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늦게 바닷가에 밤낚시를 간다던 남편이 아홉시쯤 돌아왔다.
늘상 같이 가자고 말은 던지지만 난 쪼그리고 앉아서 고기를 기다리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 지루하고 허리가 안 좋다보니 작은 낚시용의자가 불편해서도 안 따라나선다.
남편이 차에 시동만 걸면 어디에 있건 쪼르르르.....
달려나와서 냉큼 차에 올라타는 나지만 낚시는 절대로 안 따라 나선다.
휴가철에 어쩔수 없이 하게되는 시간에는 난 차 안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책이나 펄럭이며 기다리지 낚싯대는 안 잡는다.
어제는 가덕도 어디메쯤에서 낚시를 했다는데 돔 종류가 많이 잡혔고
가지고 오진 않았고 옆 자리에서 부부가 낚시를 하는데 얼마나 즐거워 보이던지
잡은 고기를 다.....................줘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작은 통에 얼추 한 통 정도를 잡았다는데 가지고나 오지...
바닷고기는 매운탕 해 먹으면 맛있는데...쩝.
민물고기는 죽어라 안 먹는 나지만 바다고기는 잘 먹는데..아쉽다.
다음에는 반드시 들고 올 것을 당부하면서 입맛만 다셨다.
빈 낚시가방을 정리하려던 남편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지하실에서 안 나던 기계소리가 난다???
내가 내려가 보고 올테니 잠깐만.....\"
그렇게 지하실로 내려간 남편이 급하게 다시 올라오더니 큰일 났단다.
비하고는 상관없이 지하실 100여평이 물에 깊이 잠겨있다고 했다.
모터며 펌프종류가 다 있는 지하실에서 웬 물이야?
지하실에 물이 고이더라도 집수정 펌프 곧 수중펌프가 퍼 올리게 되어 있는데....
남편을 따라 나도 같이 확인을 한 결과 엄마야~~~
시커멓게 일렁이는 저 물 좀 봐.....
지하실에 만들어 둔 내 전천후 헬스장이 다 잠겨있었는데
스치로폼으로 만들어 둔 휴식공간이 뗏목처럼 둥~둥~떠 다니는게 아닌가?
어디선가 연방 물 들어오는 소리가 나고 모터가 작동하는 소리가 났다.
지하실에 전선이 누전되고 있을 까 봐 겁은 나고 침수지역에서 복구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누전으로 감전되어 급사한 뉴스를 더러더러 많이 봤기에 한밤중에 캄캄한 도로를 가로질러
마을 앞 가게집으로 급하게 장화를 빌리러 달려갔고 가슴은 콩닥콩닥...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제발 전기선이 바닥에 깔려있지 않기를 바랬고 지하실 전원을 꺼네어쩌네.....
바쁜 중에 남편은 전기일을 하는 친구를 그 밤에 불러 들이고 둘이서 지하실로 잠입.
머리에는 스치라이트를 밝히고 둘이서 확인 한 결과는 수십톤의 물을 저장하는 집수탱크가 터졌다는 것.
큰 행사 때 물 부족을 막기 위해 예비용으로 준비해 둔 엄청난 집수탱크가 원인을 모르게 터져있었고
물이 새어 나가니 또 모터는 물을 보충하기 위해서 돌아가고 자동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중펌프가 고장나 있었으니 수위는 자꾸만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원인을 알았으니 모터를 잠궈서 더 이상의 지하수 유입을 막고
작은 수중모터를 찾아와서 물을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퍼 올리는 중에
자동 수중펌프도 정상적으로 돌아가 주는게 아닌가?
하필이면 자동으로 돌아가게 돼 있던 수중모터까지 고장이 나 있었으니 그 난리가 났다.
남편 정강이 위에까지 차 올랐던 그 넓은 곳의 지하실 물이 차츰차츰 낮아져 갔고
이곳저곳을 급하게 돌아다니느라 물에 흠뻑 젖은 두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서로 도와가며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만약에 우리가 일주일간의 휴가를 떠난 다음 이런 일이 생겼더라면 누가 조치를 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기계실이 온통 물에 잠기면 그 엄청난 손실에 .....
다행히 수위가 바로 기계실 아래까지는 갔지만 잠기지는 않았다.
30분 정도만 더 늦게 알았더라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졌을건데 그저 감사하다.
일을 다 마치고나니 꽤 늦은 시간이었다.
남편의 친구는 시원한 음료수 한잔만 마시고는 집에 가겠다고 일어선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리고 옷이 다 젖어서 방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잠깐만 기다리고 계시라 이르고는 나는 총알같이 2층으로 올라갔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은 남편친구한테 남편의 속옷 중에서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팬티 한세트하고
지난 명절 때 받다 둔 양말 한켤레 그리고 남편 남방 한장 남편이 일 할 때 입는 청바지
아들이 발이 크면서 못 신는, 아직은 신을만해서 깨끗하게 씻어둔 운동화.
이방저방을 마구 쫒아다니면서 대충 갈아 입을만한 옷을 챙겨 들고 내려왔다.
남편의 친구는 그냥 이대로 가면 된다고 사양을 했지만 아무리 여름이라도 젖은 옷을 입고
밤중에 돌아다니면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며 샤워까지 하고 갈아입고 가라고 해도
그냥 가겠단다.
그러면 집에 가져 가서라도 갈아 입으시라고 건네드리니 고맙다며 받아가신다.
다행히 신발 사이즈가 맞아서 좋고...
자칫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남편친구는 자주 우리집 일을 보러 와 주시는
단골기사님이시고 수련회 때 일이 있으면 식사도 같이 하고 반찬도 챙겨 드리는 편한 사이다.
며칠전에도 배기관이 고장난 주방을 고치면서 스팀이 나오는 주방에서 한나절 일을 하는데
입고 온 남방에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기에 남편의 옷을 챙겨 준 적이 있었다.
어제 우리집에 일 하러 올 때 그 옷을 입고 왔길레 서로가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었다.
전기일에 트럭으로 장거리 짐을 나르는 일을 하는 그 친구는 4~5년 전에
사업이 크게 힘들어지면서 잘 지은 집을 안타깝게도 남의 손에 넘긴 친구다.
그 뒤로 두 부부가 참 악착같이 일을 하더니 작은 집도 새로 마련했지만
아직은 힘든 부분이 많은 느낌이 든다.
업무적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다른 기사를 안 부르고 그 친구를 부른다.
우리는 그 친구를 도운다고 그러는데 그 친구는 또 우리한테 고맙다며 출장비도 다 안 받으려한다.
그럴 때는 다른 방법으로 도울 일이 없나..생각하게 된다.
아이들 간식이나 간단한 생필품같은.....
욕심도 없고 참 성실한 그 친구가 하루 빨리 사업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늦은 밤에도 남편이 전화하면 달려 와 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남편은 그 친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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