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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 해......


BY *콜라* 2011-01-20

아침 7시,

엄마의 다섯 손가락을 펴서 

가장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가락에 소독 솜으로 닦은 후 혈당측정 침을 꽂는다.

 

차마 세게 찌르지 못해서 두 세번 찌르기 일수인 내게 

엄만 매번 세게 찌르라고 당부하지만

벌써 몇 달째 하면서도

아직 혈당 체크를 할 때마다 피를 뽑지 못해 애를 먹는다.

 

\'엄마 무서워!!\'

 

당뇨침을 들고 벌벌 떠는 내 손을 

엄마가 콱 누르며

살살 찔러서 피를 짜느라 손가락을 쥐어짜는 것보다 한 번에 성공하는게 낫다고 하지만

내겐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식전 당뇨약을 먹이고 야채스프, 아침식사, 다시 식후 당뇨약....

홍삼 먹이고 운동하고 휴식, 우유 먹이고 운동하고 휴식, 소변보고 전복 먹이고 휴식, 운동,,,,,

 

 부축하면 10여분 운동도 거뜬히 할 체력이 된 엄마를 보면

기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직도 이게 꿈이 아닌가, 엄마가 꾀병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불과 5개월 전, 오토바이를 타고 노인대학을 다니던 엄마의 모습은 흔적도 없고

딸의 힘과 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현실이 엄마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신 듯 하다.

 

육체의 아픔보다 무기력하게 살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적응하지 못하시고 

삶의 의욕을 불태우며 이를 악물고 운동에 열심을 내다가도

2차 항암치료 후 의지가 많이 약해지기도 했었다.

 

\'내가 인간 노릇할 수 있겠냐..... 너만 힘들게 하고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겠냐!\"

엄마가 힘없이 좌절 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엄마! 뭔 소리! 엄마는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만한 건강도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야

이 나이까지 엄마를 내 곁에 있게 해주셨고, 수술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수술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80 연세에 수술하다가 마취 못 깨서 돌아가실 수도 있었는데

엄만 거뜬히 세번이나 대수술에서 젊은이들과 똑 같이 30분만에 깨어났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한 일들의 연속이다. 

 

엄마가 좀 더 오래 살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힘든 것도 참을 수 있으련만,

잠든 엄마의 숨소리만 커도 가슴이 철렁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어디가 아픈가. 불편한가. 내가 걱정할 까봐 참는 건 아닐까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문득 엄마가 눈을 뜬다.

 

? 니는 와 잠을 안자노!?

엄마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으면 

엄마도 눈을 감는다.

 

이제 잠들었을까 살그머니 실눈 뜨고 엄마를 보면

엄마도 살그머니 한쪽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참 후 이젠 엄마가 확실히 잠들었으리라 안심하고 눈을 뜨면

어느새 엄마가 샛눈을 뜨고 확인하고 있다. 

 

서로 잠들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하다가

둘이 동시에 눈이 마주치면 엄마가 후딱 눈을 감는다. 

 

ㅋㅋ

\"하!! 엄마, 왜 안자?!\"

\"하이구~ 니는 왜 안자노@! 니가 자야 엄마가 자지!?\"

 

진짜 자기로 약속하고 우린 동시에 눈을 감는다.

뒤척임도 없이 엄만 정말 자는 듯, 그러나 숨소리가 일정하게 고르다.

그건 자는 척하는 거다.  

 

에이, 엄마 자는 척 하지 마~ ㅋㅋ

엄마를 간지럽히면, 하하 웃으며 눈을 뜬 엄마와

나란히 배개를 마주 대고  ㅋㅋ대며 웃는다. 연애하는 연인들 처럼

 

그럴 때 엄만 참 귀엽다.

암환자라고 절망만 있는 것도 아니고 , 기쁨, 행복이 없는 게 아니다.

가끔은 남편과 떨어져 산속에서 지내는 이 시간이 문득 문득 외로울 때도 있고

엄마가 얼굴이라도 찡그리면 나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기도하고

119를 타고 응급실도 간 적 있지만, 나는 그럴 수록 점점 강해지고 독해 진다.

\"그래,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을 행복하게 지내자\'고 다짐 한다.

 

그저 \'괜찮다.,,, 괜찮다.....\' 하며

딸 피부 망가질까 더 걱정을 하는 엄마 앞에서 난 더 씩씩한 척 

엄마가 좋아 할 일이 무엇이 있을 지, 엄마가 잘 먹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다.

 

\"엄마!! 난 한 20킬로 빼야  돼!! 엄마 안 아프면 어떻게 엄마 독차지 하겠어!

엄마 안 아플 땐 오빠들만 좋아해서 나 많이 외롭고 질투나서 미칠뻔 했어 씨!:\"

 

저녁엔 사람들 몰래 식탁 아래 따끈따끈한 물 뜨다가 엄마 발을 담궈 두었다가

식후 사람들이 방으로 돌아가면, 가만가만 발을 주무르면

엄만 간지러운 듯 움츠리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좋아 하신다. 

 

이태리 타올 가져다가 식당에서 때를 싹싹 밀으며 우린 은밀한 범죄를 저지르는 공범처럼

조용조용 물을 버리고, 바닥을 닦은 후 방으로 돌아와 로션을 바르면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다.

 

세상에 돈 한 푼 안들이고 뜨거운 물 두 세숫대야로 이렇게 엄마가 좋아할 일을

난 왜 엄마가 건강할 때 해주지 못했던지.....

 

병실에 있을 때 이름도 성도 모르는 아줌마들이

\'엄마에게 어쩌면 그렇게 잘하냐\'며 \'나는 한번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며

앞뒤 설명도 없이 우리 앞에서 펑펑 울 때

세상에 얼마나 효녀효자가 없기에 이게 효녀노릇이냐고

난 쥐구명이라도 찾고 싶다.  

참으로 효녀되기 쉬운 세상이다. 

 

정말 효녀였다면 매년 정기검진으로 부모님을 챙기지 않고

연로한 엄마가 이지경이 되도록 무심했을까.

정말 효녀라면 한치 흔들림 없이 지극정성만 있어야지,

나는 간혹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혼자 징징 울어댄다. 

이 다음, 내 상처가 적기 위해 이기적인 마음으로 간병을 자청한 것인 지도 모르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엄마의 암 투병은 내게 축복이란 것.....

 

엄마를 온전히 독차지 한 채,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24시간 체온을 나누며 엄마를 만지고 주무르고 이야기하며 보낼 수 있는 이 시간

어차피 부모가 자식보다 앞서가는 것이 세상이치라면

 막내 딸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보여줄 기회를 부여 받은 지금

감사 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우린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를 의지해서 한 발 한 발 햇살을 향해 걸으며

열 바퀴를 돌았느니 열 두바퀴를 돌았느니 아웅다웅하며

자칫 절망으로 회색빛이 될 시간 속에서 희망만 생각한다.

 

만약 사고나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면

나에게 엄마는 그저 그리운 존재로, 엄마라는 존재로만 자리잡았을 뿐일테지만

오직 엄마에게 몰두하며 지낼 이런 기회를 내게 덤으로 받아

엄마와 오붓한 추억을 쌓으며 지낼 수 있기에

나는 날마다 감사하며 기도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지만, 짧은 시간동안 형제간의 갈등도 겪었다.

각자의 본심도 적나라하게 본 끝이라 간간이 전화만 거는 그들이 그리 반갑진 않지만 

 

\"어머니 좀 어떠셔요?\"  

한 마디가 엄마에게 티끌만큼 기쁨이라도 된다면

치유에 눈꼽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내 기분쯤 어떠해도 좋다.  

 

\'난 괜찮다.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살아라\'

그들은 엄마의 뻔한 대답을 믿지 않으면서도 믿는 것 처럼 끊는다.

그래야 스스로 편할테니.   

 

엄마를 막내가 스스로 떠 맡았다며 홀가분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나는 형제들에게 종종 고마움을 느낀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한 지금

비록 물려 줄 재산 없고 힘겨운 투병 중인 엄마일지라도

고단함보다 엄마에게서 받는 사랑과 누리는 행복이 세상 무엇보다 큰 축복이란 걸,,,,,

 지금도, 훗날도 그들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