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내 주위엔 법만 없으면 날마다 꿀 밤 한대 딱 한 번 제대로 패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특히 시집 식구들인데
나도 예외 없이 유독 막내 시동생이 그랬다.
시동생이 얄미우니 막내 동서도 더 얄미운 행동을 나에게 했었다.
하는 말도 말 본새가 없이 막 하고
위 아래 구분이 없는 하대도 하는 통에 내 목구멍에 걸린 갈치 가시처럼
칵 밷지 못하고 삼키지 못하는 껄끄러움에 나는 늘 쩔쩔 매었다
꿈에서도 나는 괴롭힘을 당했다.
그나마 꿈에선 소리나 질렀지만 목이 탁 막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고래고래
혼낸다고 하지만 깨보면 얼굴에 식은 땀이 주루룩 흐르고 등허리가 축축 했다. 그렇게 같은 꿈을 몇 번이나 꿨는지 모른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꿈에 등장해서 나를 괴롭히더니 이젠 단체로 출연하여 빙둘러 나를 포위한 꿈을 꿀 댄 아예 전화도 꺼놓고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
한 칠년 간 시댁과 왕래를 하지 않는 동안에 시댁도 안가는 며느리가 친정을 뭐 잘났다고 드나드냐 이런 생각이 들어 두문불출 어느 친척집도 왕래를 하지 않았었다.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전화도 잘 하지 않고 한다고 헤도 그 쪽에서도 전화를 잘 받아주지 않았다. 나름 피차 일반으로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그 흔한 안부인사도 모두 생략되어도 누가 나무랄 것 도 없이 그렇게 살게 되었는데.
웬수는 남이 갚아 준다고 하더니 니에게 뜻 밖의 소식이 왔다.
그렇게 시어머니에게 잘 하던 막내 며느리가 이혼을 하고 애들 셋을 놔두고
시집에서 나가 버린 것이다. 이혼한 며느리가 뭐하러 시집에 남아 있을까만은 문득 그럼 그 애들은 누가 다 맡나? 갑자기 생각이 거기까지 가보니 갑갑하고 암울하고 그런데다가 막내 시동생은 아직 이렇다 할 직업도 없는 백수였다.
신기한 것은 그 후로 꿈을 꾸지 않았다. 한 오 년 전부터 나쁜 꿈이든 좋은 꿈이든 기억이 잘 나야 하는데, 꿈을 꾸긴 꿨는데, 누가 출연한 꿈인지 모두 다 잊어버리는데, 분명히 막내 시동생은 절대 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막내시동생은 애만 셋 달린 아빠이고 이혼남이다. 그런데 처음엔 너두 고생 좀 해봐라. 여자에게 그렇게 함부로 하더니 고소하다. 애들 혼자서 한 번 키워 봐야
부모 마음 알 게 되고 뭐 이런 저런 애길 훈계로 맏형의 엄연한 형수로서 한 말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그런 말을 입도 벙긋 못했다 .
하러 가면 애가 그것도 막내가 아직 돌도 안 된 애를 놔두고 가버린 며느리를 울 시어머니는 울면서 하소연 하는 것이다.아무리 세상 개벽을 할지라도 지 새끼는 찾아 올 것인디 전화 한 통 없다고 나보고 막내동서를 흉을 보신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나 간 자리는 두고 두고 커지는 법, 더구나 한 둘이 아닌 애 셋을 살림 잘 못하는 울 시어머니나 성격 급한 시아버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만 되었을 것이다. 이쁜 손주나 손녀는 엄연히 제대로 된 부모가 있어 명절 때나 용돈 받으러 오는 손자들 보면 할 일 다 했다고 사는 지금인데, 조부모가 되어 육아를 전담 하게 된 상황에
거 봐요? 그러게 내가 좀 잘 해주라고 햇잖아요? 이런 말을 한다고 해도 이미 부도난 수표요, 달라질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법이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이 내가 한 대 쥐어 패지 않아도 약 오 년 동안 막내 시동생은 고생 바가지로 몇 십 번 하고 있다. 시간은 절대 누구에게 속이거나 덜 가거나 그런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공정성이 있다. 그러는 동안 그렇게 나를 막 대하고 형수에게 욕하고 형을 못 알아보더니 고개가 반 쯤 수그러진 모습으로 나를 대한다. 눈 길도 나에게 정면 대응을 하지 못한다.
나도 이 쯤 되고 보니 용서나 마나 뭐 그런 것도 절차가 복잡히니 일단 통과가 되버리고, 앞으로 갈 길이 더 바쁜 막내 시동생을 보니 측은 하게 보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혼자서 애들 좀 잘 키워 보겠디고 하는 자세를 보였고. 그게 또 기특해 보였다. 옛날 같았으면 나에게 그렇게 잘못 하더니 벌 받은 거다 할 수 있을텐데
에구..그러게 못생기든 돈이 없든 자식 낳아 준 마누라가 젤인디..
지금이라도 한 번 찾아가 좀 어떻게 다시 살자고 그렇게 권유를 해보고 싶은데
영 입이 안 떨어진다. 어떻게든 잘 살 아야 애들 보란듯이 잘 키워야 한다 이렇게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세월이 흐르니 순리라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좀 알게 되었다.
내가 꼭 그 때에 싸우지 않아도 저절로 좀 느리게 아님 빠르게 되돌아 오는 이치들이 누구에게든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아니 솔직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섭다.
옛날 처럼 나에게 대들던 그 새파란 막내 시동생도 곧 불혹이 된다.
사람 나이 괜히 먹는 것이 아닌가 보다. 돌아보면 다 살다가 겪는 것이 곧 나이라는 것에 함축이 되고 보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집착보다는 좀 더 느슨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