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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이유.


BY 오월 2010-08-27

아직 생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질끈

묶고 홀가분하게 잘라 버리지 못한

내 행동에는 분명 알랑한 그 무엇이 있다.

미인에 조건이

긴 생머리

잘록한 허리

미니 스커트

아직은 그 흉내를 좀 더 내고 싶은

주책바가지.

 

하지만 윤기나고 찰랑이는 건강한

머리도 아닌것이

늘 머리끝은 솟아나는 머리색과

대비를 이루어 정갈하게

통일된 색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도 내 머리 묶음 속에 함께 들어

있을땐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다닌 곳들에 한올씩 흔적으로

남은 모습은

 

가끔 내 꽃밭에서 기어 나와 

긴 마당을 가로 지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지렁이를 보는 느낌이다

이외수님은 지렁이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색동옷을 지어 입혀줘야 된다고

하셨다.

 

내 꽃밭에 조용히 들어 앉아 자신의 일을

하면 될텐데 징그러운 모습으로

왜 마당에 나와 결국 죽음을 맞이 하는 지

모르겠다 내 머리카락도 그렇다

 

아이들이 없어 청소를 게을리 하고

싶은데 이 징그러운 머리 카락이 날 가만 두질

않는다 청소기를 들고 화장대 앞에

섰다가 깜짝 놀랐다.

화장대 위에 널려진 화장품이 뭐가 이리 많은

것이여

 

아니 뭐가 그리 자신이 없길래 요로코롬

많은 것들로 분장을 해야 밖으로 나가는 것이여

갑자기 분장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확 쓸어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고 올백으로 빗어

질끈 묶은 머리에 스킨,로션만 바르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순 인다.

 

아~~~~

아니야

인생은 어차피 연극이라고 했어

우리는 그 인생 하나하나 역할이 있는거야

그래서 우리는 자기 역할에 맞는 분장을

해야해  

 

 아줌마로 불리워도

사모님이 되어도 사장님이 되어도 또는 

판매원이 되어도 다 자신에 맞는 분장을 하고

제 역할을 하러 나가야 하는 거야

 

나도 내 역할에 어울리는 분장을 하고 

연극을 하러 나가야 한다. 

얼굴도 내 본연의 모습이 아니고 분장을 한 얼굴이고

사는 것도 연극이라고 하면 진정한

참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그저 해맑은 참 나이고 싶은데. 

 

오늘따라 유난히 내 눈에 거슬리는 저 분장 도구들.

인생은 어차피 연극

난 뛰어난 연기자.

1인 3역  베테랑.

자.분장을 하자 그리고 신나게 연기하자. 

연말 시상식에선 내가 여우 주연상을 타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