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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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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모님이시라도.....


BY 그대향기 2010-12-01

 

 

내일부터 휴가를 떠나기 위해 이것 저것 챙기다가 내가 물었다.

\"첫날은 아버님 댁에서 하룻밤 자야겠지?\"

난 당연하게 물었더니 남편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니...

 부산에는그냥 인사만 드리고 바로 경주 올라가서 장모님댁에서 자.

 부산 부모님한테는 인사만 드리고 용돈만 드리고 나오지 뭐...\"

헐~~~~~~~~~~~~~~

 

며느리인 내가 안 잔다고 해야하는거 아냐?

자식인 남편이 안 잔다고 하니 이거야 원...

왜 안자고 그냥 나오려는지 너무나 잘 안다.

어쩌다가 한번씩 만나는 자식들인데도

아버님은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얼굴 인상은 찌그러지시고

말끝마다 여기가 아프니 저기가 아프니

생활비가 얼마가 들어가는데 돈이 없니 있니.......

 

솔직히 현금은 애들 공부시키는 우리보다 아버님댁이 더 많다.

부산에는 본인들 집에다가 여기 집 세 놓은것  조금씩 들어오는것도 있고

원호청에서 또 보조금 조금씩 나오는 것도 있다.

두분이서 호화롭게는 못 사셔도 알뜰하게만 사시면 보통의 생활은 하실만한데도

말끝마다 징징징......

꼭 갓난쟁이들이 엄마한테 젖달라고 보챌 때 처럼

앉는 순간부터 집 나오는 순간까지 같은 톤으로 조르시는 형국이다.

 

그러나저러나 그래도 일년에 명절하고 휴가 때 그리고 생신 땐데

중간에 갑자기 일이 생기면 가 뵙지만 스무번도 안되는 방문일인데

자고 와야 하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물으니 노~~~

그냥 인사만 드리고 나오잔다.

아들이 들어도 짜증나는데 며느리인 내가 들으면 휴가 망친다고 그만 두잔다.

우리가 십년이 넘도록 모실 때는 당연히 해 드려야 되는 줄 알고

이래도 예...

저래도 예...

가능하면 다 들어 드리려고 애를 썼는데

이젠 그만 하고 싶단다.

 

그래도...

숙식비 하루치 아끼려면 자고 오자고 했더니

다른데서 아껴쓰고 그러지 말자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버님은 뭐든지 자식들이 다 해 드려야 하는 줄 아신다.

아버님이 자식들한테 베푸시는 것은 무슨 큰 일이 나는 줄 아신다.

형제들이 다들 고만고만하게들 사는데

큰 부자도 그렇다고 크게 가난한 형제도 없으니 다행이다.

부모님한테 기대지 않았고

부모님이 주실거라 믿고 게으름 피운 형제도 없었다.

 

성실하게 각자의 가족들을 보살피며

한푼두푼 모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데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늘 뭔가를 바라신다.

많이 있어서 풍덩풍덩 해 드리면 좋겠지만

고만고만한 살림들에서 아버님의 소원을 다 들어 드렸다가는

소시민 살림살이에 커다란 구멍이 뻥~~~뜷리고 말리라.

몇해 전에도 멀쩡한 텔레비젼을 두시고 또 커다란 텔레비젼을 사 주시라기에

건방진 이 며느리가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고 말았다.

 

\"아버님~

 아직 쓸만한 텔레비젼 두시고 뭔 텔레비젼을요?

 아버님 이사하시고 가구들 다 새걸로 바꿔 드렸죠~

 주방기구들도 새로 바꿔드려서 저희 돈 없어요.

 나중에 좀 더 고물이 되면 그 때 사 드릴께요.\"

못 할 형편인데 해 드리고 속 앓이 하는 것 보다는 아예 못한다고 못을 박고 말았다.

그 덕분에 욕은 한바가지 얻어 먹었지만  돈은 굳었지 않았나~ㅋㅋㅋ

그런데...

나중에 결국 어머님까지 합세해서 남편을 조르는 바람에  새 텔레비젼을 사 드렸지만

내내 야속하고 찜찜했다.

아버님하고 어머님이 다른 채널을 고집하시다가 싸움이 나서 각 방을 쓰시게 되었고

그 결과 텔레비젼이 두개여야 한다는 결론이 났더라는 거.

 

아버님 생각에는 열개 이야기 해서 서너개만 건져도 그게 어디야???

아버님의 징징거림이 싫은 남편은   오랫만에 들리는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도 안자고 그냥 휭~~나오자니 나도 모르겠다.

오죽 그 분위기가 싫으면 그럴까 싶어 그러자고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썩.....좋진않다.

하기사 지난해 휴가 때도 영도에 시댁을 두고 송도에서 잠을 잤으니...ㅎㅎㅎ

영도하고 송도는 버스 몇 정거장  거린데.

우리가  휴가를 부산에서 지낸다고 말 안했고

잠시 들려서 인사만 드리고  용돈을 드렸던 걸로 안다.

 

나중에

진짜 나중에 나는 우리 애들이 다 출가하고

오랫만에 제 짝들하고 집에 오면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그냥 즐겁고 행복한  말만 해 주고 기분 좋게 반기고

또 오고 싶은 친정, 자주 오고 싶은 시댁이 되도록 하고

집으로 돌아 갈 때에는 빈손으로 돌려 보내지 말고  뭐라도 손에 들려서 보내야지.

비록 아이들이  다 떠났던 빈 둥지라도 그애들이 올 때는 어릴 적 우리 아이들이 자랐던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던 그 옛날 그 둥지가 되도록

나는 .......

나는...........

뭐든 다 물어다 주는 씩씩한 어미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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