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친하게 지내는 이가 있는데 몇달 전 다발성 암으로 입원을 했었다.
그땐 병원에 찾아 가서 손을 잡고 울었다.
항암 치료 받으면 괜찮을거라고 밝은 웃음을 지어주던 그녀였다.
몇달이 흘렀다
맨날 일속에서 허둥대며 지내는 난 그녀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완쾌 되었는지 잊고 살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 열중하다 보면 남은 잊고 살기가 쉽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호스피스 병원으로 간다는 소식이다.
마지막 가는 병원이다.
어쩌면 좋을까.
점심 시간이 끝난 후 가게는 아줌마에게 맡겨 놓고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정류장에서 내려 또 병원행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아픈 그녀가 생각나
힘을 다해 씩씩하게 걸었다
십분만 뛰어가면 된다.
차가운 날씨는 나를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라며 다음 정거장에서 또 발목을 잡았다.
아픈 그녀가 생각났다
어쩌면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야하는 그녀가 생각나 막 뛰었다.
운동 부족으로 뛰다가 헐떡 거리며 걸었다.
작은 언덕위에 하얀 꽃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이 추운 겨울에 토끼풀 꽃들이 모여 놀다가 내 눈에 들켜버렸다.
아이 처럼 좋아서 언덕위를 올랐다.
하얀 토끼풀 꽃을 두개 뜯었다.
행운에 시계를 만들어 아픈 그녀에게 차 주어야겠다.
가운데를 갈라 또 하나 꽃가지를 끼워 가방에 살짝 넣었다.
그래 이 꽃시계를 손목에 걸어주면 꼭 나을거야
아무도 없는 길가에서 꽃시계를 만들며 나는 웃었다.
얼른 뛰어가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어야지..
엘레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병실에 들어갔다.
앉아서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흐느낌으로 변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픈 그녀를 보니
어쩌면 다시 볼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기도를 하고 애써 웃음지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에서는 이제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랜단다.
하지만 그녀는 삼일후 항암치료를 한다음 요양병원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스로 견디어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안되면 안되면 그때 호스피스 병원으로 간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핑돈다.
그 순간 나는 가방에서 행운에 크로바꽃시계를 꺼내
그녀의 손목에 차 주었더니 좋아한다.
어떻게 이 추운 겨울에 이런 꽃을 구해왔냐고 웃는다.
그건 내 눈에만 보이지.. 하고 나도 웃었다.
아마도
이꽃시계를 차면 분명 깨끗이 나을거야...
우린 겨울에 핀 하얀 토끼풀 꽃으로 만든 행운의 꽃말을 믿어본다.
그리고..........웃었다.
꽃시계를 차고 웃는 그녀를 병원에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분명 행운의 그 꽃말은 그녀를 살릴거라고 나는 맘속으로 다짐하며
병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