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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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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BY 오월 2010-10-06

대장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대장이라고 생각하고

질러대는 목소리가 모든 화음을 다 망친다고

하셨다

늦은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성 3부 합창을 만들어 낸다

한 겨울 온몸이 오그라들어 뼈 속까지 아파 올때도

한 여름 비오듯 쏟아지는 땀 속에서도

환절기 노래에 집중 할 수 없이 목이 간질거리고

콧물을 흘려대고 기침을 해가면서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때로는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부끄러운 주의를 들어 가면서도

우리는 합창이란 것을 했다

 

몇 번씩 바뀌는 지휘자님 연주자

그 고난 속에서 작년 출전한 합창대회에서 떨어진 날

단장님을 비롯 우리들은 설움이 울컥 몰려와 다 함께

울었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연습 기간 열악한

환경들.

이제 24일 예행연습과 11월 7일 본무대에 설 예정이다.

 

대부분 악보 까막눈들

사십대 부터 60대 까지 정말 합창에 합도 모르는 우리 들은

웃고 울고 견뎌오면서 이제 아~~

이런것이 화음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까지 되었다

내 음도 찾질 못해 늘 다른 파트를 따라가기 일쑤 였지만

이제 고요히 내 음을 찾아가며 주위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듣고 내가 그들의 노래를 망치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이는

 수준이 되었다  절대 불가능 할 거 같은 그 일이

세월이 흐르면서 가능해 졌다

 

어차피 내가 몸담은 곳이라면 내 몫은 철저히 해내고 싶어

피아노와 악보 보는 법을 공부하고

나 혼자 잘해서는 절대 안 돼는 합창이지만 또 나 자신의

몫은 휼륭히 소화해야 민폐를 끼치지 않는게 합창이기도

하다  40명이 만들어 내는 화음

소프라노,메조,알토 화음이 모여 악기 연주와 일치하는

화음을 만들어 낸다  절대 혼자만의 잘남으로 만들어 질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

난 합창을 하면서 내 내면의 깊이가 깊어져 감을 느낀다

 오만을 없애고 사람 속에 그저 나 작은 더 작은

하나의 사람 일 뿐

 

튀지 않으려 내 소리를 작게 작게 죽이는 과정에서 남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살려 주는 내 화음을 만들어 낸다

힘들었던 과정들 몇 번인가 그만 두고 싶었지만

한 해 두 해 벌써 4년이 되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몸담으신

선배님들을 보면서 존경스러움이 절로 인다

어딘가에 오랜 적을 둘 수 있음은 그 사람에 분명

평범하지 않은 인내심 내지는 포용력 내지는

그 숨은 모습도 함께 봐야 한다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합창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열악했던 조건

속에서 견뎌온 날들을 생각하면 꼭 입상을 해서

다 부둥켜 안고 또 다른 의미의 눈물도 맛보고 싶다.

 

텔레비전 \'남자의 조건\' 프로에서 합창단을 만들어 멋진 화음을

만들어 내고 펑펑 울어 버려 시청자를 감동시킨 그 화음

그리고 열정과 카리스마로 \"날 믿고 따라 오십시요\" 하고 외쳤던

박 칼린선생님 남의 일 같지 않아 펑펑 울어버린 그날의 감동 처럼

나도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그런 감격한번 나누고 싶다

 

두고 두고 귓가에 맴도는 그 여운으로 나 아닌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

입상을 하고픈 욕심이 있지만 결국 입상을 하지 못한다 해도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음만도

감사할 것이다  노력한 만큼 실수없이 모두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