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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자


BY 헬레네 2010-12-07

거창하게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나선 엄마가 불과 3일만에

해남 땅끝마을을 돌아 서울의 언니집으로 돌아오셨 다길레

다음날 우리집으로 들러서 가시겠거니 하고 기다렸더니 오후

3시쯤  기차역에서 내려 바로 당신의 집으로 가셨다며 전화를 하셨다.

추운데 내가 모셔다 드릴려고 기달렸더니 들르지도 않고

그냥갔냐는 내말에 푹 .... 자라고 그냥 갔단다 .

 

이틀후인 지난일요일 10가구가 하는 봉사모임에서 올해의 마지막

봉사로 연탄 2000장을 구입해  어렵게 생활하시는 6가구의 노인분들께

배달을 해주고 18명이 짜장면을 함께 나누어 먹고 헤여지면서 저녁에

송년파티를 하자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왔다 .

 

자냐는 물음에 자긴요 ~~라며 설명을 드리고 그래서

지금 샤워중이라 했더니 ...... \" 애고 `그랬드나 ! 니어메

한테도 봉사좀하지 그랬나 \" 하시더니 나는 연탄은 필요없고

같이 놀아만 달라시네 ,,,,,, 안그래도 연탄을 받으신 할머니

한분이 눈시울을 붉히시며 \" 자식도 내몰라라 하는데 \"

하시면서  고맙다며  내손을 덥석 잡으셨다 .

 

다음집으로 가서 아까 그할머니집이 더어려워 보였는데

왜 ? 그할머니는 300장을주고 이집은 400장을 주냐는

내물음에 동장님 하시는 말씀이 그할머니는 자식도있고

자식이 재산도 있는데 나몰라라 하는거라서  안타깝지만

우리도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요 . 라는 설명에 마음이 영 안좋았다 .

 

기실은 나도 시모를 비롯한 시댁식구들과의 불화로 왕래를 안하고

있는지라 그 부분에선 할말이 없는 불효자식이 남의 부모에게는

착한척 웃는얼굴로 가면을 쓰고 있은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과함께  

나의 이런 이중인격이 영 마뜩치 않았다 .

 

저녁에 헤쳐모인 사람들과 다시만나 마당에 불을피워서 지글지글

삼겹살에 소주한잔 후다닥 헤치우고 서둘러 가게로 돌아왔더니

2차를 우리 노래방으로 오겠다고 연락이왔다 .

흥겹게놀다가 12시가 넘어서자 우르르 몰려나가며 3차를 간단다.

일요일인데 혹시 손님이 일찍 끊어지면 근처에 있으니 오라는 전화에

우리집 남편 술이 알딸딸해서 가고싶어서 연신 궁둥이를 들썩인다.

 

마침 손님이 나가길레 문을닫고 내차에 태워서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내제의에 방향이 같은 두가구의 부부 4명이 함께 내차에탔다 .

가게때문에 딱한잔만 마신 나를 위해 생맥주를 한잔 사주신다며

집앞의 맥주집으로 들어가자는 언니부부를 따라 들어간 맥주집에서

한잔 더하라고 권하는 언니네 내외분들께  집에 엄마가 와 계시다고  

딸이 전화 했던데 아침도 해드려야하고 해서 그만 마시겠다는 내말에

나를 흘끗 쳐다보던 남편왈  왜 ? 장모님은 불쑥불쑥 아무때나 오냐면서

나는 그게싫단다 . 어이가 없어서 \"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미리

연락하고 허락을 구하고 와야해 \" 하는 내말에 \" 그럼 \" 한다 .

 

\" 도대체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엄마가 딸네집에 오는데 24시간전에

미리 허가를 받고와라 이거야 \"다시한번 되묻는 내말에 또한번 그게맞단다 .

그럼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올때도 그렇게 하는거냐니까 그건 아니라네.

 

지금이 어느때인데 그런소릴하냐며 당신도 딸이있는데 그럼 나도 이담에

딸이보고 싶으면 사위한테 미리 허락받고 가야겠냐며 물었더니 함께있던

언니가  남편에게 말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핀잔을 주자 그제사 얼른 \"나는요

이제 3일은 죽었어요 나 집에 안갈래요 \" 라며 맞은편의 형부를 쳐다보자

\" 그래 너 집에 안가는데 좋겠다 요 옆에 찜질방이나 가라\"

하시더니 술맛이 떨어진 술잔을 버려두고 일어나셨다 .

 

법없어도 살만큼 착하게 생긴남편이다 .

작년에도 엄마의 내복한벌을 사서 보내드렸더니 그언니네 내외앞에서

아들이 있는데 왜 니가 그런걸 챙기냐는 바보같은 소리를 했었다 .

겨우 내의한벌을 꼭 아들이 해야한다는 남편이 이번엔 또 이런 억지

소리로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했다 .

 

당신집에서 저녁까지 드시고 옥수수를 껍질을 벗겨서 밥에 섞어먹는

옥수수쌀을 만드시겠다고 내려오신 엄마가 하룻밤 자고가는걸 가지고

그렇게말을 하는 사람이 남을 돕겠다고 매월 후원금을내고 연탄배달을

하고오는것에 동참을 하는 이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혼자 하던 모임에 남편을  끼워 준것이었다 .

 

남편은 재산이 참 많은사람이다.

착하게 생긴 외모덕에 그저 싱긋이; 웃어만 주면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묻는다. 법없어도 살게생긴 저렇게 착한 신랑을 어디서 구했냐고

언젠가 똑같은 물음에 지루해진 내가 웃으면서 도시락을 싸들고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메고 찿아 다녔었다며 웃어주었었다 .

 

남편에게 얘기했었다 .

내가 무슨얘길하면  저게 진짤까 ? 하고 상대가 의심하게 되지만

당신이 무슨얘길하면 누구나 진실일꺼라 믿어의심치 않는 외모가

당신이라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건 큰 재산이라고  강조해 주었었다.

본인도 법없어도 살게 생겼단 소릴 하도 많이들어서 적절히 이용할줄도

아는가부다 언니네 내외앞에서 한3일은 죽었다고 엄살은 떠는걸보면...

어제는 한마디도 안하고 사우나에 가서 네시간을 죽치고 앉아 도를 닦았다 .

 

오늘은 김장김치에 비계가 두둑히붙은 돼지고기를 왕창넣고 김치찌게를

끓여주었더니 땀을 뚝뚝 흘리며 퍼먹는걸 쳐다보다가 문득 어느분의 글에서

남편을 일찍 죽게하는법 이라며 기름기가 잔뜩든 고기를 충분히 먹인다 .

비만과 당뇨에 직빵이다 란 글귀가 생각나 서 혼자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