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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용서해 줘- 사라져 가는 엄마 친구들....


BY *콜라* 2010-08-27

며칠 전부터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 전화를 하면

신호만 울리고 받질 얺던 엄마가..

맹장염으로 수술을 하고 병원에 누워 있다고 하신다.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

 

\"괜찮다.. 이제 상처만 아물면 된다... 너 몸이나 건강해라....\"

 

엄마의 당부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펑펑 울며

맹장이라는데 안도하며 겨우 전화를 끊었다.

 

다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 엄마가 조직검사 중이라고 했다.

엄마에겐 비밀로 하라는 다짐과...

 

눈물이 멈췄다.

무슨 소린가... 그럼 ......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또박 또박 다시 들어도 꿈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그렇게 흔히 듣던 말....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지만.... 

암일 수도 있다.....

 

암?

아닐 수도 있다는 아직은 30% 남은 확률에 기대를 걸며

엄마의 모진 지난 고생길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암이 아니라 해도 참으로 모진 세월을 살아 온 엄마의 세월...

권위적인 남편과 생활같은 가난.....

 

엄마....

용서 해주세요...

그 많은 시간... 영원히 내 엄마로 살아계실 것만 같았던

그날들을 흘려 보내고 이렇게 때늦은 후회로 울고 있는 이 막내딸을....

엄마...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아직 믿을 수 없는 이 일을

기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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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엄마 생각하며 썼던 제 홈페이지 글입니다.

사라져 가는 엄마의 친구들....


엄마 여행다니시는 걸 전폭적으로 지지 하는 작은 아들의 힘에 편승해서
무려 9개의 친목회와 노인대학 5년 짱으로 참 신나게 사시는 엄마.

언젠가 20명의 친구가 대구서 용인으로 올라 와 

경상도 사투리로 온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들다가 새벽 여행을 떠난 적도 있고

어디 좋더라~ 말만 나오면 몰려갑니다.

지난주 대명콘도 경주점이 오픈 기념 초대권을 보내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엄마가 최근에 시골서 윷놀이하고 돌아 온 일 외 조용한 근간이 생각났습니다.

\"엄마.. 요새 왜 놀러 안가? 봄인데?\"

엄마는 갑자기 한숨을 푹~~~ 쉬더니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습니다. 

\"방송국댁이 죽고... 도칠란이도 죽고... 상수 엄마 죽고......\"
친한 친구가 무려 8명이 돌아가시고 다섯이 남았답니다.

언변이 좋아서  \'방송국댁\'이라 불리던 친구는 갑부라고 자랑 자랑 하던 아들 셋이 있었지만

굶어 죽었다며 혀를 찹니다. 


세 아들 며느리 모두 모시지 못한다고 해서

혼자 지내다가 바쁘다는 핑게로 자식들 모두 들여다 보지 않는 사이

거동이 시원치 않던 그 친구는 영양실조로 그렇게 

결국 \'굶어죽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엄마~ 예전에 관광버스 빌려서 놀러가더니, 몇년 지나서 봉고차 빌려가고

재작년엔 택시로 가더니 좀 있으면 자전거로 가게 생겼네..\"
엄마 맘 쓸쓸할까봐 오빠가 농담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도 이별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생각하며

그러나 서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웃었습니다. 

\"안그래도 요새는 그냥 열차타고 가서 택시타고 콘도까지 바로 가면 되니까
택시 운전사가 다음에 또 오라고 명함 주더라~\"
엄마가 어색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런게 나이든 증거일까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

엄마는 태연히 친구들의 죽음을 이야기 했지만...
자식인 우리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사는 날까지 즐겁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엄마는 어제도 청국장을 만들어 온 방안에
늘어놓고 냄새를 피웠습니다.


옷에 냄새 밴다고 툴툴댔지만, 정말 옷에 밸 냄새가 걱정되어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엄마가 안계시면 저 냄새도 그리워지는 게 두려운 게지요...
나는 그런 추억들에 가슴 아플 날이 두려운 겁니다. 
부모님이 더 오래 오래 나와 함께 살아계시기를 바라는

간절하고 서글픈 투정입니다.
그래도 엄마의 청국장 냄새는 정말 괴롭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어젯밤부터 얼마나 울었는지 머리가 멍한데...

2년 전 써둔 이 글을 읽으며 저는 또 울고 있네요.

엄마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사랑해... 엄마 사랑해.....

딱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 줘....

엄마 부탁해.....

제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