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재워 줘”
인터넷 서핑하던 그가 무슨 소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피곤한데 잠이 안 와… 빨리 좀 재워 줘~”
그제서야 내 말을 알아듣고 빙긋 웃더니
말없이 노트북을 협탁에 올려 놓고
어떻게 해주면 잠이 올 것 같냐고 묻는다.
그건 내가 모르지…
잠잠히 생각하던 그
서재로 가더니 크고 두꺼운 책 하나를 들고 왔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날이면
두려움과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침대 곁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시집을 읽어주면
나는 마술에 걸린 듯 스르르 잠에 빠져버리곤 한다.
잠이 오지 않는 이런 밤엔 주로 성경책이 이용되어 왔지만
어제는 두껍고 묵직한 책을 들고 온 것이다.
“지금부터 읽을 테니까 자~”
그리고 읽기 시작하는 책은
바이올로지 영문 원서였다.
“자니?”
“아니~”
“자?”
“아직~”
영문도 모르는 내용이 지루해서
금세 졸음이 쏟아지는데
잠 들만 하면 자냐고 묻는 통에 깨고
다시 졸다가 깨어 나길 반복하며 영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너 ~ 그렇게 안 잘 거면 듣기는 듣니?”
“응~ 듣고 있다니깐\"
잠투정하듯 괜한 짜증을 확 냈다.
“그럼, 내가 읽은 내용 중에 멘델에 대해서, 또 세가지 식물 작용에 대해 이야기 해 봐”
자라는 거야 자지 말라는 거야 투덜대면서
세가지 작용을 기억하려 애를 써도
스르르 잠이 온다.
불면증엔 역시 공부만한 수면제가 없다.
마누라의 증상과 처방을 잘 아는
그는 명의다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