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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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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심.


BY 햇살 2011-01-14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했던가...

아직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생선을 굽거나 빨래를 삶을 때는 뒷베란다에 따로 놓은 가스렌지를 사용했는데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더니 가스 점화가 잘 안되길래 그냥 안에서 생선을 굽기로 했다.

근데 생선 구울때 아무리 조심해도 기름도 좀 튀고 냄새도 나는지라 신문을 반접어 뚜껑삼아 덮었다.

예전에도 종종 그랬기에 별 생각없이 그랬는데 오늘따라 좀 큰 후라이팬에다 굽느라 신문을 펼친 면적이

넓었다.

게다가 어묵전골을 하느라 국물이 끓어 넘칠까봐 거기에만 신경 썼는데

순간 타는 냄새가 나는듯하여 보니 신문 한 쪽 끝에 불이 붙은거다.

싱크대 개수구에 넣고 수돗물을 틀 생각으로 얼른 신문지를 들어 개수구로 옮기는데

그 사이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그 큰 신문지 면적만큼 불이 일어나는데...정신이 없었다.

아...하는 사이 크게 번진 불에 놀라기도 했지만 불꽃이 제법 높이 치솟아 수도꼭지까지 불길에 덮여 물을

틀수도 어찌해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개수대는 스텐재질이니 신문지가 다 타면 불이 꺼지리라싶어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아뿔사 그 불길이 작은 주방창 미니 커텐근처까지 어른거리는 거다.

만약 커텐에 불이 붙는다면 그땐 걷잡을 수 없이 큰 불로 번질태세였다.

순간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이러다 정말 불나는 거 아닌가 싶어 손에 들고 있던 뒤집개로 커텐을

최대한 뒤로 밀어내며 버텼다.

그러는 사이 신문이 얼추 탔는지 불길이 조금씩 수그러들기에 얼른 수도꼭지를 틀어 남은 불씨를 껐다.

매캐한 냄새와....시커먼 재...거기다 까맣게 그을린 수도꼭지며..개수구에 남아 있던 눌러붙은 플라스틱

뚜껑이며 그릇...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라 황당하기도 했지만 불을 보고 놀란 가슴이 계속 진정되지 못하고 콩닥거렸다.

그제서야 무슨 일인가 싶어 나오는 남편이랑 아들에게 방금 불냈다가 껐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남편은 어이없어하며 왜 부르지 않았냐고 하는데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부르고말고할 정신도 없었고

그 작은 불이 이렇게 커질줄 짐작조차 못했기에 부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꺼진 불도 다시 보자...

학교 다닐때 열심히 그림그려가며 불조심 포스터 그리던 생각이 난다.

그때 아무 생각없이 내뱉던 그 문구가 이렇게 절실하게 와닿다니...

불....참 고마우면서도 무서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