상자들 천지다.

포장지가 아까워서 포장상자가 예뻐서 모아 둔 것들이  대용량 비닐봉투에 하나가 넘는다.

언제 또 사용될지도 모르는 그런 포장지들이 구석구석 수도 없이 많다.

고와서 ,화려해서, 별나게 생겨서...

이유도 많고 다양했다.ㅋㅋㅋ

 

이젠 그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일랑은 버리고 살아야겠다.

큰딸은 3년전에 시집갔고 둘째도 곧 복학 할거고 막내도 대학기숙사로 들어가고나면

이런 잡동사니는 필요치 않을 터.

우리 부부가 신랑각시 소꿉놀이라도 하면 또  몰라~

크고 작은 상자들이며 알록달록 이쁜 리본들이며 포장지를 막상 버리려니 하이고.... 아깝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버렸다.

뭔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지만 후련함이 더 컸다.

아이들 작아진 옷이며 자주 안쓰는 물건까지 하나 둘씩 정리를 했다.

오늘은 안방

내일은 거실

아이들 방은 둘 다 대학으로 가고 난 다음 대대적인 재정비에 들어갈거고.

 

욕심껏 끌어 안고 살던 구질구질한 세간살이들도 좀 버려야겠다.

시집 오면서 들고 온 유행이 한참 지난 툭해 뵈는 그릇이며 모서리가 찍힌 가구들까지

참 많이도 모아두고 산다.

정물화처럼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그 옛날 그 장소에 고대로 서 있는 별로 크게 소용이 없는 가구까지

일단 내 손 안에 들어왔다하면 쉽게 버리질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면서 소중한 보물단지처럼 닦고 고치며 살기를 26년.

이젠 가구며 그릇들도 버릴건 좀 버리고 가볍게 살아야겠다.

사기그릇이나 유리그릇에 이가 빠지면  작은 다육이화분으로 쓰고

나무장식품이 미워지면 꽃받침으로 사용했었다.

 

최근에 아이들이 어릴 때 구입했던 거실장을 큰 맘 먹고 확~바꿨다.

늘 그 자리에 있을 땐 크게 눈에 안 띄던  흠집들이 거실장을 바꾸면서

밖으로 드러 내 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온통 흠집투성이였다.

그래도 아프다고 울기를 하나 약 달라고 보채기를 하나?

그러니 20년이 훨씬 넘도록 처음 산 그 가격이 아까워서 안고 살았지.

골동품 수준도 아닌것들을...

무슨 골동품 수집가처럼 이구석저구석에 쌓아두고 가끔씩 꺼내놓고

혼자서 빙~그레 웃다가 먼지묻어 지직거리는 레코드판 돌아가듯

추억의 강에 혼자서  잠기곤 했었다.

 

이젠 조금씩 버리고 바꾸면서 살아야지 싶다.

한꺼번에 버리고 바꾸면 낯설 것 같고 지출도 많아 오히려 안한만 못할 것이고

작은 변화들이 생활에 활력을 주는 선에서 하면된다.

오래 된 애장품들일수록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더 못 버리고 안 버렸던 추억이 있는 생활용품들을

이쯤에서 적당히 인연의 끈을 놓아야 가볍게 살아갈 것 같다.

안 그랬다간 그런 물건들만 쌓아두는 큰 창고가 따로 있어야 할 판이다.

역사박물관같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