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집에 있어서 뭔가 가벼우면서 맛있는 음료라도 만들어 줄 요량으로
단호박을 삶아서 속살만 발라내 놓고 우유를 넣고 믹서기에 넣었다.
아카시아꿀을 조금 넣고 믹서기 스위치를 넣었는데 어라~~~
드르륵...갈아져야 할 믹서기에서는 진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한번 두번 스위치를 고쳐 넣어도 얘가 말을 안 듣네.....
산지는 얼마 안된 먹서기지만 아주 가끔 사용하였기에 성능에 문제가 생긴걸까?
믹서기에 담은 내용물을 도로 다 빼 내 놓고 용기를 씻어서 다시 돌려도 묵묵부답.
분명히 며칠전에 막내한테 쥬스를 해 준 믹서긴데 왜이랴???
그새 모터가 고장났을까나??
몇번을 그렇게 해 봐도 안되기에 포기하고 한잔씩 나오는 작은 믹서기에 덜어내서 두번 세번 연속해서
단호박과 우유를 넣고 단호박쥬스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남편과 둘째한테 단호박쥬스를 한잔씩 주고 나도 한잔.
달콤하고 고소한 단호박쥬스는 손쉬우면서 먹기도 좋다.
물론 영양도 좋고.
믹서기 둘을 분리해서 씻어 두고 다시한번 확인 하는 순서를 그쳤다.
왜 안될까?
분명히 큰 실수없이 쥬스만 간 믹서긴데...
씻을 때 모터에 물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도무지 모르겠네.
내가 전기제품을 험하게 다루는 여자도 아니고.
고이 갈고 고이 씻어 둔 믹서긴데 이상타.....
요리조리 살펴보고 밑둥까지 살펴봐도 이상은 못 느끼겠는데 무슨 일이지?
그래도 다시 한번.
어라라????
전원을 연결하는 선이 왜 여기있지?
아까는 스위치가 안 꽂혔던가?
왜 전기선이 여기에 있는거지?
작은 믹서기는 꽂혀있고?.................
그럼 전원을 넣고 다시한번
그 순간.............이크크~~~~~
윙~~~~~~~~~~~~~~~~~하고 믹서기가 힘차게 돌아가는게 아닌가?
이런 멍청하기는...................
아까는 전원도 안 넣고 믹서기만 탓하고 스위치만 눌렀다 또 눌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매일단계.
전원을 넣지 않고도 믹서기를 돌리려 했던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
혼자서 흠칫 놀라기도 했고 킥킥킥...주방에서 어이없이 킬킬거렸으니.....
당황스럽고 어이없고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까지 건망증이 심하진 않았었는데 이 무슨 일이랴???
왜 그 순간 전원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고장만 생각했지 전원이 안 들어간걸 왜?? 왜?? 상상도 못했느냐구~~
혼자 웃고 넘어가긴 ㅡ했는데 요즘 내가 날 생각해도 쪼오금 걱정스럽다.
뭘 어디 두고는 어디더라???..........뭘 뒀더라????
눈에 안보이면 생각이 감감하게 안난다.
그러다가 그 물건이 쓰일데가 되면 이게 어디갔다냐???
온 집을 홀라당 다 뒤집어도 안 보이면 두번 세번 혼자서 난리벅구통을 쳐야 간신히 찾는다.
이게 언제 여기 있었지?..이러면서.ㅋㅋㅋㅋㅋ
휴........................
이러다가 정말 걱정스런 일이 생길까 그게 더 걱정이다.
90 넘은 할머니들은 아직 멀쩡들 하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