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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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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4


BY 섬 2010-08-16

4. 부부싸움--轉

이젠 더 이상 신혼 초의 시위성의 토라짐도 없다.
우리의 갈등이 일회성 드라마가 아니라 현존하는 엄연한 실체임을
어느새 조금씩 알아버린 후의 진지함이라고나 할까?
외려 최대한 자제된 언어와 몸짓으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려 한다.
\'잘 갔다와\'하고 태연히 현관문을 잠그고 돌아서면서 그 남자의 남은 신발을 걷어차던가
무심히 혼자 이빨을 닦다가 \'나쁜 놈\'하고 목욕탕 거울을 보는 것으로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뿐이다. 혼자서...

남편도 더 이상 자기 변명과 주장을 위해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려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잘 아는, 뻔한 생활의 편린일 뿐인 것이다.
최소한 옛날처럼 \'침묵은 금이다\'라는 좌우명을 장님 지팡이 잡듯 꼭 붙들고서
더 이상은 물러날 수 없다고 끝까지 뻗대는 바람에
처음의 노염에서보다 더한 서러움으로 싸움을 점점 심각하게 만들던 악수는 두지 않는다.
느릿느릿 느물느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다짐도 해주고 엄살도 떨어가며
감정 낭비 없이 평상을 되찾을 구실을 만든다.

그런 잦은 싸움의 15년 반복 끝에 남편에게서 얻어낸 유일한 전리품.
\"언제나 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
차라리 침묵이 금이었던 것을.
내가 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유치하게도 \"사랑한다\"이지
\'젖은 손이 애처로와 살며시~~♬\' 하는 어떤 시대의 아내들이 감동한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위로의 사탕발림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어쩌자고 너에게 미안과 감사의 염을 느끼게 하는 채권자같은
올가미가 되었나싶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샌다.

나는 너에게 영원히 어떤 대상이길 원했는데
이제 나는 고작 너를 둘러싼 환경이 되고 말았구나하는 처연한 자기 확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