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본사이동지령으로 이제까지 해왔던 프로젝트의 마감에 쫓기다 보니....
벌써 철야근무를 3일째 하고 있다....
그 와중에....대입수험생인 딸과 그 밑에 철부지 딸애의 뒷바라지를 위해
새벽녘에 집에 돌아가서...
식사준비....도시락 싸기....세탁....청소....
그리곤 부리나케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나날들....
오늘 새벽...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음악도 듣기 싫을 정도로
피곤해 하는 내 몸과 정신이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넌 무엇을 위해 네 몸을 그렇게 혹사시키고 있니....?\"
\"......답이 없는 질문은 안하는 게 좋지 않니....\"
불과 한두해 전의 나는....매일매일의 일상이 너무 잔잔하여 ...
그 잔잔한 일상들을 행복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냥....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많지않은 가족들인데도...때론 그들의 치닥거리에 짜증이 날때도 있었고.....
내가 나로 있지 못하는 것 같은.....누군가에 종속되어 살아지는 느낌....
\"나\"라는 개체는 말살되고.....다만 \"아내\"....\"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리워지는 현실이
목을 죄어오는 듯한 나날들....
사는 게 이런 건 아닐텐데.....하며
내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떠올리는 어떤 해프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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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지금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게 일상의 행복이었었는지도 모른다는 .....
난...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날 힘들게 하더라도.....
언젠가 이 순간을 되돌아 보았을 때...\"아...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금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건 아닐까...하구...
현실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우리들은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만족하는 돼지보다....불만하는 인간....\"
짜증스런 현실은....어쩜 내가 살아있다는 증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