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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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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


BY 시냇물 2010-07-31

 

드디어 손녀가 우리집을 떠나 김포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데려다 주고 들어선 집에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아기가 있던 안방에 들어가니 여기저기 쌓여 있던 아기 짐들이

하나도 없고 아기 울음소리도 없으니 텅 빈 방안이

이상하기만 하다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는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을 하는 주말이다

 

다른 때는 조금 칭얼대다가도 금방 잠이 들곤 하였는데

오늘 아침엔 이상하게도 자꾸 보채고 자지러질듯 울어대곤 하여

저도 내심 뭐가 땡기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가 이제 집에 가면 사촌들과 함께 모이기 쉽지 않다며

인천 큰딸아이, 원주 친정 여동생 딸래미, 남양주 친정 남동생 딸래미를

다 불러모아 어젯밤을 보낸지라 자매들끼리 수다가 장난이 아니었다

 

덕분에 나도 친정 조카들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고2인 남동생 딸래미는 형제도 없이 혼자인지라

남동생과 올케는 자기 딸래미가 어디 혼자서 가는 걸

아직도 마음 안 놓여 하는 탓에 정말 큰 용기를 내어

서울까지 혼자서 오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한 것이다

 

혼자 자라 딴에는 외로웠는지 안방에 들어와 하염없이

아기를 들여다 보며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신기한지

입가에 배시시 미소를 띄우곤 한다

 

사위가 오후쯤 도착하여 우리 차와 딸네 차 두 대에 짐을 나눠싣고

김포로 향했다

8/3일은 딸아이 생일이기도 하여 안사돈이 겸사겸사 식사 대접을

하시겠다길래 모처럼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아이와 손녀를 두고 오는 발걸음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제

정말 엄마의 역할을 맡게 되는지라 아기 잘 키우기를 신신당부하였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다른 차가 있길래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하는 사이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주차장의 차를 뺄동안 남의 집 오피스텔 앞에 정차하고 있던 남편 차가

갑자기 그 오피스텔 현관문을 향해 돌진하더니 한쪽 문을 들이 받고서야 멈추었다

달려가 보니 유리문 한짝은 찌그러지고 유리 파편이 온통 어지럽게

널려 있고, 우리 차 오른쪽이 완전히 찌그러져 엉망이 되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어이없는 사고에 어찌나 놀랬는지

손발이 다 후들거렸다

 

남편도 정신이 없는지 차에서 급히 내려 그 상황을 황당해 하였다

후진을 하려고 기어를 넣는데 덜컥하더니 차가 갑자기 앞으로 돌진을

하였다고 한다

뉴스에서 말로만 듣던 급발진 사고였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인명사고가 안 난 거였다

 

한동안 정신이 멍해 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 금방 달려와 사고 수습이 원만히 되었다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며

운전 경력 40년만에 이런 대형사고는 처음이라 가슴이 진정이

안 된다길래 우황청심원을 사다 먹이고는 마음 가라앉히고

한숨 자라고 안정을 시켰다

 

이제 나 역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광경을 보니

더욱 조심스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급발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이런 사고는 누군들 장담을 할 수도 없고

그 원인이 파악도 안 되고, 규명도 안 되니 답답한 노릇이다

보험회사 직원 역시 어제도 뉴소나타가 급발진 사고가 나

앞에 있는 차 두대를 받고 튕겨 나갔다길래 남의 일만은

아님을 새삼 느꼈다

 

손녀가 가서 서운한 마음이 사고로 인해 더 다운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작년에도 못 간 여름휴가를 올해도 못 가게 되니

그 서운함이 더 커진다

남편에게는 안심을 시키긴 했지만.....