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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 받아도 되는지....


BY 그대향기 2011-01-12

 

 

오늘은 우리집에 계시는 일흔 두살 연세의  할머니 한분의 생신이셨다.

우리집 할머니들의 생신이 되면 미역국을 끓이고 별식을 몇가지해서

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생일축하노래도 다 같이 불러드리는

조촐한 생신파티를 해드린다.

오늘도 그런 조촐한 생신파티를 해 드렸고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끝낸 다음

오늘 생신을 맞은 할머니한테 드릴 선물을 포장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들한테 사랑도 많이 주시는 분이셨고

늘 수고한다는 사랑의 칭찬도 아끼지 않으시는 그런 할머니시라

나한테 선물 들어 와 있던 기초화장품 몇가지와 겨울 옷에 어울릴 브로치를

리본이 달린 이쁜 상자에 넣고 포장을 하고 짧은 편지도 몇줄 적었다.

 

\"늘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제 부족한 사랑으로 오래오래 같이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필은 참 못난이라 잘 안쓰는데 이런 경우는 자필이 더 정감이 있을 것 같아서

못났거나어쨌거나 또박또박 정성은 다해 적었다.ㅎㅎㅎ

다른 할머니들이 샘내실까 봐 조용한 시간에 그 할머니방으로 갔다.

물론 다른 할머니들 생신때도 작은 선물은 해 드리지만

이 할머니하고의 차별은 조금 있는건 사실이다.

조카가 국내의 유명한 의약품회사에 다닌다는데 이모할머니 드시라고 비싼 보약이나 건강식품이 오면

젊은 우리부부가 잘 먹고 건강해야 이 일을 감당한다시며

본인은 아주 조금만 가지시고 그의 우리한테 다 주시기도 한다.

우리아이들 생일 때면 꼭 빳빳한 지폐를 나이만큼   봉투에 담아서 덕담까지 적어 주시는 분이시다.

 

그런 분이시기에 내가 드리는 생신선물도 조금 신경이 쓰이는 부분도 없지않다.

다른 할머니들도 우리부부나 아이들한테 사랑을 많이 주시지만 이 할머니처럼

전적으로 후원을 해 주시는 분도 드물기 때문이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그 할머니 방에 갔을 때 어딜 외출하시려고 막 나서시던 참이셨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작지만 제게 있던 몇가지 챙겨왔네요.

 이뻐지세요~\"

\"뭘 이런걸 다 챙겨오세요 그래~

 늙은 얼굴에 뭘 바른다고 젊어질까....ㅎㅎㅎㅎ

 고맙습니다.\"

그리고 돌아 서 나오려는 내 손목을 잡아끄시더니

\"안 그래도 만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 됐네요.

 이거....

 아이들 둘 대학 보내려면 어려울건데  내가 작정한 돈이니 성의로 받아주세요.

 한 아이 등록금이라도 해  드렸으면 좋으련만...\"

 

그 자리에서는 그냥 고맙단 인사만 하고 돌아왔다.

바로 옆에 붙은 다른 방 할머니들이 들으실지도 모르고

또 들으시면 부담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기에 얼른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어림짐작으로 30만원 정도?

자식도 없으시고 혼자 노령연금과 우리 기관에서 수고비 조금 드리는 것으로 사시는

그 할머니한테는 30만원도 솔직히 큰 금액이다.

신학대학을 나오셨지만 선천적으로 시력과 건강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셨기에 결혼도 안하셨던 할머니시다.

 

그런 할머니신데 언제나 작은 교회를 도우는 일에나 월드비젼을 통해서

아프리카의 어려운 아이들한테 희망을 주는 일에는 남보다 한발 앞서 도우시는 할머니.

2층 집으로 올라오면서 고맙고 감사했지만 어려우실건데.....

그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열어 본 봉투의 돈은.......

거금 백만원이었다.

빳빳한 신권 5만원권으로 넣어서 부피감이 없었나보다.

순간 많이 놀랐고 너무 큰 부담에 되돌려 드려야 할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온 남편한테 이야기했더니 며칠 전 웬지 큰 돈을 찾으시더라고 했다.

일단 고맙단 인사를 드렸고 너무 큰 돈인데 괜찮으시냐고....

아들이 수능을 준비하면서 그 할머니도 심정을 굳히셨다고 하셨다.

백만원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고.

고맙단 인사를 하기엔 너무 큰 돈이라 여러 말이 필요치 않았다.

\"수능시험도 망친 아들한테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다니요.\"

\"수능을 망쳤지 인생을 망친게 아니니 대학가서 잘 하면 좋은 길이 열릴겁니다.\"

희망을 주셨고 언제나 그러하시듯 우리 가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주신다.

 

두 아이들 학비가 큰 부담이지만

둘 다 스스로 해결하기로 합의를 봤다.

생활비나 책값등은 부모인 우리가 감당해 주고 학비는 대출받아 쓰고 나중에 갚기로.

둘째도 그랬고 아들도 그럴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겠고

그것이 안되면 곱다시 다 갚겠지.ㅎㅎㅎ

애들 공부 다 시키고나면 부부는 늙을것이고 그럼 그때부터 노후대책을 하면 너무 늦다.

아이들한테 짐덩어리가 안되려면 지금 조금 섭섭한게 낫다.

하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세뇌교육을 시켰기에  둘 다 거부반응도 별로 없다.

넉넉해서 무리없이 학비를 대 주면 편하겠지만 스스로 갚아나가게 하는 것도 크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책임감도 있을거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학비부담도 줄이는거니까.

그 할머니의 귀한 장학금을

소중하게 쓰게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귀한  사람되는 것으로 갚아라고 해야겠다.

큰 부자의 천만원보다 더 값진 백만원인데.

액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할머니의 깊은 사랑이기에

이 겨울의 추위를 다 날려보낼만한 따뜻한 사랑을 받고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