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중년 여인은 절대적인 왕권을 가진 나이라고...
나도 그 의견에 한표 던지리라.
종갓집 맏며느리로 긴 세월 살아오면서
겪어온 사연이 많은 반면 그 겪어온 사연과 비래해서 권력같은것이 생겨났다.
파리 한마리만 윙~ 날아 다녀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여인이
매미나 잠자리로도로 기절 초풍한 여인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것이 무디어지고 대담해지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나는것인지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될때도 있었다.
어머님께서 또다시 중환자실에 계시다.
벌써 네번째인데 이번에도 소생할수 있으실는지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고부간에 겪어도던 일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시어머니처럼 며느리들을 사랑하는 사람도 흔치 않으리라.
그놈에 사랑이 나에게 비수를 꼽을때도 많았지만
나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길을 향해 가고있음을 실감하면서
한없이 인생이 무상함을 느낀다.
사랑은 위로 섬기고
아래로 섬기는것
내 나이가 딱 이런 나이가 되어 버렸다.
위로는 시부모 친정부모를 섬기면서
아래로도 섬겨야할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서
절대적인 왕권을가진 내 나이가 천근 만근의 무게로 실리는것 같다.
참 이상한 일이지.
우리 어머님께서는 셋씩이나 되는 딸이 있어도
항상 내 자리를 비워놓는다.
언제나 내가 등뒤에 서야만 안심을하는 ....
항상 내 손길을 그리워하고 계셨다.
목욕을 시켜도 내 손길을 원했으며
외출을해도 내가 손을 잡아주길 원했으며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노인에게 바닷바람을 쒸워주려고 대천을 갔었다.
아버님과 시누이와 외손녀까지 동원되었었다.
손녀딸이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길래 나는 나대로 시누이랑 간만에 바다에나가
산책을하다 돌아와오니 어머님이 점점 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괜히왔다고 하시며 허둥 허둥 안정이 되지 않으셨다.
그런 노인을 받아안고 식당에가서 내 옆에 안쳐놓고 시중 들어드리고 진지드리고....
하참! 이상한 일이지.
언제 그랬냐는듯이 안정이되고 허둥거리는것도 안절부절 못하는것도 다 없어지고...
아이구 우리어머님 다정도 병일쎄그려.
내\"기\"를 받더니 병이 다 나아버렸꾼.
돌아오는길에 차안에 있던 사람이 모두 웃었다.
긴 세월 병중이다 보니 서로 마음이 무뎌져서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이 많은것 같다.
그런 점들이 어머님을 섭섭하게 해드리는듯했다.
시누이가 요양보호사를 따서 모시기때문에 조금 신경을 덜 써드리는것도 있기는 하지만
내 새끼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으니까 회피하는것도 있다
며칠전에는 시어머님께 편지를 드렸었다.
어머님! 자주 찾아뵙지못해 죄송해요.
몇달만 참으세요.손녀딸 수능끝내고 우리 둘이서만 여행가자구요.
하는 편지를 드렸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돌아가신다해도 며느리에 마지막 편지를 읽어보고 가시니까.
그 편지 읽고 좋아라 하셨다는데
나는 정말 그렇게 할려고 하는데.
그동안 부처님전에 나아가 열심히 기도한 덕에 방방곡곡 아는 스님도 많고
이절 저절 며칠씩 묵어가면서 어머님을 모시고 다닐만큼 되었는데
그리고 우리 어머님께서 지독히 사랑하시는 막내 며느리까지 동반하고 여행을 다닐조건도 갖춰졌는데
이번에 다시 깨어나실까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번에 깨어나시면 아이들 수능이 끝나지 않았어도 가까운데라도 모시고 다니면서
사랑노래를 불러주리라.
내가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려고 하는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 어머님 다음 생애를 위한 기도가 필요하기때문에
함께 모시고 다니면서 부처님 법도 가르쳐드리고
부처님법이 어떻게 생겨나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려드려서
당신에 \"업\"을 당신 스스로 소멸시키고 다음 생을 받기위한 준비를 시켜드리기 위함이다.
내가 종갓집 맏며느리이듯이 우리 어머님도 대 종가의 맏며느리시메
그동안 해온고생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년복이 지지리도 없으시다.
애간장 녹게 사랑스럽게 길러온 자식들 팔자가 그리 순탄하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의 업장때문인것을.
과거 어느생에선가 지독히 죄를 지은듯.
아니 어머님!
그냥 떠나세요. 그쪽이 더 좋을듯해요.
그래도 삼춘 사업이 조금씩 호전되는듯하고
고모도 남편과 별거중이기는 하지만 이혼한 상태는 아니니
그래도 오남매 짝이 다 있을때 떠나세요.
어제는 차안에서 남편과 어머님 장례절차를 의논했다.
그리고 모든 장례의식을 내가 다니는 절 스님께 부탁드리기로 했다.
우리 어머님 죽음복이 있으시다면 이쯤이 좋을듯
\"우리 원묵스님 오죽 잘 해드릴까
걸걸하게 아주 힘차게 성심 성의껏 장염염불을 해주실테고
지금 절에는 스님이 세분이나 되시는데 세분이 모두다 원력도 있으시고
오종 스님은 착실하게 아주 정확하게 하루에 서번씩 일정한 시간에 염불하시고
기돈 스님은 품성이 아주 원만하셔서....
어머님 가시려면 이쯤이 좋아요.
아! 어머님 옷을 한번 지어드려야 되겠어요.
내가 직접 염색해서 무슨 색으로 염색할까
핑크색이 좋겠지.엷은 핑크색으로 내가 손수 염색해서 그곳에 난을 쳐서 만들어야 되겠네.
우리 어머님 저승가실때 예쁜 모습으로 가시라고
그래 그게 좋겠군.
깨어나시게 되면 자리옷으로 입을수 있게 넉넉한 칠보바지로 만들테야.
내가 세상을 살면서 느낀것은
사랑은 위로 섬기고 아래로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 많치도 적지도 않은 내 나이가 딱 여기쯤인듯.
그래서 맏며느리의 위치가 왕권을 누리게됨을 알것같다.
왕권을가지 며느리가 어른을 잘 모시지 않으면 그리고 아랫사람을 함부로 부리면
자기 권력만 내세우면 집안이 바로서지 않는다.
빨리 서둘러야 되겠다.
마치 지난번 스님께서 주고가신 광목은 있으니까 염색약사고
빨리 난을쳐서 마지막 옷을 지어드려야지.
어머니 사랑해!
내가 지어주신 옷 입고 훨훨 날아가 그렇게 할수 있지.
이승에 미련두지말고 떠날수 있지.
다음생애에는 우리 고부 자매로 다시 만나자.
그리고 우리 자매 공부를 아주 많이 할수 있을꺼야.
나는 알지 어머님이 나를 지독히 믿고 사랑해주신것 나는 알지.
어쩌면 동서보다 나를 더 믿고 사랑했는지도 몰라.
어머니 잘가 다음 생애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